진로·직업 전문가 인터뷰

진로직업 전문가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진로'를 물었습니다.
다양한 직업 세계 및 진로 선택 방법에 대한 전문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송병국 교수님은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순천향대학교 청소년 교육상담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진로교육학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 교수님은 오랫동안 진로교육을 연구하였고, 현재 한국진로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습니다. 먼저 교수님은 어떤 계기나 이유로 진로교육을 연구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우연히 ‘진로지도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진로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우연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같은 전공을 이수하더라도 일의 환경이 직무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약사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약국을 운영하는 사람과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사람, 제약회사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람, 식품의약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 등이 각각 다른 적성이나 흥미를 필요로 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유니세프가 후원한 ‘진로교육프로젝트’를 담당할 전문연구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응모하여 진로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2. 교수님은 특히 청소년 진로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 청소년에 비하여 어떤 특성이 있는가요? -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자신의 미래 직업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성적에 대한 관심 또한 세계 어느 나라 청소년들보다 큽니다. 문제는 미래 직업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보수를 받는가에만 지나치게 국한시켜 직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직업의 가치에 대한 다양성이 부족하고 획일화 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특정 영역이나 분야의 직업에만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필요하면서 꼭 발전시켜야 하는 영역이나 분야를 활성화시키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SNS의 발달로 더욱 특정 직업이나 진로로 청소년들의 생각을 편향시키고 있어 더욱 안타깝습니다. 3.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마치 우리 문화처럼 유행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는 세상의 트렌드를 읽고 따라가는 측면에서 매우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청소년들이 유행하는 특정 직업이나 진로를 쫒다보니 해당 분야는 늘 ‘레드오션’이 되고 맙니다. 그런가하면 우리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기도 합니다만, 미래에 대해 너무 불안하게 생각한 나머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험이나 도전심을 약화시켜 새로운 직업이나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4. 과거보다는 학생들이 진로에 관하여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진로선택 과정을 보면 아직 부족한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아직도 부족한가요. - 자유학기제나 창의적 체험활동, 다양한 동아리 활동 및 청소년 수련활동의 활성화로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탐색과 학습기회는 분명히 증대하였습니다. 문제는 진로나 직업체험이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일부 직종이나 진로에 쏠리고 있고, 체험 수준 또한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은 나름대로 사회적 기여나 가치, 즉 본질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늘어나는 직업체험에서는 이런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업에 대한 피상적인 체험은 직업에 대한 선입관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5.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진로를 설계할 때 특히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진로설계의 기본원칙은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자신의 적성과 흥미 유형에 토대를 두어야 하는 점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적성과 흥미는 딱히 하나의 유형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다양한 분야의 적성이나 흥미에 노출시키는 다양한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다양한 유형의 경험에 노출되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경험 노출마저도 진로나 직업에 대한 편견에 의해 제한되고 있습니다. 6. 교수님은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학생들을 보시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러한 공부나 경험을 하지 않아서 아쉽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지요.   - 12년간 학교에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생들이 자신의 관심분야나 잘 하는 분야를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일이나 분야 가운데 적어도 내가 어느 분야에 종사할 것인지에 대한 스케치 정도는 하고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데 그저 점수에 따라 진학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여 적성과 흥미 검사를 진지하게 해보고 자신의 특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런 고민을 하였다면 공부가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거나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입니다.  7. 교수님에게 중학생 조카가 있다면 지금까지 교수님의 경험으로 볼 때 어떤 직업이나 전공을 추천하겠습니까? - 글쎄요. 특정 직업이나 전공을 추천한다는 것은 마치 유망 직종이나 전공을 추천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직업이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일’임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마음, 인간의 심리적 특성, 인간사회 이해와 관련된 공부나 경험을 많이 하도록 조언하고 싶습니다. 8. 우리나라 진로교육이 최근 몇 년 동안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청소년들을 위하여 앞으로 발전시켜야할 진로교육은 무엇인지요? - 개인별 맞춤형 진로교육이나 진로지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청소년들이 너무 일부 특정 직업이나 진로에 맹목적으로 올인(All in)하는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고자 집단차원의 진로교육이나 진로지도를 강조했다면, 이제 부터는 청소년 개개인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한 진로교육이 필요합니다. 같은 흥미나 적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청소년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진로설계가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몇 번 진로체험이나 진로교육에 참여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 학급의 평균이 올랐는데 내 성적이 떨어진 것과 같은 의미일수도 있습니다. 청소년 개개인이 자신의 처한 상황에 맞는 진로체험, 직업체험, 진로설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제 진로교육이나 진로지도에서는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 아니 ‘고비용 고효율’이 되어야 합니다.

목록보기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공인 웹 접근성 품질인증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