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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경기인가요.

1996년의 파리 다카르 랠리입니다. 화면으로만 봤던 유명한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는 것이 꿈같은 경험이었구요. 얼굴을 맞대는 것만 해도 영광이었죠. 지상 최대의 경기거든요. 파리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거쳐서, 모로코로 가요. 지중해 넘어서, 거기서부터 사막이거든요. 말리, 기니, 다카르의 세네갈에서 끝나요. 거의 인생의 기로를 다 걸어온 거 같아요. 정말 고생 많이 하고, 우리나라에서 나처럼 고생한 사람이 정말 없을 거에요. 모래바람 소리. 모래 태풍이 정말 대단해요. 영화에서 보는 그 모래태풍이 그대로 있어요.

Q. 선수로서 어려웠던 때는 어느 때라고 할 수 있나요?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고요. 여자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하는 남자 선수들의 시선이 있었죠.

Q. 여성이 자동차 경주 선수로서 유리한 점이 있습니까?

체구가 작은 게 자동차 경주에 유리해요. 그런데 자동차 경주는 강한 심장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여성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Q. 일반 운전하고 자동차 경주는 유사한가요? 그리고 어디에서 자동차 경주를 배울 수 있나요.

자동차 경주는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 같아요. 왜냐면 실제 운전하고 경주를 위한 운전은 많이 달라요. 보통 운전을 익혀 놓으면 그 버릇이 남아서 경주 하는데 더 힘든 거 같아요. 아예 처음부터 자동차 경주를 배우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경주는 차분하게, 끈기있게 해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요즘엔 배우기가 좀 좋은 게, 레이싱 스쿨이 생겼거든요.

Q. 선수들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경기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어요. 그 경기 한 번을 위해 한 달 간 잠을 못 자는 거죠. 집에도 못 가고 밤에는 자동차를 정비하고 테스트를 해야 해요.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는 자동차 경주를 연습하고, 그 이후에는 여러 자동차 부품을 테스트해야 해요.

Q. 자동차 경주 자격증이 있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나요?

네, 자격증(라이센스)이 있어야 경기에 참가할 수 있어요. 경기장마다 별도의 자격증을 따야 해요. 외국의 경기에 참가하려면 그곳의 자격증을 또 따야 해요.

Q. 자동차 경주가 자동차 산업에 이바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일종의 달리는 실험실이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경주하는 게, 자동차의 부품을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해요.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시속 110km이상으로는 달릴 수 없어요. 그런데 자동차의 성능은 이보다 훨씬 높아요. 그래서 자동차 경주장에서만 제대로 실험을 할 수 있는 셈이죠.

Q.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씀이 계신가요?

브레이크는 서기만 하는 역할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은 브레이크가 서기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아시는데, 감당 못 할 속도에서는 오히려 역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브레이크는 밟아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할 때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몸이 상할 수 있어요. 일을 끝낼 때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