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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 고형진
소 속 :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직 위 : 교수
인터뷰 일시 : 2009년 7월 20일(월) 오후 2시
인터뷰 장소 :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본관 220호

원래 막연하게 국문학이나 영문학 등 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대학을 진학하려고 할 무렵인 고3 때 저는 대학이라는 곳이 굉장히 거창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굳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다른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며 대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나 진실 등을 공부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 고려대 국문과는 계열별 모집이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학부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 다양한 분야 중에서 국어교육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국어교육과는 명칭 그대로 국어를 가르치는 학문을 하는 곳입니다. 국어는 모국어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국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국어교육과에 적성과 소질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과목 중 당연히 국어 과목이 가장 관련 높다고 할 수 있겠죠. 더불어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서 관련된 여타 다른 과목들도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입니다.

국어를 평소에 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국어라는 것이 그냥 우리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국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국어를 잘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어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세부적으로 문법도 알아야 되고, 한자어도 많이 알아야 합니다. 또한 자기표현을 고급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그런 좋은 표현이 들어 있는 문학도 알아야 되고, 문학 가운데에서도 현대문학과 고전문학을 골고루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막상 대학에 들어오면 생각했던 것보다 국어의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고, 배울 것도 많아 많은 학생들이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흥미 있어 하기도 합니다. 또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 국어교육과에 들어 왔다가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학문에 빠져서 대학원에 가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사범대학은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겠지만 목적대학이기 때문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면 교사자격증이 나오고, 그 자격증을 가지고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립학교는 각 사립학교에서 바로 교사를 선발하고, 공립학교는 임용고사를 통해 교사를 채용하게 됩니다. 또한 국어라는 것이 모국어의 표현을 배우는 것이고, 모국어 안에는 여러 가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 등 그 세계의 생활 방식이 녹아있기 때문에 배우는 분야가 상당히 넓습니다. 따라서 교사 이외에 방송국이나 신문사, 광고회사, 출판사 등으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학문이 좋아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계속 공부를 하거나 대학에 남아서 학자의 길을 걷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국어교육과에 진학하기 위해서 특별히 준비해야 할 사항은 없습니다. 특별히 인문학에 대한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이 아니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책 읽기를 좋아하고, 문학에 대한 흥미가 남보다 더 많다면 아무래도 대학에 들어와서 더 빨리 학과의 전공에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말을 참 잘 합니다. 글도 잘 써요. 그 이유는 학생들이 글을 쉽게 쓰고 읽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인터넷이라는 아주 편리한 공간이 있어서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쉽게 말하고, 또 쓴 것을 쉽게 지우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이전 아날로그 시대에 자기가 직접 연필을 깎아서 글을 쓸 때는 글을 쓰는 것이 지금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신에 굉장히 정성들여서 또박또박 글을 쓰고 하나의 문장을 표현할 때 심혈을 기울이고 깊이 생각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그렇지 못해요. 아마도 글쓰기 환경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편리하다 할 수 있는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글을 쓰고 말을 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글이나 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실존 그 자체입니다. 자기가 말하는 것이 곧 그 사람 자체라는 뜻이지요. 쉽게 말하고, 쉽게 말을 바꾸고 또 함부로 말하게 되면 그것이 곧바로 본인의 인간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글을 쓰고 말을 할 때 좀 더 신중하게 또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서 했으면 좋겠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가 필요합니다. 특히 동서의 고전들, 문학작품이나 철학, 심리학 등 인문과학 서적들을 폭넓게 읽고 깊은 사유 속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아서 말을 진지하게 하는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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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한국직업능률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