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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분야

(애니메이션) 상상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배우가 된다


진종현 덱스터디지털 CG 애니메이터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힘차게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고릴라가 있다. 
성동일, 서교 주연의 영화 <미스터 고(김용화 감독, 2013)>에 나오는 캐릭터 ‘링링’의 이야기이다. 
‘링링’과 같이 이야기에 필요한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배우처럼 생동감 있게 움직이도록 컴퓨터를 이용하여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사람이 바로 CG 애니메이터(computer graphic(s) animator)이다.
생생한 표정과 움직임으로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독특한 CG 캐릭터를 창조해낸 사람들의 중심에는 CG 애니메이터 진종현씨가 있었다.

배우의 연기에 맞춰 함께 호흡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CG 애니메이터의 일이죠

애니메이션에는 TV애니메이션, 3D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 <미스터고>와 같은 CG 애니메이션이 있다. 
CG 애니메이션은 배우가 먼저 CG 캐릭터와 함께 연기하듯 촬영을 하면, 촬영된 영상에 CG 캐릭터를 만들어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 전에 캐릭터 구상을 시작으로 표정과 움직임의 자료 수집, 대역배우의 연기(모방)을 통한 캐릭터 연구의 과정을 거쳐 CG 캐릭터가 만들어지게 된다.

종현씨는 캐릭터 작업뿐만 아니라 감독의 연출을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가며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였다. 
<미스터 고>에서 주연과 다름없는 비중의 디지털 캐릭터를 만든 그도 처음부터 영화나 애니메이션 일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사실 어렸을 때는 영화라든가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때 당시에는 그냥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그림을 재미있어 했죠.”

그림에 대한 종현씨의 남다른 관심과 흥미는 어느새 꿈으로 자라났지만, 부모님은 그를 응원해주지 않았다. 
보수적인 부모님은 그림 그리는 일보다는 공부에 마음을 두고 인문계열의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라셨고, 졸업 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다.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공부에는 통 마음을 붙일 수 없었다. 
부모님과도 거리감이 생겼다. 
그렇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방황을 하다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결국 대학입시는 포기했다. 
대신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일을 시작했다.

뒤늦게 입학한 대학에서 많은 걸 배웠죠

여러 회사를 전전하는 동안에 꿈을 접을 수 없었던 종현씨는 컴퓨터 그래픽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흥미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이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이것저것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공장에서 단순노동도 하고, 조그마한 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가 간판가게에서 그 형을 만나게 된 거죠.”

간판 가게에서 만난 형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종현씨는 자신에게 대학공부를 권하는 그의 말에 따라 멀티미디어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생활은 매우 흥미로웠다. 
전공으로 웹디자인, 3D 소프트웨어, 2D 포토샵, 연출 등의 수업을 들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그래픽 자격증으로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그는 대학을 다니며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대학 생활이 즐거웠던 그는 직접 동아리도 만들었다. 
마음 맞는 선배,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고, 더 나아가 작품을 만들어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실력을 자신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동아리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것이 먼저고, 그것이 어떤 것이든 집중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나와 생각이 같은 친구들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나보고요.”

동아리 활동은 종현씨 자신이 뭘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지를 뚜렷하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를 점차 적극적인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는 멀티미디어학과에 다니며 꿈을 향한 발걸음도 한 발자국씩 내딛기 시작했다.

가능한 여러 일을 시도하며,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웹디자인의 플래시나 레이아웃 작업을 위주로 해나가던 종현씨는 학교 선배로부터 함께 조그만 가게를 만들어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실사영상을 프린트하여 간판을 만드는 가게였다. 
업성 있다는 선배의 말과는 달리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게를 그만두고 하게 된 일은 디자인회사가 아닌 일반 회사의 홈페이지 제작과 제품디자인을 담당하는 홍보 관련 일이었다. 
웹디자인을 하고, 모델링을 하는 일은 뭔가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종현씨는 지방에서의 직장생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환경을 바꾸어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서울로 올라온 그는 그렇게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제 할 수 있다는 성취욕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애니메이터라는 직종이 힘든 직종이라 야근하고 시간에 쫓기고 하는 일들이 많아요. 
그래도 그전에 회사생활을 하며 익숙해져있던 터라 신입보다는 회사 돌아가는 상황들에 대해 익숙해서 적응이 빨랐어요.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

3D 애니메이션 일을 하던 그는 맡은 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도 기회가 닿는 대로 도맡아 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여러 일을 맡으며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당시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종현씨의 만족도를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직접 기획하고, 작업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유아용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는데, 헐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영화에서 보았던 수준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영화 CG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영화 CG 애니메이터 일이 처음엔 쉽지만은 않았죠

“같은 학원에 다니던 친구의 동생이 영화 쪽 일을 먼저 하고 있었는 데, 그 친구를 통해서 제가 이야기를 했어요. 
영화 좀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하고.”

