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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종자는 나의 힘”

몬산토코리아
유광진 몬산토코리아 이사

“‘몬산토’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세요?”

몬산토코리아 충남 세종시 조치원 육종연구소에서 만난 유광진 이사는 인사 대신 이런 질문을 건넸다. 
몬산토코리아는 세계 최대의 종자기업인 몬산토의 국내 지사로, 국내 종자기업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유 이사는 “흔히 몬산토라고 하면 프랑켄슈타인이나 무시무시한 괴물을 떠 올린다”며 “이는 몬산토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을 개발하기 때문에 생긴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사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조금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실 몬산토에서 유전자를 변형해 개발한 종자는 한 가지 품종이 대규모 재배가 가능한 옥수수 등 2~3개 곡물에서만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채소 작물은 품종이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지역별로 이들 품종을 기르는 데도 차이가 나는데다 심지어 유행을 타기도 해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 개발에 드는 시간과 노력,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모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몬산토에서는 채소의 경우, 전통적인 육종방법으로 품종 개발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진짜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어요. 
몬산토에서는 씨를 딱 한 번만 쓸 수 있게 씨 안에 유전자 장치를 넣어 놓는다는 거예요.”

유 이사는 “이러한 장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씨를 한 번만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이 채소 품종들이 교배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길쭉한 호박과 납작한 모양의 호박을 교배해서 동그란 호박 종자를 만들었다고 하자. 
여기서 얻은 종자를 심으면 동그란 호박이 나온다. 
그런데 이 호박에서 거둔 씨를 뿌리면 자연적으로 유전자가 다시 재조합 돼 도로 길쭉한 호박부터 납작한 호박까지, 다양한 모양의 호박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씨를 한 번만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교배종을 사용하는 이유는 수확량, 병에 견디는 정도, 재배용이성 등의 특성들이 종자를 받아서 재배하는 일반종 보다 훨씬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 유 이사는 “몇몇 채소 품종들은 종자를 생산할 때 웅성불임성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추가로 말했다. 
꽃가루가 발생하지 않는 특성을 ‘웅성불임성’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종자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면 교배종 종자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농민과 종자개발자 이어주는 다리

긴 인사를 마친 유 이사가 명함을 내밀었다. 
그런데 유 이사가 있는 본부의 이름이 생소했다.

“기술개발(TD·Technology Development) 본부인데, 몬산토가 특히 강조하는 특이한 조직이에요. 
몬산토에서 개발한 종자와 농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죠.”

유 이사는 몬산토 연구개발팀이 개발한 판매전 단계의 종자를 실제 농가에서 시험하여 판매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일을 한다.

또 농민에게 판매 이후에는 이들을 직접 만나 각 종자의 특징과 함께 종자에 맞는 적절한 재배법을 설명해 준다. 
이때는 교육 형식으로 강단에서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직접 농가를 방문하기도 한다. 
유 이사는 “농가마다 토양이 다르고 농법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봐야 딱 맞는 설명을 해 드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방방곡곡의 농민 분들을 실제로 만나니까 그분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들을 수도 있어요. 
시장 상황을 가장 먼저, 또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셈이죠. 
저는 여기서 들은 내용을 다시 개발팀에게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탄생한 새 품종도 있다. 
몬산토코리아의 방울토마토 ‘유니콘’ 품종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방울토마토는 일본 품종을 많이 길렀어요. 
그런데 이 품종의 문제는 잘 터진다는 거였죠.”

이 방울토마토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농민들은 하루에 한번 씩, 무르기 전에 빨리 따야 했다. 
또 아무리 빨리 딴다고 해도 잘 터져 버리는 토마토가 많았다. 
더운 여름, 비닐하우스 안에서 땀 흘리며 노력한 결과가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였던 것이다.

유니콘 품종은 이를 극복했다. 
유니콘 방울토마토는 과실이 단단해 잘 터지지 않아, 1주일에 한 번만 수확해도 됐다.

유 이사는 “이 일을 하며 농가에서 ‘이 품종을 심어서 돈 많이 벌었어요’ 하는 소릴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농가 소득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도록 돕고, 또 이런 종자를 농가에 제대로 알리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찾은 종자의 길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유 이사에게서는 농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이런 마음은 어디서 온 것인지, 혹시 어렸을 때 농가에서 자란 것은 아닌가 물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농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은 딱히 없었고, 그저 고등학교 때는 이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의 학창시절도 지금 청소년들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 할 시간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으레 남자는 이과, 여자는 문과로 갈리게 된다. 
또 이과 남학생들은 공대나 자연대에 가야겠거니 생각하고, 몇 번의 시험을 정신없이 치르면 어느새 대학생이 된다.

