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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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interview 이진우 영화감독

삶의 진실을 말하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비추다

이진우   영화감독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울보’가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한데 이어 해외 영화제에서도 상영되며 주목받고 있는 이진우 영화감독을 만났다.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하셨나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요즘에는 영화를 인터넷으로 많이 다운받아서 보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비디오가게에서 대여료를 내고, 아날로그 VHS 테이프를 빌려와서 *비디오 데크에 넣고 텔레비전을 통해 보곤 했거든요. 그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그 때는 세상에서 제일 돈을 쉽게 버는 사람이 비디오가게 주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고 싶은 영화를 맘껏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손님이 오면 비디오를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으니까요.
그래서 비디오가게 주인이나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비디오 데크(Video deck)란? 비디오를 재생하거나 녹화하는 장치
궁금해요
비디오가게 주인을 꿈꾸시다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좋아하는 작품은 사실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정말 너무 어려운데요.
꼭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시고니 위버의 진실(Death And The Maiden)’이라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칠레의 작가인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의 희곡 ‘죽음과 소녀’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요. 이전까지 화려한 액션으로 가득한 대작 영화들을 주로 보았던 제게 색다른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죠.

이 영화에는 등장인물이 단 세 명뿐이고, 이 세 명에게 일어나는 하룻밤의 일을 담고 있거든요. 화려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푹 빠졌었어요. 이 영화를 보고 들떠서 영화 이야기를 신나게 했더니 누나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줬어요. 당시 누나가 ‘로드쇼’나 ‘스크린’ 같은 영화잡지를 즐겨보고 있었기에 그 감독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거죠. 그때 어렴풋이 영화감독이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영화를 볼 때 어떤 감독이 만든 것인지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넘어 영화감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된 만큼 제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품입니다.
궁금해요
대학교 시절에 영화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어떤 교육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저는 전주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전공 특성상 워크숍 수업이 많이 진행되는데요. 워크숍 수업은 한 학기 동안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로 발전시키면서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사실 학교 다니면서 영화를 굉장히 많이 만들고 싶었는데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우선 영화의 소재를 찾는 것도 어렵고, 작품화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도 1년에 한 편씩은 꼬박꼬박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의를 다졌죠. 비록 1학년 때는 배워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영화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2학년으로 복귀하고부터는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궁금해요
영화 소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딱 떠올라서 ‘그래 이거야!’ 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고요. ‘영화화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뭐 없을까?’하며 항상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영화를 보거나,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결정한 소재를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영화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과정이 모여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영화 제작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나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먼저 소재를 정해야겠죠? 영화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특별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굉장히 흥미진진한 사건일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소재가 정해지면,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줄거리를 A4용지 3~4장 분량으로 작성합니다. 그렇게 작품의 줄거리가 흥미롭다는 판단이 모아지면, 대사와 지문을 담는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되게 되죠. 시나리오가 매끄럽게 잘 구성이 되면,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투자자들을 만나 제작비를 투자해달라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시나리오를 배우들에게 돌려서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 역할을 맡아주실 수 있느냐?’라고 섭외를 진행하게 됩니다. 섭외와 투자가 마무리되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 준비가 시작되는데요. 세트를 제작해야할 경우에는 세트를 짓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장소를 섭외합니다. 그 다음에는 촬영을 진행할 스태프를 조직해 촬영 날짜를 정한 다음 촬영을 시작합니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촬영된 원본을 토대로 편집실에서는 편집을 진행하고, 음향 믹싱팀에서는 소리를 믹싱하고, 음악을 삽입하는 작업을 합니다. 마지막에 영상의 색 보정도 하고, 최종 본을 완성한 이후에 극장 개봉날짜를 정하게 되고요. 더 많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알리기 위해 홍보 과정도 진행이 됩니다. 최종적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함으로써 관객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영화 제작 과정의 큰 틀은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궁금해요
