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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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리공예가 박선영

유리공예로 자연의 숨결과 편안함을 품다

박선영   유리공예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여러 전시회에 참여하며 한국 유리공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는 그녀를 만나 유리공예가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궁금해요
어린 시절에는 어떤 것들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어머니께서 의상 쪽 일을 하셨는데 의상 재단을 하시고 남은 자투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저는 그걸 주워 활용을 하곤 했어요. 재단을 해서 작은 인형의 옷을 만들기도 하고, 장신구를 만들기도 했죠. 어머니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것은 아니지만, 하시는 걸 보면서 가위질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웠던 것 같아요. 무언가 쓰임새가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궁금해요
유리공예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쪽에 명동성당이 있었는데요. 뒤뜰을 돌아다니다가 성당 안이 궁금해서 들어가게 되었죠. 그러다 성당 안의 창을 보니까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반짝거리는 유리에 매료가 되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궁금해요
유리공예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우리나라에서 유리공예를 가르치는 곳이 많지 않아서 대학교 때는 응용미술과를 전공했어요. 그 뒤로 검색을 해서 찾아보니 남서울대학교에 유리전공과가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입학을 결심했고, 1회 졸업생이 되었죠. 당시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공부해서 만들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렇게 유리공예를 하다 보니 ‘제가 만든 것을 누군가 사갔으면 좋겠다.’라는 목표가 생겼어요. 수익을 원했다기보다는 제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 한 갤러리로 직접 제가 만든 오브제와 액세서리를 들고 찾아갔었어요. 국내에 유리공예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큐레이터 눈에는 제 작품이 꽤 신선해 보였나 봐요. 그 갤러리에서 유리공예품 말고도 다른 소품을 팔 수 있는 판매대에서 판매를 했는데 제가 만든 제품이 판매가 된 거예요. ‘제가 만든 것을 누군가 값을 치루고 가져갈 수도 있구나.’하는 가능성을 봤기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뻤죠.
궁금해요
멘토님의 작품 세계가 궁금합니다. 어떤 작품들을 주로 만들고 계신가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작가들 성향마다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다른데요. 저는 유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것들을 만듭니다. 컵 디자인도 하고, 주얼리와 건축물의 자재 같은 것들도 만들어요. 한국의 디자인이나 정서를 녹여 유리공예 용기 디자인을 하거나 각종 스포츠 경기의 트로피나 상패도 만들어요. 제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도 하고 있는데요. 저희 교육장이 북촌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나 타 지역 관광객들이 많거든요. 한국의 유리공예에 스토리나 문화를 입혀서 그들이 체험하고 가져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궁금해요
판매뿐만 아니라, 전시회를 통해서도 유리공예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많이 있으셨나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유리공예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수님들이 개최하신 전시회 작가로도 참여할 기회가 많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 작품이 판매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전시회에서도 제가 만든 1m 60cm 크기의 거울과 조그마한 미니어처가 있었는데 그걸 사가지고 가신 분도 계셨고요.
중요한 것은 제 작품들을 직접 들고, 갤러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이 갤러리에 전시되면, 그 작품을 보고 또 구매하시는 분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게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도 있게 되었고, 지금의 회사도 설립할 수 있게 되었죠.
궁금해요
유리공예작품을 전시하면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전시를 할 때 많은 분들이 ‘깨지지 않나요?’라고 항상 물어보세요. 저는 '깨집니다. 하지만 저희가 생산한 것은 잘 깨지지 않아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유리는 깨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오히려 유리가 깨져서 득을 본 경우가 있었어요.
코엑스 공예트렌드페어에서 고가의 조명이 나가버린 일이 있었어요. 작품을 올리다가 단이 무너져 버린 거죠. 그런데 제 눈에는 깨진 유리조각이 정말 예쁘게 보이는 거예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좋은 예감이 들었어요. 작품 정리를 하고 전시에 들어갔는데 그 전시 때 1,500만원 상당의 작품이 판매가 됐어요. 그래서 큰 화제가 되었죠. 그날 마침 문화부장관이 오셨단 날이라 이런 전시에서도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판매가 된다며 크게 홍보가 되는 효과까지 얻었어요.
