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여러 분야의 진로∙직업 전문가와 사회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직업 세계를 확인하고 진로선택 방법을 알아보세요.

커리어패스

과학분야

(과학) 외국계 회사에서 영어보다 중요한 것은 공학에 대한 열정


전용구 퀄컴 씨디엠이 테크날러지 코리아 이사

비행기를 타면 세계 어디든 24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전화, e메일, 문자 메시지 등을 활용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사람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이런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한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은 어떨까. 
‘외국회사니 혹시 영어를 엄청나게 잘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본사의 지시만 받아서 처리하는 단순한 업무는 아닐까’ 등 외국계 기업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통신회사 ‘퀄컴 씨디엠에이 테크날러지 코리아’(이하 퀄컴코리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전용구 이사(42)의 말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로서 사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입니다. 
영어는 수단일 뿐입니다. 
지식이 충분하다면 영어는 따라오게돼있습니다.”

미디어와 만남이 처음이라는 전 이사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했다. 
꼼꼼함과 신중함을 갖춘 전형적인 엔지니어 모습이다.

세계 최초로 출시되는 휴대폰을 만드는 기쁨

“제가 하는 일은 2G 휴대폰부터 최신 통신 기술인 LTE-A용 휴대폰에 사용되는 통신용 모뎀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입니다.”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듯이, 휴대폰 중에는 ‘디지털 바이 퀄컴’이라는 말이 종종 보인다. 
그 휴대폰에는 퀄컴이 만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의미다. 
이 표시가 없더라도 사실상 잘 팔리는 휴대폰 대부분에 퀄컴의 기술이 들어간다.

퀄컴 본사는 발전하는 통신기술을 휴대폰 속에 구현할 수 있는 통신용 모뎀 반도체와 구동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휴대폰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그러나 수십 개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만드는 수백 개의 모델은 각각의 특징이 있다. 
전 이사가 하는 일은 국내의 유명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휴대폰을 만들 때, 문제가 없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수정해주는 것이다.

“최신 통신기술의 흐름을 가장 먼저 알고, 이를 고객 업체에 제공해주면서 그 누구보다 먼저 첨단 휴대폰이 태어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어떤 분야의 지식을 먼저 아는 것보다 기쁜 것이 또 있을까요?”

국내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 세계 최강의 휴대폰 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제품을 수출한다. 
전 이사는 퀄컴 본사가 주도하는 통신 기술의 흐름을 가장 먼저 습득하고, 고객사들이 이 기술을 최초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짜릿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퀄컴의 솔루션으로 고객사들이 세계 최초로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근에는 LTE-A를 세계 최초로 서비스 했습니다. 
통신서비스회사, 휴대폰 제조업체, 본사를 연결해가면서 7개월을 긴밀하게 협조했습니다.”

전 이사는 많은 사람과 조율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결국 성공적으로 LTE-A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서비스 준비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법은 앞으로 LTE-A 서비스를 하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된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통신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엔지니어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영어는 수단일 뿐, 공학 지식이 더 중요해

“영어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수단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 분야에 지식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퀄컴코리아는 글로벌 업체이니 만큼 본사 또는 해외 다른 지사와 주로 영어로 소통한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전 이사는 어떻게 언어의 장벽을 극복했을까. 
그는 “공학 지식이 있으면 언어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본사 및 해외 지사 엔지니어와 소통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기술적인 것들이다. 
전하고자하는 내용, 관련된 공학적 지식과 단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 본사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맥락을 이해할 수 있기에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저도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영어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영어로 대화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또박또박 반복해서 하면 상대방이 이해를 하니까요.”

우연히 전공한 컴퓨터공학,
이제는 그 매력에 푹 빠져

통신 전문가인 전 이사는 ‘수학능력시험’(당시 학력고사)을 조금 더 잘 봤다면 아마도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듯하다. 
그는 대학 진학 원서에 1지망을 의대, 2지망을 컴퓨터공학과로 적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2지망에 합격을 한 것이다.

“의대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2지망으로 된 경북대 컴퓨터공학과에 그냥 다녔습니다. 
되돌아보니 공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계속 다니면서 전공을 삼게 되었습니다.”