지난 해 감독님이 연출한 영화 ‘울보’가 개봉되었고,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하신 바 있습니다. 영화 ‘울보’에 담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울보’라는 영화는 사회복지사에게 우연히 임대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에요.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공급해주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지만, 저소득층인 만큼 부모님들의 맞벌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낮에는 빈집에 아이들만 남게 되는 거죠.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아이들끼리 뭉치고, 뭉친 이들끼리 도둑질을 하거나 나쁜 일들에 연루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도 그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그 아이들도 스스로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을 느끼니까 더 삐뚤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돼요. 그런 상황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거기서 생기는 부작용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어요. 사회복지사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처지를 굉장히 안타까워했거든요. 그 아이들한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자기 눈으로 직접 경험한 직업이 학교 선생과 사회복지사뿐이어서 거의 다 사회복지사나 선생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토대로 영화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 분들이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같이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궁금해요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아무래도 *독립영화이다 보니까 장소 섭외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영화 배경에 아파트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아파트를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섭외를 하고 다녔는데 다행히 섭외는 금방 끝났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주민 분께서 돌연 거부 의사를 표명하셔서 촬영 중간에 아파트를 다시 섭외해야했죠. 사실 아파트에서 촬영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주민들 전체에게 허락을 받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일일이 다 동의를 구할 수 없으니까 일단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는 했는데 찍다보니까 주민들 불만이 속출하는 거예요. 특히 저녁에 촬영할 때는 술에 취한 주민이 와서 시비를 걸기도 했고,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다고 불평을 듣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을 해결하면서 촬영한 과정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네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독립영화란? 상업영화와 달리 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 독립된 영화를 뜻함
궁금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가는 어땠나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보통 완성된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면 ‘관객과의 대화’라고 해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거든요.
‘울보’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어요. 사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본 영화 관계자들이나 제 지인들에게 의견을 주로 들었거든요. 그런데 관객 분들은 저와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 분들이 영화의 장면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또 새로운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제 스스로도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고, 다음에 영화를 만들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많이 하게 됐어요.
궁금해요
영화감독으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영화는 결코 혼자서는 만들 수 없습니다.
제작비의 규모를 따져봤을 때 혼자 소설 쓰듯이 집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 전반에 투입되어야 하는 제작비를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고요. 또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다 같이 창작을 하는 일이다보니까 그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를 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궁금해요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은 어떤 활동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많이 진행했었는데요. 짧은 수업 시간 안에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니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표현해보자’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해요.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표출하는 ‘표현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진을 촬영할 때도 그냥 무작위로 많이 찍기 보다는 이 사진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찍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타인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 사진 안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는 주로 생각하는 것들을 말로 표현하는데 익숙함을 느끼지만, 사진이나 영상 같은 매체에 생각을 담으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궁금해요
최근에는 각 학교에 동아리도 많이 있고, 청소년 영화제도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특별한 촬영 기술이나 방법론이 있다고 하기 보다는 솔직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개인방송이 활성화되면서 볼거리가 넘쳐나고 있잖아요? 영상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고요. 가장 솔직하게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 했을 때, 그 결과물이 기술적으로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지금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창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끝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소년에게 알아두면 도움이 될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진우 영화감독 이진우
최근에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영화를 널리 알려야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요.
특히 독립영화 같은 경우는 극장 개봉이 결정된 상태에서 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해서 영화를 알리는 것이 굉장히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인데요. 국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같은 영화제들이 규모도 크고,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에요. 때문에 이 영화제를 찾은 외국의 영화 관계자나 프로그래머가 이 영화제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의 판권을 구매하거나, 자국의 영화제에 초청하는 등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울보’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을 통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게 되었고, 바르샤바국제영화제는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던 관계자의 영향으로 초청을 받아 상영하게 되었죠.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어서 자신의 작품에 영화자막을 넣어서 직접 출품해도 충분히 상영할 기회가 생깁니다.
중요 영화제의 경우 출품비가 있는 영화제도 있는데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서 출품하게 되면, 출품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중요한 영화제 같은 경우에는 해외에서 프로그래머를 초청하기 때문에 그러한 기회를 통해 해외영화제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간혹 열리곤 합니다. 이런 기회들을 잘 활용해서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멘토인터뷰   https://mentoring.career.go.kr/school/mentor/mentorInterview/listMentorInter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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