저는 오히려 유리가 깨질 때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 후로 우수업체공예작가로 선정이 되어서 리빙페어에 출전할 때 나라의 지원을 받기도 했고요. 그 후에 기업체가 작품에 관심을 가져서 그 자리에서 3천만 원 상당의 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었고, 우수업체로도 선정될 수 있었죠. 국내에 유리공예업체가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유리공예 작품에 대해 부각이 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궁금해요
강의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교육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미국에서 유리공예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고, 유리의 본고장인 이태리에 가서도 강의를 한 적이 있었어요. 한국관광공사에서 우리나라의 공예를 알리기 위한 전시를 열어서 유리공예가, 한지공예가, 섬유공예가들이 함께 갔었거든요. 이태리는 워낙 유리공예의 전통과 역사가 깊은 곳인 만큼 뭔가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참을 고민한 끝에 한복에 다는 노리개를 유리를 활용해 만들어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가마를 직접 가져갈 수가 없다보니 유리 노리개가 될 만한 것을 반 구워서 가져갔죠. 그리고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의 이름을 물어서 이름을 한글로 쓰는 방법도 가르쳐 드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문양을 유리 노리개에 그려서 기념으로 가져가실 수 있게 했어요. 그랬더니 노리개를 가져가시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시더라고요.
궁금해요
작품을 만드실 때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시나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자연을 통해 얻습니다. 그래서 지금 운영하는 기업의 슬로건도 ‘유리로 세상을 아름답게’ 입니다. 자연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잖아요? 때론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벗이 되기도 하고요. 하늘을 보면 하늘의 푸른빛을 연상해서 푸른 접시를 만들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것을 은으로 유리 안에 붙여 조명을 만들기도 하고요. 또 유리로 주얼리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말 형태의 캐릭터를 잘라서 말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올해는 닭띠해인만큼 닭 형상의 오브제나 미니어처, 주얼리를 많이 만들고 있어요.
제 작품 중에도 ‘휴식’이라는 제목을 가진 크리스털 재질의 의자가 있는데요. 자연의 한 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어려서부터 유리를 보면서 편안함과 행복감을 많이 느꼈었거든요. 제가 느꼈던 것처럼 제가 만든 제품들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치유 받으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궁금해요
유리공예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유리는 차갑고 날카롭기 때문에 베이기 쉽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하다가 다치거나, 피를 볼 수도 있어요. 최근에 어떤 기업체에서 디자인 의뢰를 받아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우리나라 간장 브랜드의 간장병을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그 기업에 간장병 바닥에 저희 기업의 브랜드명을 새겨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 간장병이 유럽에 시판이 되었는데 어떤 외국인한테 연락이 왔어요. 제가 만든 간장병을 보면서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연락을 받고 정말 뿌듯함을 느꼈어요. 유리공예를 업으로 하면서 점점 더 큰 사명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궁금해요
앞으로 유리공예 작품을 통해 어떤 예술세계를 펼치고 싶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제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북촌에는 다양한 분야의 명장 선생님들께서 많이 거주하고 계시는데 공예품을 만드시면서 전통을 계승하고 계세요. 저도 예전에 중앙박물관 복원 사업을 할 때 유리공예 복원에 참여한 적이 있었거든요. 작업을 하다 보니 옛것 안에 편안함이 깃들이 있더라고요. 오래된 디자인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되레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을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민화의 스토리를 유리 안에 넣는다거나 노리개를 만들면서 전통을 현대식으로 잘 이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궁금해요
유리공예가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좋을까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유리공예 공부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교육을 하면서 가졌던 선입견이 유리공예는 전공자만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제 경우를 보더라도 어릴 적에 천 조각을 잘라서 쓰는 것이 즐거웠고요. 그러다보니 유리 안에 들어가는 은을 자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느껴졌어요. 뭐든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다방면으로 접해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하는 일도 소재가 유리일 뿐이지 유리가 액세서리가 되기 위해서는 금속을 알아야 해요. 또 조명이나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재를 알아야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재에 상관없이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부재료에 대해 잘 알아야 중심을 잘 설계할 수 있거든요. 처음에는 여러 가지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궁금해요
유리공예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드릴게요.
유리공예가 박선영 박선영
유리공예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선배로서 두 팔 벌려 환영할게요. 모르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물어보세요. 유리라는 소재가 뜨겁고, 다루기 힘들다고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이걸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작업하다보면 쓰임새 있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작가도 될 수 있어요. 한 번 시작해보세요.
출처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멘토인터뷰   https://mentoring.career.go.kr/school/mentor/mentorInterview/listMentorInter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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