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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기록과 분석을 통해 선수를 우승의 길로 이끌다


김정아 프로배구 전력분석가

전력분석이란 선수가 공격, 토스, 블로킹 등을 몇 번을 했는지 단순하게 수치를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선수가 어느 방향으로 공격을 하는지, 그 방향은 크로스 또는 스트레이트인지, 블로킹을 할 때는 어느 방향으로 공을 때리는지, 선호하는 공격코스는 어느 방향인지 등 선수의 성향과 경기 흐름을 분석을 하는 것을 전력분석이라고 말한다.

스포츠 선수의 전력을 분석해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훈련 방향을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전력분석가이다. 
전직배구선수인 김정아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전력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관련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고 있다.

부상으로 배구 선수의 꿈을 접고 시작한 기록 일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정아씨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늘 아버지 옆에 누워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친구들의 미술시간 숙제를 대신해줄 정도로 그림그리기를 즐겼다. 
그런 그녀가 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이미 170센티미터가 넘었던 그녀의 키 때문이었다. 
운동에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그녀는 중학교 3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배구를 시작했다.

그녀의 키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179센티미터까지 자랐다. 
속해서 자라는 그녀의 키 만큼 주위의 기대도 커져갔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운동만 아니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지쳐갔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코치를 태우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연습을 하고,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 연습도 끊임없이 했지만 약했던 그녀의 체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게다가 배구는 3년의 선수생활 경력으로 대학에 입학하는데, 중간에 허리디스크를 앓게 된 그녀는 선수로서의 길은 물론 대학 진학도 막막하기만 했다.

대학에 가는 것도, 실업팀에 가는 것도 전부 포기한 그녀는 다른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으로 생각되던 은행원이 되기 위해서였지만, 그녀는 남들보다 유독 컸던 키 때문에 고객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로 번번이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로부터 단순통계기록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받은 그녀는 종이에 ‘바를 정(正)’자를 쓰는 기록 작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어느 날 배구협회에서 기록원을 뽑는다는 것을 듣고 지원했어요. 
는 배구에 관한 경력이 있어서 기록을 담당하는 자리에 입사할 수 있었죠.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기록이지만 그때 했던 일이 지금 하는 일에 기반이 되었어요.”

아마추어 배구가 프로 배구로 바뀌면서, 그녀는 컴퓨터를 전공한 친구와 통계학을 전공한 친구, 기록을 하는 친구와 모여 새로운 기록 분야를 개발했다. 
기록에서 나아가 분석을 배우고 싶어진 그녀는 점점 더 기록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한 분석보다는 분석에 살을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가 시작한 것이 바로 ‘동작분석’이었다.

“당시에는 ‘분석가’라는 직업이 없었어요. 
‘알면서도 못 막는 게 배구야’라며 그냥 ‘감’을 믿는 게 낫다고, 분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감독님들이 많았죠. 
분석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이탈리아에서 온 김우천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이끄는 팀이 그해에 우승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이 분석의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그 다음해에도 우승을 하자 삼성과 현대 남자배구팀에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여자팀에는 적용하지 않았죠.”

분석 능력은 선수 지도력의 한 부분

“매년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매년 바빠요. 
작년에 했던 것을 올해 또 하기 때문이죠. 똑같은 대회, 똑같은 예산, 똑같은 결산을 하는 데 매년 바쁜 거예요. 
저는 발전 없이 계속 쳇바퀴 돌 듯 사는 게, 비전 없이 사는 게 힘들었어요.”

협회에서는 김정아씨가 자꾸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수치를 기록하는 것은 누구나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니 직업으로 삼을 만한 체계와 발전된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될 후배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여자팀 분석가로 있던 그녀는 결국 배구협회를 나와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힘든 현실이지만 분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

“제가 존경하는 김성근 감독님도 분석을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아드님이 분석관이기도 하죠. 
그랬기 때문에 하위팀이었던 SK팀을 잘 이끌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감독님의 지도력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분석능력도 지도력의 한 부분이거든요.”

