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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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interview 소믈리에 서한정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 소믈리에

와인감별사라고도 불리는 소믈리에는 와인에 관한 전반적인 일들을 맡아 관리하고 책임지는 사람을 일컫는 프랑스 말이다. 국내에 와인이 수입되기도 전 처음으로 소믈리에라는 이름으로 와인 대중화에 앞장선 서한정,
그의 향긋한 인생 이야기를들어보자.

궁금해요
요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인 교사직을 마다하고 소믈리에가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범학교에 진학해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1965년 월남파병에 지원해 베트남에서 1년을 근무하면서 해외의 넓은 세상으로 나가자는 큰 포부가 생겨 외양선 무선사가 되려 했지만 실패하고 서울로 올라와 취직을 했습니다. 구두 만드는 공장, 여의도 다리 빔 만드는 공장을 거쳐 1976년에 호텔에 취직하여 2002년 5월까지 소믈리에로 근무했습니다.
처음 호텔에 들어가 소믈리에 임무를 받고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와인이 수입되지 않았어요. 와인수입은 1987년이 되어서야 개방되었으니 현실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와인에 관한 책도 하나 없고 책이 있더라도 모두 원서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간혹 외국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다가 외국인들이 가르쳐주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점차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 일을 끝까지 해서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궁금해요
뭐든지 처음이란 것은 고난과 역경, 도전이 강조되기 마련입니다. 국내1호 소믈리에가 되시면서 어려운 점도 참 많았을 거 같은데 그럴 때마다 다시 도전하게 하는 힘이나 원동력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원동력은 제 자신 속에 있는 도전정신에 있습니다. 와인에 대해서 만큼은 어느 전문가보다 뛰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혼자 독학으로 와인을 공부했습니다. 일본에 작은 아버지가 계셔서 책을 부탁해 원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푹 빠지게 되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와인 분야에서 만큼은 항상 최고가 되어야겠다.’ 라는 생각에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와인의 생산국이 아니라 소비국이기 때문에 전 세계 와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손님이 오셔서 남아프리카 와인이나 칠레 와인에 대해 물어도 항상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와인은 함께 먹는 음식과의 궁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선생님이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계실 당시는 소믈리에가 전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현장에서는 어떠한가요? 상황이 많이 나아졌나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소믈리에는 일반직이 아니라 특수 기술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 직급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직급 테이블이 마련이 되어야 합니다.
소믈리에를 전문직으로 가졌다고 하면 그 사람이 정년퇴직 할 때까지 소믈리에로 근무할 수 있게 구조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이 잘 안되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소믈리에가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60, 70세 된 사람이 현역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오너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소믈리에를 전문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회사의 직급 조정이 필요합니다.
궁금해요
현재 소믈리에를 교육시키는 대학의 학과도 있고, 와인스쿨 등을 통해서 공부할 수도 있고,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소믈리에 과정이 있어 유명한 국제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학생도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인 소믈리에 양성을 위해 어떤 제도가 더 필요하시다고 생각하시나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전문적인 소믈리에 양성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직업학교가 제대로 갖춰져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 안 됩니다. 소믈리에 과정은 와인 양조에 관한 시설도 있어야 하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글라스 종류도 다 있어야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기물들이 다 준비가 되어야하고, 계속 와인을 공급받아야 가능합니다. 와인을 사서 항상 시음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구조에는 대학에서 그런 시설들이 있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 직업학교를 중심으로 전문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유능한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자질이 요구되나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소믈리에는 와인의 맛과 향을 보는 직업이기 때문에 특별한 미각과 후각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그런 능력이 요구되지는 않습니다.
일반사람들도 훈련을 통해 충분히 소믈리에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레몬하고 라임의 향을 구별한다고 한다면 아무리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어도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려워요. 각각의 향에 대해 기억해야 합니다.
와인의 향은 대략 800여 가지로 다양합니다. 일차적으로 기억한 향에 대해 반복훈련을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와인을 많이 시음해야 합니다.