이과 고등학생인 유 이사가 택한 전공은 원예학과였다. 
유 이사는 당시 ‘그래도 원예학과에 입학했는데, 어디 가서 원예학이 무엇이라고 설명할 줄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원예학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에 실험실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때 실험실 생활은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교과서 밖에서 만난 원예학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유 이사는 식물의 조직을 배양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학부를 마친 뒤 그대로 대학원에 진학해 조직배양(식물 조직의 일부를 영양소가 들어있는 배지에서 키우는 것)을 공부했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멋진 품종을 개발해 보고자 국내 최고의 종자회사인 ‘흥농종묘’에 들어가 종자개발자로 일했다.

양파 같이 변화무쌍한 삶

“그때부터 전 늘 지금 이 자리에 있었어요. 
다만 회사가 계속 바뀌었을 뿐이죠.”

유 이사가 입사할 때만 해도 흥농종묘는 탄탄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때 멕시코의 종자회사인 ‘세미니스’에 인수됐다. 
당시 많은 국내 기업이 맞아야 했던 운명을 흥농종묘도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 2005년 몬산토는 세미니스를 인수했다. 
그 바람에 유 이사가 있는 연구소는 몬산토코리아의 육종연구소가 됐다.

여러 차례 회사가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유 이사의 담당 식물도 바뀌게 됐다. 
원래 호박 품종을 개발했던 유 이사가 당근 품종을 맡게 된 것이다. 
당근은 다른 품종보다 종자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
지만 새로 당근을 맡은 유 이사는 오히려 ‘우수한 당근 종자를 좀 더 빨리 개발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석사 과정 시절 공부했던 조직배양을 떠올렸다.

‘조직배양을 이용하면 당근 종자를 더 빨리 얻을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생각으로 조직배양을 이용한 당근 품종개발에 매진하였고, 결국 유 이사는 이 연구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호박과 당근 외에도 멜론, 오이, 양파 등 유 이사는 다른 작물도 많이 연구했다. 
이중 유 이사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유 이사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양파”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모진 고생을 시켜 미운정이 들었을 법한 호박이나 당근을 예상했지만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양파는 아주 다양합니다. 
변화무쌍해요. 
개발한 품종을 쭉 세워 놓으면 흰색, 연한 보라색, 짙은 보라색, 보라색 등 색이 다양하고 구의 크기도 천차만별이죠.”

양파는 육종법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 이사는 “양파의 변화무쌍한 면모를 보면서 새 품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장 재미없는 작물은 오이라고 했다.
그는 “오이는 결과를 빨리 볼 수 있지만 유전자 풀이 적어서 ‘그놈이 그놈’ 같다”고 말했다.

호박 개발자부터, 당근 개발자로, 그리고 지금은 개발본부를 떠나 TD본부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유 이사의 삶이 어쩌면 양파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그는 이런 변화무쌍한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은 값진 재산

“‘꿀 수박’이나 ‘금싸라기 참외’ 들어 보셨죠? 제가 개발 일을 할 때는, 저도 그런 대표 품종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을 쭉 늘어놨을 때 정말 한 획을 긋는 그런 대단한 품종 말이죠.”

재미와 긍지를 가지고 실험실에서 늘 품종 개발에만 힘써 오던 그가, 갑자기 지금의 TD본부로 돌아서게 된 것은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

“몬산토에서는 3~4년에 한번씩, 꾸준히 조직 개편을 합니다. 
물론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개편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사정이 좋을 때도 계속 조직을 변화시켜요. 
이런 변화를 통해 회사가 성장한다고 보는 거죠. 
실제로 이런 변화가 지금까지 몬산토가 성장해 온 방식입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부서를 이동하게 될 기회가 많이 생깁니다. 
그게 몬산토의 규칙이죠.”

유 이사도 이런 변화 과정의 일환으로 품종 연구개발직을 그만두고 TD본부로 오게 됐다. 
처음에는 유 이사도 오랫동안 몸담았던 품종 연구개발 업무를 그만둔다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되려 TD본부로 오게 된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TD본부에 오고 나서야 정말 농민이 원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품종연구개발에만 매달릴 때는 몰랐던 것들이 TD본부에 온 뒤로는 보인다고 설명했다. 
품종개발 측면에서 원하는 품종과 농가에서 원하는 품종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오히려 시장에 맞춘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직접 품종개발을 위한 연구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품종을 상용화하기 바로 전 단계에서 ‘농가시험’이라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잖아요. 
개발과는 다른 측면에서 ‘연구’라는 막중한 업무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는 또 “계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회사에서 언젠가는 또 다른 부서로 옮겨 다른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며 “변화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쌓은 풍부한 경험이 모두 다음 일을 위한 양분이 될테니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한 번 해 보세요. 
당시에는 ‘이걸 왜 하나’ 하는 마음이 들지 몰라도, 분명 인생의 어느 과정에 멋진 도움을 줄 테니까요. 
그러니까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세요.”

유 이사는 지금처럼 변화가 많은 시대일수록 더욱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13&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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