경기나 시합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4~5일씩 밤을 새우고 세수도 못한 채 다시 경기장으로 갈 때도 많다. 
첫 주에는 상대팀을 분석하기 위해 모든 경기장에 나가고, 숙소에 들어와서 정리하는 데 또 네댓 시간이 걸린다. 
선수들이 쉴 때도 쉴 수 없는 힘든 직업인 데다 보수도 안정적이지 않고 직업으로서 제대로 인정도 받지 못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팀을 이루어 분석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교 분석하는 일, 수치를 모으는 일, 가공하는 일 등 역할 분담을 해서 한 팀에 두세 명의 분석가를 두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혼자서 그 일을 다 하고 있어요. 
점점 중요성이 인식되고 직업으로서 정착이 된다면 팀을 이룰 것이고 그만큼 인원도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경희대학교, 강남대학교, 남서울대학교 등에 관련학과가 생겼는데 축구와 같이 인지도가 높은 종목을 위주로 분석을 하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도 남자팀의 분석가는 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여자팀의 경우는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그 일을 한다. 
이들은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선임이 가르쳐준 것을 배워서 하거나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일을 하다가, 아는 만큼 후임에게 가르쳐주는 식이다. 
그녀는 구전으로 전수될 만한 내용과 양이 아님에도 아직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분석가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실력을 갖춘 분석관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여자 청소년의 경우, 집안 문제나 어려운 사연을 안고 있는 학생들은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기 쉬우니 엄마처럼 다독여주어야 하죠. 
서브를 잘하는 친구에게는 서브를 맡겨 자신감을 갖게 하여 위축되어 있는 마음을 풀어주기도 하고요. 
남학생들에게는 짧고 명확하게 말하죠. 
남학생들은 이야기를 길게 하면 정신이 다른 곳에 가더라고요.”

김정아씨는 이렇게 코치가 하는 역할까지 하다가 오해를 받아 입장이 난처해진 적도 있었다. 
그녀는 코치의 자리를 침범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독에게 코치보다 신뢰를 받는 경우도 있어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럴 때면 그녀는 감독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듣고 코치와는 사적인 자리에서 오해를 푸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보다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실력을 제대로 갖춘 분석관이 필요해요. 
단순한 타이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여 적용할 것인지, 어떻게 선수들의 기량에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분석관이 배출되어야 하죠. 
분석이나 기록을 미디어에도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싶어요.”

야구나 축구는 대중에게 인기가 많다보니 전문가들도 점점 많아지는데 배구는 비인기종목이 되어 선수의 성향이나 실력에 대한 이야기보다 선수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다. 
대중들이 다양한 분석자료를 접하고 대중들 스스로 게임을 분석을 하며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그녀는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여러 방송국에 분석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이 직업을 이렇게까지 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최근이에요.
제일 후회되는 것은 목적 없이 일했던 시간들입니다. 
재미있게 일할 때도 그냥 ‘재미있다’ 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생각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김성근 감독님이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실제로도 철저한 데이터와 분석을 토대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기록은 그저 모아 놓은 정보일 뿐 힘이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기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한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배구선수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석관

“전력분석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접근하려면 배구선수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배구의 전문 용어, 선수들만 알고 있는 손짓 사인까지 다 이해해야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자기 시간을 포기하며 노력해야 해요. 
선수들이 쉬니까 나도 쉬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선수들이 나갈 때 같이 나가고 선수들이 쉴 때 분석을 해야하니 휴가도 없고요. 
선수들이 휴가를 가면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런 각오와 노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어렵고 고된 일이에요.”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배구인이 아닌, 이 직업에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외부의 인재가 분명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아직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이라 일반 학생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통계를 전공한 학생들이 도전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므로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 분석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배구를 할 때 에이스였던 사람은 없어요. 
주전자를 들어봤거나, 볼을 주워봤거나, 운동을 잘했지만 키가 작다는 이유로 감독에게 그만둘 것을 권유받은 사람들,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운동을 하는 친구들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운동만 하잖아요.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 운동선수들만 그렇죠. 
그러다 보니 이 아이들이 운동을 그만두면 할 게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가장 속상한 것이 바로 그 점이에요. 
이런 배구선수들이 저에게 와서 분석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김정아 씨가 회사를 차린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녀는 이 사람들 때문에라도 회사를 크게 키우고 싶다. 
그녀의 목표는 5년 안에 사옥을 짓는 것이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59&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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