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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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멘토

interview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자연의 빛깔로 예술혼을 물들이며 전통의 명맥을 잇다

홍루까  하늘물빛천연염색연구소 천연염색전문가

천연염색의 미학과 이로움을 널리 전하는 전통공예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전통매듭장인이었던 어머님의 영향 덕분에 전통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란 청년은 천연염색 원단들이 바람에 날려 아름답게 나부끼는 광경을 보고, 천연염색의 진정한 멋에 눈을 떴다. 그 이후 20여 년간 천연염색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하며 대표적인 국내의 천연염색전문가로 우뚝 선 그는 많은 이들에게 천연염색의 미학과 이로움을 널리 전하는 전통공예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문과 기능을 겸비한 전통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그를 만나 천연염색전문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궁금해요
어린 시절에 전통 예술을 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저희 어머님은 50년 가까이 전통매듭장인으로 활동을 해오셨어요. 화학적으로 가공된 실로 매듭을 지어오시다가 1970년대 중반쯤으로 넘어오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셨다고 해요. ‘화학 실 대신 옛날 우리 조상들처럼 천연염색으로 실을 염색해서 직접 매듭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천연염색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해요. 그 당시에는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가르치는 곳도 거의 없다보니 일본에서 교재를 사다가 그것을 번역해서 혼자 연구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고등학생이었는데 염색을 하다보면 힘든 과정들이 굉장히 많아요. 손빨래하는 것과 유사하게 큰 크기의 원단을 치대고, 짜고 하는 과정이 굉장히 고단하다보니 어머님을 자연스럽게 도와드리게 된 거죠. 실크 원사에다가 천연염색을 해서 그 실로 매듭을 짜는 과정들을 많이 보면서 자라다보니 자연스럽게 천연염색을 친숙하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궁금해요
어머님의 영향으로 예술적인 소양을 쌓는데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예술을 전공하셨나요?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천연염색을 눈여겨보면서 자랐고,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색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20대 때에도 노랑, 빨강, 파랑 등 컬러풀한 옷을 좋아했고요. 그러다보니 색감에 대한 감각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는 발달했던 것 같아요.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디자인을 전공하다보니 색깔에 대한 공부를 더욱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죠.
궁금해요
쪽빛은 자연의 빛깔을 뜻하는데 특히 그 자연의 빛깔에 매료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전통매듭을 업으로 하시던 어머님의 주변에는 공예활동을 하시는 주변 지인들이 많았는데요. 전통 자수 인간문화재, 전통한복 연구가, 전통매듭 전문가 등등의 분들이 매년 여름만 되면 함께 모이셔서 2박3일간 염색을 같이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시곤 했거든요. 어느 날 어머님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따라나섰던 적이 있었어요.
한복에서 한 필이라고 하면, 20미터 정도가 되는데 보통 한 필씩 염색을 했거든요. 길이가 굉장히 길다보니 선생님들과 함께 염색을 하고, 염색한 천을 빨랫줄에 너는 것을 도와드리기도 했죠. 그러다 힘이 들어서 잠시 평상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그때 형형색색 널린 천연염색 원단들이 바람에 날려 펄럭이는 게 정말 장관이더라고요. 평상시에 그렇게 천연염색을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천연염색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웠나?’라는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그날 이후로 천연염색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익숙한 것에 대한 새로운 재발견이었죠.
당시 저는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 천연염색에 대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만 해도 시중에 출판되어 있는 책이 2권정도 밖에 없어서 대학교 논문을 찾아서 보면서 정보를 얻기도 했고, 책에 나온 대로 그대로 흉내내보면서 더 빠져들기 시작했죠. 그러던 차에 제가 하던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천연염색을 주업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천연염색 일을 시작한지 20년 정도가 됐네요.
궁금해요
천연염색 중에서도 특히 쪽 염색 명인으로 유명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쪽 염색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신 까닭은 무엇인지요?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쪽 염색’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염색의 방식입니다. ‘쪽’이라는 식물이 일년생 식물인데요. 아무래도 쪽이 일년생 풀이다보니까 실을 받은 다음에 또 농사를 짓지 않으면 그 식물은 그냥 멸종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화학염색이 도입되면서 쪽 염색을 안하다보니 쪽이 완전히 멸종되어 버린 거죠. 저희 어머니께서 매듭실에 염색을 하면서 쪽이라는 것과 대체할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하시고, 어떻게든 그것을 다시 키워야겠다는 열망을 품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까지 가셔서 밥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정도 되는 양의 씨앗을 구해 오셔서 그 씨앗을 심어 다시금 쪽 염색을 부활시키게 된 거죠.
그리고 이 지구상에서 자연색소, 자연색깔 중에서 이렇게 파란 색깔이 나오는 것은 쪽이라는 식물 한가지 밖에 없어요. 굉장히 독특하고, 특별한 풀이죠. 일반적인 염색들은 대부분 다 끓여서 거기서 색소를 추출해서 염색을 하는데 쪽이라는 것은 유일하게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염색이 돼요. 그만큼 그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경우는 쪽 염색을 하는 사람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어요. 인간문화재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예능 보유자'를 일컫는 말인데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는 것은 그 기능과 기술을 후대에까지 쭉 이어 내려가야 할 필요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쪽 염색이라는 것은 온도와 발효의 정도에 따라서 색깔이 천차만별로 나오기 때문에 언제 하더라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오랜 세월 쪽 염색에 심취하게 되었고, 20년간 쪽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게 된 셈이죠.
