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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 이재범
소 속 :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섬유미술전공
직 위 : 교수
인터뷰 일시 : 2009년 8월 25일(화) 오전11시
인터뷰 장소 : 덕성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308호

미술 하는 사람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벽에다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만 보면 뭔가를 그리게 되죠.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손으로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찰흙 등을 주무르고, 손으로 촉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직물은 액자에 걸어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톡톡함’을 느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전공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섬유미술도 미술의 한 장르 안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미술을 하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적성, 즉 창의적인 생각과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소질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 스스로 자꾸 연습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분야에 비해서 섬유미술은 만지는 것, 촉감성이 중요합니다. 소재를 잘 모르면 아무리 디자인이 훌륭하고 모양이 예뻐도 싸구려가 되기 쉽습니다. 섬유의 공학적인 요소와 소재의 성질 그리고 디자인의 창의성이 잘 만났을 때 좋은 가치를 지닌 작품이 나옵니다. 따라서 과학적인 사고도 게을리 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테크닉이라고만 생각하기가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과 인문학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이나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문학 교과목들 예를 들어 국어나 사회, 역사 등의 포괄적인 교과목들이 미술과목과 함께 더불어 중요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은 뭔가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서 그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업시간에 프리젠테이션 즉, 발표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새로운 것을 던져 주고 사람들에게 발표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덕성여대가 여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학생들이 많이 수줍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발표에 대한 훈련도 외국의 학생들에게 비해서 훈련이 덜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도 잘 그리고 다 잘 만들어 놓고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좀 안타깝죠.

취업은 크게 의상디자인 분야와 인테리어디자인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섬유·의류제품 생산업체, 유통업체, 디자인 전문업체 등에서 일할 수 있으며 의상패션디자이너, 머천다이저 등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사실 의상디자인 분야보다 인테리어디자인 분야가 훨씬 범위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호텔 로비에 들어가는 직물 중 커튼이나 의자, 바닥재 등 모든 것들이 인테리어디자인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요즘에는 건축물에도 섬유가 들어가고, 나사우주복도 특별히 제작한 특수섬유가 필요합니다. 그밖에 백화점이나 무대디자이너 등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섬유미술로 조형적인 작업을 하는 전업 작가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가끔 학부모님들은 물론 학생들을 보면 목표는 있는데, 목적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목표는 갖고 있는데, 반면 그 후의 생각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꼭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거나 그래서 일반적으로 의사나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도 좋지만 목적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했으면 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보다 훨씬 이해력이 빠르고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그것은 나쁜 말로 계산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보다는 목적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이상을 넓히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야망을 갖기 바랍니다.

옛날에 고흐라는 화가가 있고, 렘브란트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고흐는 렘브란트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고흐는 평생 ‘난 어떻게 하면 렘브란트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책방에 가면 오히려 고흐의 작품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줍니다. 그렇듯 자신의 분야에 완전히 젖어 있어야 뭔가가 보이게 됩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습니다. 99도까지는 선생님이나 주변의 도움이 있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이 가능합니다. 100도에서 확 끓어야 그제야 뭔가 새로운 것이 조금씩 나오거든요. 그때까지는 자신이 계속 노력하고, 찾고, 젖어 있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 인생도 디자인입니다. 어떻게 살고 설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든 것들이 디자인입니다. 굳이 섬유미술이 아닌 그 어떤 분야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항상 자신의 분야에 깊이 빠져있고 젖어 있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런 사람만이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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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한국직업능률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