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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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interview 지휘자 금난새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 지휘자

클래식음악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톡톡 튀는 발상으로 깨고, 친절한 해설과 신나는 연주로 클래식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선 행복 지휘자 금난새.
그의 음악 속에 녹아있는 나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궁금해요
선생님 이름이 참 독특하십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아버님이 제게 이름 하나는 좋은 유산으로 남겨주셨습니다. ‘날개를 펴서 희망을 가지고 날아가라.’라는 의미의 한글이름입니다.
아버님이 제 이름을 지을 당시 만해도 한글 이름이란 건 생각하지도 못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평소 한글운동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님은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자 당연히 아이들 이름을 한글로 지었으나 그 당시 동사무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아버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으시고 신문에 기고를 해 나라도 되찾은 마당에 이제 우리식, 한글로 이름 짓는 게 당연하거 아니냐고 주장하셨습니다. 그 주장을 듣고 정부에서는 한글 이름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 외솔 최현배 선생님도 아버님을 보시고 한글학자인 나도 우리 아들 이름을 한자로 지었는데 당신이야 말로 진정한 실천하는 지식인이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첫 한글 이름이 생긴 것이고 그 이름 덕에 30년 전 한국학회에서 한글이름을 권장하는 상도 받았습니다.
궁금해요
아버님이 “세모시 옥색치마~”로 시작하는 유명한 그네를 작곡하신 금수현 선생님이신데 음악을 하시면서 아버님의 영향을 받으셨는지요?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아버님께선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열심히 공부하라. 그리고 너는 우리나라의 음악계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늘 하신 말씀이 제가 한국에 돌아와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곧 저의 재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게 가지고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사회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그 과정 속에 여러 방안들을 시도해 갈 때 이런 노력들이 바탕이 되어 우리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고 일류의 발전을 이루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제가 우리 음악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바탕이 돼 울릉도에 오케스트라를 데려가 연주도 하고 소년원에도 가는 등 여러 일들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궁금해요
선생님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운동을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제가 74년 독일, 베를린에서 공부할 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보러 가곤 했는데 오케스트라가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전 그곳에 온 청중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2600석의 관람석이 이미 1년 전에 60%이상 예매가 끝나고 나머지 30~40%만 한두 달 전에 판매한다고 하니 청중들의 음악 애호 정신에 감동했습니다. 그 당시 전 좋은 연주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청중을 만들기 위한 제 역할에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일하면서 항상 청중의 폭을 넓히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경기도에 있는 소년원학교 고봉고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마음이 닫혀있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백 마디 말보다 연주를 들려주자는 생각에 4중주(quartet)를 데려가 연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주하는 동안 아이들이 조금씩 흥미를 가지고 마음이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데리고 다시 한 번 오겠다고 약속을 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것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연주되는 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음악이란 창구를 통해 애정을 보인다면 아이들 스스로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음악을 통해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고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고 청중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입니다.
궁금해요
보통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면 유학을 가는 것이 당연한 코스처럼 인식되어 있는데요. 어린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데 주의해야 할 점이라든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사실 유학을 간다고 다 성공하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젠 유학만 간다고 다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유학을 간다고 한다면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학교 선정입니다. 학교 선정에 있어서 사람들이 무슨 학교가 좋다고 하면 그냥 가는데 그럼 낭패를 보게 됩니다. 그 학교 교수가 나와 맞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에겐 기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햄릿형이냐 돈키호테형이냐인데 그에 따라 그 사람의 교육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교육을 받아야합니다.
제 말의 초점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생각해서 어느 학교, 어느 교수가 맞겠는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은 이탈리아나 라틴 쪽의 학교에 가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모님들은 아이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아야합니다.
궁금해요
‘음악을 하려면 집안이 부유해야 한다’란 속설이 있는데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음악계의 고질적인 병패입니다. 그건 우리나라가 30년 사이 고도의 성장을 이룬 것이 한몫을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고속 성장하는 사이에 경제적으로는 잘살게는 되었지만 우리가 챙기지 못한 교육이나 문화의 저변확대 등 많은 것들이 문제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음악가인 꿈을 가진 학생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구조를 없애는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꿈이 있는데 돈이 없어 꿈을 키워가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나쁜 사회라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음악가들도 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이런 현실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유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3년 전부터 서울예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학교수가 왜 고등학교에 가서 그러느냐’라고 말을 하시는데 저는 음악을 갈구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고등학교이든 대학교이든 말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간다고 제 실력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궁금해요
선생님께서는 유명한 라벤스타인을 사사했는데 어떻게 인연이 되신 건가요?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제가 독일에서 라벤스타인을 만난 건 운명 같았습니다. 저는 지휘를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두 달 단수여권으로 무작정 독일에 가서 라벤스타인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지휘를 배우고 싶은데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실 수 없냐고 물었어요. 선생님께서 "어 그래, 그럼 한번 우리 집에 오라."고 흔쾌히 말씀하셨고 제가 그 다음날 찾아갔어요.