친구를 통해 이력서를 넣을 기회는 잡았지만, 애니메이션만 전담하는 사람이 필요한지를 두고 고민하던 영화사에서는 종현씨의 채용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결국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모델링, 합성, 이펙트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그는 영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CG를 쓰는 영화가 많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사에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는 여러 가지 일을 두루 잘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원했다고 한다.

3차원 물체를 컴퓨터로 그리는 작업인 모델링(modeling)부터, 3차원물체 위에 질감을 입히는 일인 텍스쳐링(Textuering),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어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인 리깅(rigging) 등 주어진 일을 전부 해야 했다. 
애니메이터로 일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여러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만도 하지만, 종현씨는 오히려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었기에 다양한 시도와 접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순간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의 손길이 많이 가죠

첫 영화였던 이병헌, 수애 주연의 영화 <그해 여름(조근식 감독,2006)>에서는 CG 작업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다가 생활 CG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이후 윤진서, 박기웅 주연의 영화 <두 사람이다(오기환 감독, 2007)>에서의 시도는 종현씨에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두 사람이다>라는 영화에서 디지털 캐릭터가 나오는 부분이 있어요. 
괴물이 등장하는 컷인데 채 1초도 안 돼요. 
그런데 그 8~16프레임 짜리를 만들기 위해 리얼한 모델링을 하고, 리깅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런 것들을 영화에서 해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해보자’ 하면서 일을 하고 그랬죠.”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그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당시 종현씨의 꿈이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할 것 없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니던 그가 처음 찾은 작품은 <괴물2>였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괴물2>의 제작이 무산되면서 다시 다른 작품을 찾아야 했다. 
한 편의 영화가 기획됐다가 엎어지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 때 종현씨의 시야에 들어온 영화가 바로 <미스터 고>였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지자 그는 놓치지 않고, 그렇게 <미스터 고>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디지털 캐릭터가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두고
사람들은 무리라고 했죠

우리나라에서 영화 <미스터 고>와 같이 주연급 디지털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그 만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감독, vfx슈퍼바이져, 애니메이터 할 것 없이 의욕이 넘쳤다.

“고릴라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링링’의 눈빛이나 몸짓에서 감정들이 느껴지길 원했거든요. 
직접 고릴라의 걸음걸이, 행동들을 따라 해보기도 했어요. 
거울을 보고 흉내를 내거나 촬영을 했죠.
그것을 기본으로 타이밍을 잡아나갔어요.”

촬영 전 계획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인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에서 인물을 촬영하고 테스트 작업을 세 차례 정도 거치며 슬픔, 기쁨 등 디지털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 표현을 연구했다. 
<미스터 고>의 링링(고릴라)는 모든 촬영을 마치고 영화 개봉 전 준비기간인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었다.
촬영을 진행하며 디지털 캐릭터가 작업된 영상을 두고 끊임없이 감독과 느낌을 공유하며 애니메이션 과정을 계속해 나갔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요

영화 <미스터 고>의 링링(고릴라)을 보며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 학원이나 전문 과정이 있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전문화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종현씨는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연습과정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보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 애니메이션 작품을 작업한 경험이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모여서 파트별로 구성을 한 상태에서 자신의 결과물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편이 좋아요. 
누군가와 함께 하다보면 경쟁의식도 생기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죠. 
혼자 집에서 끄적인다고 해서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워요.”

함께 일하는 20여 명의 애니메이터들을 보면 각자 자신만의 능력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액션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표정연기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모든 부분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은 애니메이션을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고, 잘하는 부분들이 나누어지는 것 같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자체의 폭이 넓다는 말이다.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충분한 노력이 필요한 직업인 것이다.

“처음 애니메이터로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잘 하고, 원하는 일 하나만 하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에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일도 배워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상대방의 일을 알아야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 피드백이 가능해지니까요.”

꿈은 계속 변해왔고,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어요

“제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미스터 고> 개봉하고 시골에 가서 직접 영화관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영화를 보여드렸어요. 
부모님이 영화를 결혼 전에 보시고 처음 보신다고 하시면서 자랑스러워하시는데 굉장히 뿌듯했죠.”

종현씨는 쉬는 날이면 잦은 야근과 고단한 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화를 본다. 
그는 지금껏 꿈을 쫒아 살아온 스스로가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흔히 CG(computer graphics)로 알고 있는 VFX(Visual FX, 시각적인 특수효과) 슈퍼바이저로서 <천녀유혼>, <영웅본색> 등의 영화로 유명한 중국무협영화의 대가 서극 감독과 함께 영화 <지취위호산(智取威虎山)>을 준비하고 있다. 
VFX(Visual FX, 시각적인 특수효과) 슈퍼바이저란 촬영 전 감독과 함께 CG 요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예상되는 최종 그림을 설계하고, 촬영이 끝나면 CG 작업을 통해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들과 협력해서 그림을 만드는 전반적인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VFX 슈퍼바이저가 되는 것이 지금의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하는 그는 꿈이 있다면 돌아가지 말고, 꿈을 향해 집중하며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꿈을 이룬 종현씨지만, 그는 여전히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62&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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