한편 소믈리에는 서비스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융화 시킬 수 있는 포용력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성격이 모나지 않고 부드러우면 더욱 좋습니다.
궁금해요
2000년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로 프랑스 정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농업 공로훈장을 받으셨는데 어떤 상인가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농업공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훈장을 받는 자격은 농업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본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나 상관없이 와인을 홍보하고 와인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선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선정된 후에는 프랑스 대사의 추천을 받고 프랑스 본국의 재심사를 거쳐 수상하게 됩니다. 와인을 하는 사람에겐 큰 영광이 되는 일입니다.
궁금해요
어릴 때 꿈은 무엇이셨나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어릴 땐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첫 직업이 교사이어서 그런지 누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호텔에 입사해 소믈리에를 할 때만 해도 제 꿈과 멀어지는 것 같았는데 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공유하다 보니까 궁극적으로 제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 와인학과의 초빙교수로 와인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고 와인아카데미에서는 후학 양성과 와인 대중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강의를 통해 제가 평생을 해왔던 전문분야를 후학들을 위해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제가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저의 사명이자 기쁨입니다. 특히 와인 쪽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강의를 해야 쉽게 전달이 됩니다.
현장 체험 이야기를 해주면서 이론을 가르치니까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와인은 고급스러운 술이란 오해가 있는데 와인은 다만 문화와 분위기를 가진 술입니다.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알리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선생님은 시대를 앞서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그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고 미래지향적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신다면.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부모의 영향 탓인지 요즘 사람들은 편한 것만 찾아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부들에게 강의하면서 이런 말을 강조합니다. 자녀들의 문제는 본인들이 판단해서 결정하게끔 해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전부 다 부모들이 해주니까 나중에 자녀들이 커서 자신이 결정해야할 문제에 봉착하면 결정을 못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에 대한 기대심리로 부모들이 못했던 것들을 자녀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고 그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부모님을 설득시킬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궁금해요
선생님은 자기개발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 계신가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와인공부 이외에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합니다. 영어와 일본어는 막힘없이 합니다. 그리고 독일어와 불어, 스페인어는 읽을 정도로 합니다. 와인의 세계가 워낙 폭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소믈리에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 외에도 와인이 생산되는 나라에 대한 기후나 토양을 알아야 합니다. 해양성 기후나 지중해성 기후냐에 따라 포도작황이 달라집니다. 토양의 경우도 화강암질이냐 석회암질이냐 점토질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나라별 문화, 요리 문화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소믈리에가 웨이터랑 다른 점은 바로 이런 것 때문입니다.
웨이터는 메뉴를 갖다 주기만 하면 되지만 와인은 주문하는 사람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줘야합니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와인이 달라집니다. 날카롭게 생기신 분은 두루뭉술한 그런 와인은 싫어하고 특징적이고 아주 날카로운 와인을 좋아합니다. 또 음식과 궁합을 생각해서 추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이 공부하고 항상 노력해야합니다.
궁금해요
그동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기준이나 가치관은 무엇이신가요.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제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바로 제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느냐 하는 것입니다. 타인이 나를 인정해 줄때 비로소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되고 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나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와인이란 분야에 대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앞으로 와인을 소재로 한 여행 책을 쓰고 싶습니다.
궁금해요
소믈리에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믈리에 서한정 서한정
첫째로 자기가 소믈리에를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자기가 그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소질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합니다. 소질이 있는 일을 할 경우에 그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가르치는 건 소질이 있으나 장사 쪽에는 소질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와인을 잘 알고 즐겨 마시니까 와인 숍을 하라고 그러는데 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어학공부를 열심히, 꾸준히 해야 합니다. 또한 소믈리에는 서비스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을 다듬어야 합니다. 성격에 모가 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즐겨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처음 시작하면 어렵고 힘듭니다. 그런데 어느 경지를 넘어서면 자신의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되고 내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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