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페이지로 >>>

성 명 : 유요한
소 속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직 위 : 교수
인터뷰 일시 : 2009년 9월11일(금) 오후 2시
인터뷰 장소 : 서울대학교 5동 409호

원래 종교학과를 선택한 동기는 특정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의 종교를 다른 종교들과 같이 비교하면서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믿는 종교의 전문가가 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종교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에서는 인문대 여러 학과의 전공수업을 들었습니다. 서양사학을 부전공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교학만큼 인간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학문분야도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문대학에 있는 종교학과는 종교를 통해서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원시사회부터 고도로 발전된 문화를 가진 현대사회까지 세계 어느 문화든 종교라는 형태는 다 있었기 때문에 폭넓고 심층적으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은 바로 종교학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거기에 반해서 종교학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다 종교학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다만 종교학은 인문학이 가진 모든 특성, 예를 들면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부분들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문학과 연관된 지적 호기심이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또한 적성이라기보다는 기질적인 부분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종교학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모든 현상은 애정을 가지고 접근할 때 객관적인 학문을 하면서도 깊은 성찰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교과목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윤리 교과목에서 조금 종교를 가르치고, 미션스쿨의‘종교’과목에서 다루어집니다. 그리고 역사나 세계사 등에서 종교사가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역사나 세계사 등의 교과목이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종교학이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니만큼 철학이나 문학 관련 교과목들도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학교들은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서열화가 되어 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제가 근무하는 서울대 어느 학과를 나오더라도 자신감 있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마저도 사라진 듯합니다. 학생들은 종교학을 졸업하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또는 종교학이라는 학문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으로서 종교학과의 정체성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종교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전부 종교학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인문학적 특히 종교학적 시각을 가지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 가서 그것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기업체의 홍보 담당자라든가 신문이나 잡지 등 언론 매체의 기자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영화평론가라든가 글쓰기 등 다양한 문화계의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이나 혹은 사회과학이나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우리 고등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이야기라서 죄송한데, 꼭 종교학과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종교학이라고 해서 꼭 종교만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 깊이 있게 성찰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인간에게 어떤 성향이 있는지, 왜 인간이 종교적일 수밖에 없는지, 그 존재의 의미나 영혼에 대해서 갈망하는 것은 왜 그런지 여러 가지 다양한 독서의 경험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 끊임없이 비판하고 성찰하는 훈련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교학이 좋아서 종교학을 선택했습니다.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평생을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들어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인문학적인 흥미를 느끼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 종교학입니다. 너무 현실 속에만 눌려 있지 말고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면서 미래를 만들어 갈 용기가 있는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학생 여러분들과 같이 공부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인쇄하기상단으로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직업능률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