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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미술) 정직하게, 재미있게, 쉽게 쓰는 미술비평


반이정 미술평론가

반이정 씨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미술 전시회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에 대해 평가하는 미술평론가다. 
그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거나, 기업과 관공서의 요청을 받아 강연을 하기도 하고, 공모전이나 입주 작가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아트스타 코리아’같은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이지만, 무엇보다 그를 유명인으로 만든 것은 그의 독특한 생각과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영문과 졸업 후 미술대학원으로

반이정 씨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는 학생이었다. 
그림을 잘 그려서 미술 대학에 다니던 누나를 따라 미대에 입학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미대에 입학하지 않았다.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기였고,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거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그 때 영문학과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주위의 말에 그는 영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영문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한다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았어요. 
미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미대 수업을 많이 들었죠. 
현대미술에는 실기보다 아이디어로 작업하는 개념미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미술이론 쪽으로 진학하기 위해서였어요. 
비전공자가 미술실기 수업에 들어가 전공자들과 겨루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워낙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터라 수업을 다 이수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죠.”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미술관 기획자로 들어가서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을 했다. 
인턴이었지만 하는 일은 인턴이 아니었던 점에 불만이 생겨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을 때 그는 미술평론 공모를 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공모전에 참가해 당선이 되면서 그는 평론가로 등단을 했다.

“2002년 「월간미술」이라는 미술잡지 12월호에 첫 번째 글이 실렸어요.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비평이었고 그 다음해부터 매달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원고를 썼어요. 
지금은 미술잡지 외에 일간지나 주간지에도 비평을 쓰고 있어요.”

미술평론가들의 안전한 글쓰기

반이정 씨처럼 공모에 당선이 되어 등단을 해도 비평을 직업으로 삼고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등단을 한 다음에 가장 좋은 생존법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글을 쓰는 것’, ‘재미있게 쓰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다른 평론가들과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비평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평론가가 문장을 잘 못써서 읽기가 힘들뿐이지 내용의 깊이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이정 씨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글을 재미있게, 잘 읽히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생각하는 비평은 비판적으로 글을 써서 읽는 사람들에게 변별력(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가리는 능력)이 생기도록 돕는 것이다.

“미술은 보통 아주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아요. 
글을 잘 못쓰기 때문에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뿐이죠. 
미술평론가들은 주로 미술계 안에서만 생존하기 때문에 견제를 당하지도 않고 비평가의 비평문화에 대해 지적하는 일도 없어요. 
이런 문화가 정착 되면 후배나 관련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계속 비슷한 글을 쓰게 되겠죠. 
그런 안전한 글쓰기는 큰 돈벌이가 되지 않겠지만 꾸준히 일이 들어오기 때문에 거기에 안주하고, 그 탓에 비평문화가 발전하지 못해요.”

‘미술평론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만든 데는 관람자들의 탓도 있다.
관람자들은 미술을 자주 감상하지 않는다. 
그는 미술 자체는 많이 발전하여 좋은 작품이 나와도 그것을 알아보는 관람자가 없고, 쉽게 접근하여 평론을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술평론가에게 필요한 능력

미술평론가에게 필요한 능력으로는 먼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들 수 있다. 
그 다음은 글을 잘 쓰는 능력이다.
글을 잘 쓰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훈련으로도 익힐 수 있다. 
그 다음은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반이정 평론가는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라고 말한다. 
‘글 쓴 사람의 진심을 담고 있는가’가 글에 무게를 실어준다. 
또 하나를 들자면, 자신에게 시각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영화 시사회에 부지런히 다니고 있어요. 
영화는 미술과 같은 시각예술 분야이고 그 안에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내용을 빠르게 분석하고 문제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한 달에 열두 편까지 보는 경우도 있는데, 보고 와서는 짧든 길든 꼭 리뷰를 씁니다. 
그리고 저만의 별 점을 매기죠. ‘두 개를 줄까? 두 개 반을 줄까? 그래! 두 개 반을 줘야겠다.’는 식으로. 
이런 과정이 판단력 기르기와 글쓰기 훈련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전시도 다른 비평가들에 비해 많이 보는 편인데 관람 후 리뷰를 쓰는 것은 전시도 마찬가지인데, 공간예술이라서 스토리텔링을 찾아내기가 어렵고 의미가 함축적이기 때문에 영화만큼 길게 쓰지는 않더라도 빠뜨리지 않고 꼭 쓴다고 했다. 
그러한 훈련은 그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반이정 평론가는 미술 평론가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두 가지 일을 떠올렸다. 
2010년 말, 그는 서울예고 2학년 여학생에게서 자신들의 작품에 글을 써달라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매년 학교에서 과제전을 하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하고 싶어서 서울예고가 위치해 있는 평창동의 한 창고를 대관해서 전시를 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서교예술실험센터’에 문의해 전시공간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고, 작품에 비평을 써주는 대신 공간 대관에 대한 기획안을 제공해 학생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과제전을 치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 하나는 ‘비평의 지평전(展)’이라는 전시인데 비평가가 작가가 되어서 작품 전시를 했던 재미있는 경험이다.
당시 그 전시에 참가했던 비평가들은 모두 미대 실기를 전공했던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밀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일을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그곳에서 관객 대상 인기투표에서 그는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 
장난감 같은 자전거를 만들고 영상작업도 하며 열중했던 시간으로 그의 기억에 남아 있다. 
또 하나는 ‘아트스타 코리아 2013’에 출연했던 것인데 그 당시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발행하는 기관지에 글을 쓰기도 했다.

“저는 비평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미술 비평이라는 일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아요. 
영화비평이나 다른 비평도 마찬가지지만 미술은 특히 그 수요가 적죠. 
비평은 자기 입장을 밝혀 평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인데, 미술비평을 읽거나 이해하고 반응해주는 사람이 적으니 평론가 입장에서도 성취감이 낮아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죠.”

그래서 반이정 평론가는 ‘아주 가끔 창작이 훨씬 재미있는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는 가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폭소하게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데 만우절에 SNS에 파격적인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건도 있었다.

장르 구분 없이 다른 시각문화에 대해서도 평론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에요. 
술 감상을 하는 수업을 듣고 그것이 재미있어 미술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막상 학교를 다니면서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죠. 
몇 번의 교양 프로그램을 듣고 괜찮다고 해서 평론가 일도 비슷하려니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아주 어려운 예술을 금방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시각예술현상과 시각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죠.
또 그것에 대해 비평할 만큼 의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반이정 평론가는 미술평론을 하게 되면 시각예술 일반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했다. 
연극, 영화, 미술 등 장르로 구분 짓지 말고 자신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다른 시각문화에 대해서도 평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미술 평론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미술이라는 장르에 관심이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평론가는 아주 늦게 시작해도 되는 직업이니까요.”

반이정 평론가의 앞으로의 계획은 미술사를 정리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1998년 이후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의 우리나라 미술사가 정리된 책이나 교육 자료가 없다. 
근·현대 미술사라는 이름으로 1980년대까지 정리된 옛날 책은 몇 권 있는데 2000년대 미술사, 아트 히스토리(Art History)가 정리된 책은 없다.
이 시기의 미술에 대해서 「월간미술」에 계속 연재 하고 있는 반이정 씨는 자신의 글을 정리해 서적으로 출간할 예정으로, 이 교재를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1&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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