전 이사가 의대가 아닌 공대에 적응해서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던 것은 수학을 잘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 수학에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 했다”면서 “컴퓨터와 수학이 밀접하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수학 공부 비법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문제 풀이 과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를 풀 때 답을 보지 말고 풀이 과정을 중요시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과정은 모른 채 공식에 의존해 답만 내다보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답이 나오는 과정을 꾸준히 리뷰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면 대부분의 학과에서 수학 실력을 필요로 한다. 
그는 “프로그래밍, 통신 프로토콜 원천기술 알고리즘 등도 수학적인 효율성에 기반한 것”이라며 “고등학교나 대학 때 수학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귀띔했다.

전 이사에게 요즘도 수학문제를 종종 풀어보냐고 물었다. 
그는 몇 년전까지 수학능력시험의 수학문제를 풀어봤다고 말했다. 
성적은 어땠을까. 
그는 “어려웠다”고 웃으며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학교, 직장의 선배들이 전 이사의 훌륭한 멘토

전 이사가 대학 졸업 후 바로 외국계 회사에 다닌 것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 벤처기업, 대기업의 경험을 거쳐 현재 다니는 회사로 옮겼다.

“저희 때는 공대에도 학부 재학시절에 군대를 다녀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1학년 때는 대학에 온 해방감에 조금 놀았습니다. 복학 후에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구요.”

전 이사는 복학 후 진로를 정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컴퓨터공학 중에서도 어떤 전공을 할지, 어떤 회사가 전망이 있는지 등을 선후배들 간의 술자리에서 묻고, 조언을 들었다.

“당시에 전자 쪽이 경기가 좋았습니다. 사람도 많이 필요했고요. 
특히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하는 등 통신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 이사는 통신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논리회로 아키텍처,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에 취업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전 이사는 대기업에서 근무한지 2년 정도 됐을 때,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대학원 졸업한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자신의 생각을 실험을 통해 구체화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든든했던 직장을 멀리하고 소신 대로 대학원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박사 과정으로 가지 않고 다시 기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대기업이 아닌 네트워크 장비를 연구하는 벤처기업이었다. 
벤처 열기가 한창이었지만 그가 몸담았던 회사는 결국 어려워졌고, 2005년 퀄컴코리아로 옮기게 됐다.

“제가 회사, 대학원을 다니면서 운이 좋았습니다. 
일을 가르쳐 주는 사수를 잘 만났다고 할까요?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또 선배들이 잘 가르쳐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습니다.”

SLOW AND STEADY WINS THE GAME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에 전 이사는 ‘Slow and Steady wins the Game’이라는 경구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러나 그는 “다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한 뒤에 꾸준히 나아 가야한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고교시절에 꿈을 키웠어야 했는데,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내 꿈이 무엇인지’ ‘적성이 맞는 분야가 어딘지’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입니다.”

그는 진로에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막연히 성적 올리는 공부만 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같이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목표 없이 성적이 나오면 점수에 맞춰 진학하고 또 점수에 맞춰 취업한다. 
그렇게 흘러가다보면 성인이 된 뒤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기업 선호도가 높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대기업도 좋은 일을 많이 합니다만, 중소기업들도 중요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제 역할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대학생이라면 ‘어떤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것보다는 ‘어떤 일이 좋다’는 목표를 세워서 본인의 관심을 구체화하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9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 
회사에서 만족스럽게 일을 할 수 없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또 있을까. 
전 이사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선배가 되고, 좋은 기술 개발하고 싶어

“회사원들이 대부분 같을 겁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지니어로서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큰일을 하고 싶습니다.”

전 이사는 후배 엔지니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고객 회사에 훌륭한 솔루션을 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도 쉬지 않고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기술 시장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서 기술과 관련된 국제 뉴스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특히 해외 매체에 나온 통신 관련 뉴스를 주로 봅니다.”

통신 기술의 흐름이 경제 전체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또 “외국 신문을 읽는 것은 기술 경제 흐름을 살피는 것과 함께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더붙였다.

전 이사는 마지막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인생 후배들에게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 넓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열심히 하면 본사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도 국내 대기업만큼 좋은 기회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루고자 하는 꿈에는 환상이 분명히 있다. 
허황된 꿈을 좇지 않으려면 우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포기가 빠르면 실패한 것이다. 
꿈을 향해 끝까지 가면,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버티면 당신은 그 꿈을 이룬 사람이 될 것이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6637&curPage=5

목록보기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공인 웹 접근성 품질인증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