궁금해요
전통예술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사실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간다는 것은 특별한 사명감이나 그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다면, 정말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전통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지만, 전통예술이라고 해서 너무 옛것 그대로만 고수하려고 하면 결코 발전이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토대는 전통을 밑바탕으로 하되, 좀 더 현대적인 것과 접목을 해서 발전을 해야 전통공예도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들이 톱질을 직접 했다면, 요즘에는 기계로 톱질을 더욱 간편히 할 수도 있고요. 물을 끓일 때도 장작불을 사용하기보다 가스 불을 사용할 수도 있죠. 또 무늬를 만들 때 종이에 칼을 대고 파는 방식 대신에 공판화의 한 기법인 실크스크린(silk screen) 기법을 접목할 수도 있고요. 전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대적인 것과 같이 접목을 해서 발전해나가면 훨씬 더 전통예술이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궁금해요
천연염색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그 난관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저는 천연염색 연구소를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천연염색전문가 분들은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고 계세요. 그 이유는 천연염색이라는 것이 물과 원단을 널기 위한 장소, 이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거든요. 지방이나 시골은 넓은 마당에서 지하수도 퍼서 쓸 수 있고, 원단을 널 자리도 넓은데 저 같은 경우는 한옥 마당에서 하다 보니까 물도 수돗물을 쓸 수밖에 없고요. 장소가 좁기 때문에 행동 범위도 좁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가장 애로사항인 것 같아요. 그런 연유로 지방으로 옮겨가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이 있었는데요.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염색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접근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시골이나 지방에 있으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오기 어려우니까요. 도심에 있기 때문에 아이나 학생들, 외국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옥이 좁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지키게 된 것이죠.
궁금해요
멘토님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천연염색은 모시나 면, 비단 등 자연섬유에 물을 들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상당히 이롭다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요즘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주부들이나,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분들 사이에서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그래서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토요일마다 북촌 문화센터에서 천연염색을 가르치고 있고요. 주중에는 공방에서 천연염색 강좌도 열고 있어요.
제가 늘 아쉽게 생각해온 것은 쪽 염색을 비롯해 천연염색 분야에 대한 학술과 기능을 겸비한 전문가가 드물다는 사실이었어요. 전통공예의 특성상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가업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만큼 염색 방법도 도제식으로 전승이 되어 왔거든요. 이제 그런 방식으로 전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전통문화 분야에도 좀 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학문과 기능을 겸비한 전통예술인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와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배우고 터득한 내용을 생생하게 전하면서 천연염색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과 후배들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꼭 현실화시키고 싶습니다.
궁금해요
특별히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우리의 부모가 없다면, 우리가 없듯이 우리의 전통문화와 역사가 없었다면, 지금 현재의 발전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옛것에 대한 진정한 가치와 미학을 알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해요
전통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천연염색전문가 홍루까 홍루까
전통문화나 전통 공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직접 도전하려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꼭 공예뿐만이 아니라, 미술·공예·스포츠 등 모든 예체능 분야는 본인이 정말 좋아서 미칠 정도로 빠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해서 내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라거나 ‘잘 먹고 잘 살 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자기가 좋아서 한다면, 그 분야에 더욱 열의와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노력하다 그 분야에서 최고 장인이 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명성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축구 선수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어요. 박지성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살았다고 해요. 그런데 그 먼 거리를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대요. 축구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는 그런 열정과 노력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었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천연염색을 하면서 자연의 색깔에 매혹되면서 돈보다는 이 일 자체에 빠져서 20년을 보내왔어요. 그러다보니까 수입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명성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무엇을 하든지 간에 본인이 좋아서 미칠 정도로 빠질 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출처   원격영상 진로멘토링(https://mentoring.care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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