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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노화 정복 꿈을 실현한다


박종화 테라이젠이텍스 연구소장

지난 추석 국내외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호랑이의 게놈 지도가 완성돼 공개된 것. 
테라젠이텍스라는 유전체 게놈 분석 전문기업이 공동연구를 통해 호랑이의 게놈 지도를 완성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이번 호랑이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범과 동물 게놈보존과 연구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대형 포유류의 게놈을 분석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결과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인 박종화 박사다. 
박 소장은 현재 테라젠이텍스 게놈사업부 사장인 동시에 연구소장, 순수 비영리 민간연구재단인 게놈연구재단의 대표이사장,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나노사이언스학과 겸임교수로 공식 직함만 3개다.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자리잡은 테라젠이텍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고등학교 때 반 석차 32등이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소년

박 소장은 어렸을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취미였을 정도다. 
박 소장은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일을 하거나 인생이 바뀐 경험은 거의 없다. 
학문도 특별한 계기나 우연으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학교를 간 적은 없다.

박 소장은 어릴 때부터 자연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중1 때 자연과학 중에서도 생물학, 그리고 동물학과 수의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좋아서 했다기보다 그냥 하라고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그러던 중 고2 때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들이 정해준 기준이나 잣대에 끊임없이 쫓겨다니고 있었다는 자각이었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라고 하니까, 또는 안하면 안되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중대한 인생의 결심을 했습니다. 
부모님이나 교사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인지 검증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박 소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반 석차가 32등까지 급전직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는 것이다.

“중고생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반 석차 32등 했을 때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계기라고 느꼈던 것입니다.”

“좋아하는 공부를 하자”

고등학교 시절 박 소장이 깨달은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목적에 위배되는 게 많다는 것이었다.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게 괴로웠다. 
리고 인생이 길어봐야 80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런 깨달음은 그에게 큰 충격인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계기가 됐다. 
바로 노화를 정복해보고 싶다는 꿈이다.

“당시 1983년부터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래서 게놈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다 컴퓨터로 분석해서 이해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고2 때 게놈 연구를 해야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그 때 8비트 컴퓨터가 처음 나왔습니다. 
컴퓨터를 보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도 컴퓨팅으로 가능해질 것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게놈과 컴퓨터 두가지를 함께 하는 것으로 결심했습니다.”

당시부터 박 소장은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을 시작했다. 
그 때 미군 기지 근처에 가면 영어로 된 컴퓨터 잡지들이 널려 있었다.
그런 책을 사서 코드를 베껴서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그 때는 너무 몰랐던 게 많았고 지금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화를 정복하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됐고 지금까지 한번도 목표가 바뀐 적이 없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문적으로 생명이 무엇인지 이해하길 원했고, 이런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응용하면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어서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뒤 제약회사나 생명공학 회사를 만들어 실제로 항노화 약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 소장의 부모님은 남에게 간섭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공부하라는 얘기도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박 소장은 부산시 청학동 판자촌에서 어렵게 자랐다. 
동물과 자연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어릴 때 이 곳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했던 점은 부모님들이 간섭하지 않고 부모님의 방식대로 그를 다루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거 하면 안된다, 저거 하면 안된다라는 얘기를 부모님에게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의대보다는 수의학으로 유학의 길에 오르다

박 소장은 의외로 의대를 싫어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사가 싫었고 병원도 싫었던 것이다. 
의사라는 집단이 권위가 있고 권력이 있으면서 갑의 지위를 갖는 그런 집단이라는 게 싫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피를 보는 것도 싫고 아픈 사람, 죽어가는 사람을 보는 것도 싫어했다. 
인생이 너무 비참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래서 서울대 수의대를 진학했다. 
수의과 커리큘럼을 쭉 훑어보니 생명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의대는 의학도 배우고 약학도 배우고 생물학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86학번인 박 소장이 서울대 수의대에 입학했을 때 한국 사회는 한참 민주화 투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박 소장은 생각했다. 
런 사회에서 노화 연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목숨 바쳐 소위 시위를 해서 사회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든 다음에 연구를 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지금부터 연구에만 매진하는 게 맞는지 계산을 했다. 
만일 시위를 했다면 목숨 걸고 해야 하는데 이 길은 아닌 것 같았다고 한다. 
공부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2~3개월 동안 고민하다가 1학년 때 자퇴했다.