전 그동안 제가 어떻게 살았고,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고, 또 어떤 공부를 했는지를 이야기 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한번 쳐보라고 하시고 지휘도 한 번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나이 27살에 지휘를 배운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그러니 지금 귀국해 다시 여권 내고 수속 밟고 하면서 1~2년을 보내느니 내가 너라면 난 안 들어간다."라고 하시는 말씀에 전 그대로 독일에서 입학허가를 받아 바로 유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궁금해요
독일 유학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독일 유학 당시 전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소중했어요. 제가 어느 나라 사람이건, 무엇을 했던 사람이건, 돈이 많건 적건,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고 저를 무시하지 않고 제 꿈과 열정만 보고 기회를 준 독일 사회와 라벤스타인 선생님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나라도 그런 열린사회, 민주주의 사회가 되도록 내가 일조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기획한 것이 바로 울릉도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 청소년음악회 등이었습니다. 전 음악이 필요하거나 듣기를 원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라도 달려가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주회에 온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느끼고 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그 누구의 음악을 듣건 음악자체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안다면 그 음악은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며 제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궁금해요
선생님을 보고 지휘자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을 텐데요. 어떻게 해야 지휘자가 되는가요. 따로 교육과정이 있는 건가요. 아님 연주를 하다가 지휘자가 되는 건가요.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저 때만해도 지휘과가 따로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독학으로 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간 것입니다. 지금은 지휘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지휘를 하기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서 배워오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지휘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피아노 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에 매일 나오는 악기는 아니지만 피아노는 악보를 읽고 화음을 보려고 할 때 필수적입니다. 그 다음으로 악기는 한, 두개 정도 다룰 줄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왜 도움이 되는가 하면 자기가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러면 자기가 지휘자가 되기 전에 지휘를 받아볼 기회가 되잖아요. 그때 지휘에 대해 나름대로의 감이 잡히게 되고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하면서 악기와 오케스트라 전체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게 됩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장악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의 생리를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단원이 되어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악기는 물론 오케스트라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아주 중요합니다.
궁금해요
유러피안 마스터 오케스트라, 모스크바필하모닉, 독일 캄머 오케스트라와 KBS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수장으로 수십 명의 단원을 이끄셨는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사실 지휘자라는 것이 보기는 쉬운 거 같지만 굉장히 힘든 직업입니다. 지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70~80명 단원들과 함께 화음을 만들어가는 일이니까요. 또 단원 개개인 각자가 음악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조율해 나가는 부분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마음으로 한말이 아닌데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단계를 현명하게 잘 이겨내면 지혜를 얻고 다른 오케스트라에 가서는 실수하지 않고 잘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단원들과 소통하는 노하우가 생기고 지휘는 갈수록 좋아진다는 평을 듣습니다.
만약에 단원에게 직접 지적을 해야 될 때에도 오케스트라 전체가 듣는데서 첼로하고 같이 연주해 보라고 합니다. 개인의 문제라고 지적하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듣고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한편 제가 실수를 할 때는 저도 바로 실수를 인정합니다. 그런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좋은 화음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음악을 전공하든 아니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움을 통해 그 앎의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그 다음은 아이디어의 관점입니다. 아주 연주를 잘하는 연주가에게 단순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표현해 보세요. 라고 했더니 100이면 100 거의 연주를 하지 못합니다.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을 연주하는 것에는 능숙했던 사람들인데요. 왜 그럴까요?
그건 바로 연주를 하면서 한 번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테크닉만 익히는데 열의를 쏟았지 내가 표현하는 것들을 깊이 있게 느끼고 생각해 연출해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연주하는 것은 기술자입니다. 그게 아니라 연주자 자신이 작곡가처럼 그 음악을 자기화해 생각해 봄으로써 작곡가의 관점과 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음악을 재창조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는 그런 시간이나 기회를 주지 않는 절름발이 교육을 합니다. 이건 예술가를 키우는 교육이 아니고 단지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에 불과한 것입니다. 음악을 자기화 시켜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연주가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스스로도 자신이 음악을 느끼는 주체가 되어 연주를 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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