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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분야

(애미네이션) 달력에 그렸던 수많은 낙서로 이룬 디자이너의 꿈


이만중 ‘라바’ 캐릭터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스토리나 배경에 맞게 구성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하는데,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다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개성 있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창작해 내는 게 관건이다. 
스토리가 먼저 나오고 캐릭터가 곤충인지 동물인지, 어떤 성격인지,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결정되면,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 다음에 캐릭터 디자이너가 캐릭터를 제작한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는 이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애벌레 ‘라바’는 이만중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한 소년은 자라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똘똘 뭉친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었다. 
폭소의 아이콘 라바를 탄생시킨 그는 현재 <투바앤>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재미있는 표정을 묘사하기 위해

이만중 디자이너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콘셉트를 정해주는 사람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캐릭터를 그리고 또 그리는 작업을 했다. 
캐릭터가 정해지면 제일 먼저 그 캐릭터를 정밀 묘사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도 생기고 노하우도 쌓여서 지금은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곤충으로 결정 되면 그 곤충의 날개와 다리, 더듬이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그려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것을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변형시키는데, 이때 이만중 디자이너만의 비법이 따로 있다고 했다.

“말하기 쑥스러운 방법인데요, 저는 웃기게 생긴 개그맨들을 찾아갑니다. 
처음에 쇠똥구리라는 캐릭터를 그릴 때도 ‘허둥9단’이라는, 특이하게 생긴 개그맨을 찾아가서 얼굴 표정을 한참 관찰했어요.”

곤충이면서도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간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곤충 캐릭터에 사람 느낌울잘 녹여 내는 게 관건이다. 
그렇다고 너무 사람처럼 행동하면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곤충의 느낌 역시 살려야 한다. 
한 번에 완성되는 디자인은 없다. 
몇 번의 수정, 보완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디자이너가 3D 작업까지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졌을 때 어떤 느낌인지, 색깔은 어떤지, 심지어는 모델링 후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캐릭터의 성격과 습관까지 제시해주어야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갈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팀은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해서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 웃거나 말할 때 입이 어느 정도 벌어지는지 그런 것까지 함께 3D로 정리해서 최종으로 넘기고 있어요.”

낙서로 다져진 만화디자이너의 꿈

이만중 디자이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장래 희망이 만화디자이너였다. 
선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미술학원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기 때문에 따로 그림을 배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형이 다녔던 유치원에 들어간 이만중 디자이너는 벽에 걸린 형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했다. 
유치원생 형이 그렸던 거북선 그림,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의 거북선 그림이 너무 멋있어서 똑같이 그려보려고 노력했지만 형보다 잘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달력에 낙서를 하는 것이 이만중 디자이너의 취미가 되었다. 
커다란 달력 뒷면에 선을 그어 반으로 나눈 뒤 형은 저쪽, 자신은 이쪽에 앉아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종이가 너무 커서 꽉 채우려면 하루 종일 그려야 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미술이라기보다는 그냥 낙서 수준이었지만요. 
한때 소방관,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죠. 
그렇다고 만화가가 되기는 싫었어요. 
만화가는 골방에 혼자 앉아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애니메이션을 하자니 똑같은 그림을 수백 장씩 그려야 한다더라고요. 
캐릭터 한 개씩만 그리고 싶었으니까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장래 희망 란에 만화디자이너라고 썼던 것 같아요.”

학교에 미술부가 있기 했지만 같이 하는 친구들이 없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 
농사일로 바빴던 이만중 디자이너의 부모님도 그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몰랐다. 
어느 날 TV에 소개된 예술고등학교를 보고, 그곳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가 쓸데없는 소리 말라는 핀잔만 들었다.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만중 디자이너는 대학에서만큼은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입시 준비를 한 적이 없었기에 실기시험을 봐야 하는 대학은 다 떨어졌다.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학교에 들어갈 성적도 안 되었던 그는 다행히도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좋은 애니메이션 학교에 지원할 수가 있었다. 
4명이 지원한 가운데 이만중 디자이너는 4등이었지만 운 좋게도 2등, 3등이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바람에 원하던 대학교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하는 행운을 잡았다.

“형이 공부를 잘했어요. 
그림도 잘 그렸지만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미술을 포기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죠.
그런데 저는 공부는 안 하고 이상한 낙서만 하고 있으니 부모님 보시기에 어느 대학이든 들어간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별 반대 없이 애니메이션학과에 들어갔고,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부모님이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나며 물으시더라고요.”

신기하기만 한 대학생활

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는 미술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운 학생들보다는 만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마니아) 기질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과제가 많아서 1학년 때는 정신이 없었고, 군대에 다녀와 2학년으로 복학한 뒤에는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시골에서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리며 혼자 놀던 그에게 대학생활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플로피 디스켓을 컴퓨터에 넣는 방법도 몰랐어요. 
타자도 80타 겨우 쳤고요. 
태블릿은 물론 포토샵이라는 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제일 신기하고 좋았던 것은 나처럼 그림 그리는 친구가 많다는 거였죠. 
저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숨어서 혼자 그림을 그렸는데, 대학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니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하지만 금세 적응이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작업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은근히 경쟁심이 생기기도 하고요.”