“공부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런데 노화 연구를 하자고 마음먹고 노화 관련 서적을 찾아보니 한글로 된 서적은 딱 한 권 뿐이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학문을 하려면 무조건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것을요. 
그래서 스코틀랜드 에버딘 대학 동물학과에 유학을 갔습니다. 
부만 하려고 제일 구석에 있는 에버딘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공부하던 시절은 너무 행복하고 환상적이었습니다.”

창업, 그 쓰디쓴 경험

박 소장은 외국 유학 시절 창업 비슷한 것을 대여섯번 했다.
하버드 의대 연구원으로 있을 때 의대생이 함께 창업하자고 제안한 게 첫 번째였다. 
그 학생이 MIT 교수들을 아니까 함께 하자고 했다. 
그래서 1998년에 생명정보학으로 창업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또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할 때 창업하고 실패했다. 
한국에 와서도 창업한 경험이 있다. 
모두 생명정보 관련 기업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으며 현재 테라젠이텍스 게놈사업부도 상황이 그리 여의치는 않다. 
과연 박 소장이 보는 창업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제일 큰 이유는 100% 열정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팀원들이 창업 회사에 완벽하게 올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창업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목숨 걸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최근 창업 멘토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의 조언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업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치밀하게 완벽하게 계산해서 움직여야 하는 게 창업이며 절대 운에 맡겨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자신이 그렇게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너무 어렵습니다. 
연구나 국가센터 운영이나 출연연에서 일하는 것보다 창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게 어렵습니다. 
교수들이 연구하다가 자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기업가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까.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게놈 사업의 선구자 되겠다

박 소장은 테라젠이텍스에서는 생명정보학을 활용한 게놈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게놈연구재단에서는 순수 게놈연구를 한다. 
나노사이언스학과 겸임교수로는 IT BT와 게놈정보를 활용한 교육 및 연구활동을 한다.

박 소장이 개발하는 게놈 상품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게놈 서열을 아주 빨리 싸게 읽어서 연구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것, 게놈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해서 개개인의 유전적 형질을 정해주고 형질에 맞춰서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컴퓨팅과 게놈 정보, 생명 정보를 융합해서 지식산업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중 두 번째는 우리 건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유전자 타입이 A이기 때문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인구집단에서 얼마 정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 수술을 한 것도 이런 게놈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식산업 상품으로는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합쳐서 장비를 만들고 여기에 게놈 관련 개인 예측 서비스나 연구자들이 쓰는 해독정보서비스를 융합시키는 것이다. 
이는 하드웨어도 팔고 프로그램도 팔고 서비스도 파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걱정과 불안은 인생에 절대 도움 안돼

많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박 소장은 젊은층에게 걱정하지 말고 불안해하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 소장은 “시험에서 꼴찌 해도 세상이 두 쪽 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중고생은 스트레스와 불안함이 너무 많은데 인생을 길게 보면 깨달을 때 되면 깨닫고 할 때 되면 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두 번째 메시지는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물론 게임 같은 것에 빠져 지내라는 말은 아니다. 
보다 발전적이고 건전하고 좋은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장난감이든 책이든 과목이든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직업에 대한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비판적인 사고를 상실한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잘못 하다가는 우리나라가 매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우리가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가 어려워지는 건 순식간의 일인데 가장 빠른 지름길은 목적에 위반되거나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면서 어디에 종속되게 만들어갈 때입니다.”

행복함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일이나 시험, 공부에 매여서 불행하게 스스로를 학대하는 수준으로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대학 교육이나 직업 관련해서 젊은이들에게 자유를 줘야 하고 가장 아름다운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해야 사회가 건전해집니다. 
예를 들어 의대 진학이나 벤처 창업이 돈을 위한 목적이라면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돈을 좋아하면 파이낸스 전문가가 돼야 하는 게 아닐까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6672&cur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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