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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미술)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을 화폭에 담다


김물길 아트작가

2014년 4월, 경희대 미술관에서 한 여대생의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된 400여장의 그림은 모두 경희대 미술학과 07학번 김물길씨의 작품이었다. 
2011년 12월에부터 22개월, 673일 동안 46개국을 여행하며 현지 사람들과 동식물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그녀는 자신을 ‘아트작가’라고 소개했다.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면 끝까지 여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009년, 물길씨가 대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그녀가 다니던 대학에서 ‘워크캠프’라는 프로그램의 지원자를 모집했다. 
형편 상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그녀는 무료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신청서를 냈다. 
운 좋게 워크캠프 1기로 합격하게 된 그녀는 프랑스에서 3주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 제가 영어를 잘 하지 못했는데, 그 곳에 한국인은 저 뿐이라 어떻게든 영어로 대화를 해야만 했어요. 
초급수준의 영어였지만 신기하게도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죠. 
아무래도 봉사활동을 위해 온 외국인 친구들이다보니 쉽게 마음을 열어주어서 소통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림을 전공하는 저는 그림을 그려서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어요.”

그녀는 프랑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영어 못해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프랑스에서 보낸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 인생의 소중한 시간 10위 안에 드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이후 그녀는 낯선 외국인과의 만남처럼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면 끝까지 여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거든요. 
사실, 좋아한다는 표현보다는 그림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평생을 살고 싶거든요. 
해외에 나가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저의 그림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에 그림을 그리며 여행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이후 아트로드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3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비를 모았어요.
처음에는 반대하시던 부모님께서도 나중에는 허락을 하셨죠.”

여행을 다니며 다른 작가와 콜라보레이션 하는 작가 ‘블루’로 인해 그녀는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펜으로만 그림을 그려도 충분하다는 점은 그녀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 스타일을 찾게 되기까지 ‘블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블루’라는 언더그라운드 작가가 있어요. 
‘블루’는 선으로만 형태를 표현하는 라인 드로잉으로만 작업을 하는데, 종이 뿐만 아니라 벽이나 바닥에도 작업을 해요. 
제가 벽화를 시작하게 된 것도 그 작가의 영향이었죠. 
덕분에 2년 반 동안 벽화 그려 돈을 벌기도 했어요.”

지인들과 그림을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물길씨는 여행을 하며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리고, 또 글을 썼다. 
재료는 여행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펜이나 도구를 사용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그림을 그리며 보내는 시간에 행복감을 느꼈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장소, 느낌은 고스란히 그녀의 일기장에 기록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오래토록 소중하게 남기고 싶은 기억들을 그림과 글로 남기며 여행을 계속했다.

“그림을 오래 그렸기 때문에, 저만의 ‘그림관’이 있어요. 
‘절대 나 혼자 그림을 그리고 쌓아놓지 않는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그림은 그리지 말고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에요.”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혼자서만 봐야 했다. 
그녀는 여행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곤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때 마침, 한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그림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그녀는 메일로 그림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일이 메일로 그림을 보내드리다 보니 제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네이버에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어요. 
제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고, 그림을 올렸죠. 
언제 그렸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그림을 올리다보니 점점 블로그 방문자가 늘어가더라고요. 
이웃도 생기고 신기했어요.”

지인을 위해 시작한 블로그에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그림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일기를 올리거나 사진도 함께 올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블로그에는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쌓여갔다. 
그 덕분에 여행 중간에 그녀는 팬시업체에서 그녀의 그림으로 팬시용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저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제 그림을 담은 엽서가 판매가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빅이슈’라는 잡지에서 연락이 와서, 그림을 재능 기부 하게 되었어요. 
새로 저의 그림을 그릴 필요 없이, 제가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을 가져가서 쓰는 방식으로요. 
‘내 이야기가 나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일기를 쓰며 제 이야기들을 글로 써도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여행을 떠나면서, 스토리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내가 경험한 것들을 경험해보았을까’ 또는 ‘내가 하는 생각을 해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매일 일기를 쓰면서 기록해나가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일상적인 것을 기록하는 수준이었다면, 갈수록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로 바뀌었어요. 
제 이야기들을 글로 써도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여행하던 중 경비가 조금 부족했던 물길씨는 신한은행에서 주최하는 <청춘 여행기>라는 공모전에 글을 보냈다. 
그녀가 멕시코에 있을 때 1주일동안 친구 집에 머물며 여행기를 쓴 것을 보냈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그 여행기로 대상을 받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2013년 10월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녀에게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몇 주 안 되어서 홍익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미팅을 하고 싶다고요. 
제가 그린 그림에 대한 포스팅을 보았다고 하시면서 그림에 대한 스토리를 적어서 몇 꼭지를 보여줄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한 30장 정도의 그림에 짧은 글을 적어서 출판사에 보내드렸죠. 
홍익출판사에서 너무 마음에 들어 하시면서 계약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홍익출판사도 좋은 출판사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를 찾았다. 
그렇게 그녀는 ‘랜덤하우스’라는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고, 2014년 7월 <아트로드(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를 출간하게 되었다. 
책 출간을 앞두고 전시와 강연을 하며 사람들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그녀는 ‘여행작가’, ‘그림작가’라는 두 가지 이름을 모두 갖게 되었다.

“책이 나온 후 부모님은 정말 많이 좋아하셨어요. 
제 이야기를 가지고 책을 내고 강연도 하는 것을 굉장히 뿌듯해하세요. 
요즘은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가 나온 것들에 대해 모니터 해주세요.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강연이나 출판에는 전혀 관심도, 계획도 없었어요. 
‘건강하게 긴 여행을 잘 마치고,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와서 복학하고 졸업 해야지!’가 계획의 전부였거든요. 
저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을 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저를 여행 작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저는 사실 여행가로 남고 싶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행을 간 것이지 여행이 좋아서 간 것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여행을 갔기 때문에 남길 수 있는 그림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하며 영감을 많이 얻었거든요.”

물길씨는 여행 때문에 미뤘던 학업을 이어가다가 내년 여름 방학 즈음 다시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 했지만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트로드 프로젝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저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받게 되었던 것이죠.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꿈을 꿀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이 순간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하고 즐겁게 하면 되는 거예요.”

여행을 다녀온 후 즐겁게,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오는 날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그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드는 에너지를 아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데 쓰는 편이 낫다고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에게 느껴지는 아우라와 향기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서 선물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얻었죠. 
가까운 시일에는 불가능하겠지만 평생에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그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이 진로를 찾아주고,
스스로를 성장시키게 될 거에요

물길씨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기보다는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 자신의 진로를 찾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대학 시절 동아리활동,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으려면 많은 음식을 먹어봐야 알잖아요. 
누군가에게는 맛집이어도 자신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자신에게 맞는 일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해봐야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쉽게 진로를 정할 수 있기도 했지만, 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제 진로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어요.”

그녀는 아트로드를 위한 경비 2500만원을 모으는 동안에도 벽화그리기, 미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지도, 디자인 회사에서 일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그녀는 2년 반이라는 시간은 돈을 버는데 써야했지만 그녀에게 있어 그 시간은 보다 값진 경험과 기회로 그녀에게 되돌아왔다. 
그녀는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당연히 버려야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을 아까워하기보다는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가 돈을 벌고 싶었다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거예요.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에 다니며 그림은 취미로 그렸겠죠.
하지만 저는 사는데 있어 돈보다는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래 살면 100년 정도 살텐데 사는 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방향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5&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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