축구나 야구처럼 여럿이 모여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이만중 디자이너는 그동안 자신이 왜 혼자서만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덕에 그는 대학생활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할 때는 대충대충 해도, 열심히 해도 봐주는 사람이나 판단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만족하는 데서 그쳤지만 대학에서는 달랐다. 
자신의 그림을 누군가 보고 평가를 해주니 그림 그리는 맛이 더했다. 
그렇게 캐릭터 디자인을 하겠다는 꿈이 구체화되었다.

포트폴리오 준비만 1년 반

이만중 디자이너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어려워 1년 반 동안 포트폴리오만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애니메이션 학과를 나온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임회사 쪽으로 가고 싶어 했다. 
월급이나 대우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아직 기반을 잡지 못한 상황이라 월급은 적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다는 소문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게임회사로 몰리다 보니 그 분야로 취직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텍스타일 디자인 회사였다. 
섬유에 무늬를 디자인하는 일로, 사장님과 둘이서 일하던 작은 회사였다. 
그곳에서 1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때마침 그에게 기회가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친구와 함께 ‘투바앤’에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합격한 친구한테서 얼마 전 캐릭터 디자이너가 그만두었는데 혹시 일할 생각이 있느냐며 연락이 온 것이었다. 
기회다 싶었지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라는 말에 걱정이 앞섰다. 
게임회사에 들어가려고 준비했던 포트폴리오는 전부 칼을 들고 싸움을 하는 전사 그림뿐이었다.

“제가 주말마다 지인들과 운동을 하는데, 아는 분이 가게를 시작한다고 곤충 캐릭터 30마리만 그려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었어요. 
급하게 그려서 가져다 드린 게 떠올라 찾아보니 그 파일이 남아있더라고요. 
루 만에 급하게 그린 것이라 자신이 없었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서 그것을 투바앤에 제출했죠.
그렇게 지금의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이만중 디자이너가 투바앤에 입사했을 당시 회사에서는 「오아시스」라는 애니메이션을 프랑스 회사와 공동 제작 중이었다.
메인 캐릭터는다 나와 있었고, 그는 매회 들어가는 소품이나 배경 디자인을 맡았다.
스토리가 나오면 필요한 물건들을 파악한 다음 그 물건들을 디자인했다. 
동시에 ‘라바’도 진행했는데 레드, 옐로, 바이올렛 디자인을 끝내고 이 세 마리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캐릭터들을 디자인하는 작업도 했다.
몸이 두 개,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캐릭터가 하나 하나 완성될 때마다 뿌듯함으로 피곤을 떨쳤다.

현재 캐릭터 디자이너 팀장을 맡고 있는 이만중 디자이너의 꿈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그가 인턴들이나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기술적으로 배우려고만 하지 말로 일단 많이 그리라고 합니다. 
무작정 많이 그리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관찰해서 그리고,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왜 그 부분을 못 그리겠는지 잘 생각해보는 것이죠. 
그럼 답이 나올 거예요. 
그렇게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많이 그리라고 말해줍니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드로잉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드로잉만 된다면 프로그램 툴을 익히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 툴은 한 달이면 누구나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중 디자이너는 젊은 친구들이 컴퓨터를 다루는 것을 보며 놀랄 때가 많다면서, 자신이 금방 따라잡힐 것 같다며 웃었다.

인재를 채용할 때 학력을 보지 않는 것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포트폴리오를 우선시하여 면접을 제의하기 때문에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 
포트폴리오는 첫인상이기도 하니 신중하고 성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캐릭터 디자이너의 세계에 뛰어들어 일하기 위해서는 인맥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계발도 필요하고요. 
그림만 잘 그린다고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는 않아요. 
이야기를 잘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죠. 
토리 안에서 캐릭터의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어떻게 행동했을 때 가장 매력적인지 다 고려해서 복장 하나하나 심지어 단추 하나의 디자인까지도 연결되어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이만중 디자이너는 책을 많이 읽고, 스토리를 많이 써보고, 기획하는 연습을 많이 해볼 것을 권했다. 
이야기를 만든 다음 그안에 들어갈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연이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캐릭터를 그리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지만 의미 있는 작업인 것이다.

취미를 직업으로 생각해보라

“지금 방황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꿈을 정하고 준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아마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러니 취미로라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취미를 직업으로 한번 살려보세요.”

많은 학생들이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고, 꿈이 없이 대학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 점수 맞춰서 올 때만 해도 재미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지만 그런 친구들에게도 좋아하는 취미는 한두 가지씩 있게 마련이다.

이만중 디자이너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곧 퇴근 시간이기 때문에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런 그도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니만, 그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었다.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생각하는 것’이다.
리고 쉬는 시간에는 그림에서 손을 떼고 야구나 축구 동호회 사람들과 경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 보상 없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면 일이 즐거워서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될 거예요. 
회사 출근해서 퇴근 시간만 바라보며 일하는 사람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될 겁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84&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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