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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분야

(과학) 데이터 분석의 새 시대를 열다!

KT
김이식 KT 미래사업개발그룹 빅데이터 프로젝트 상무

사람들은 흔히 ‘수학 잘해서 뭐 해? 
더하기 빼기만 잘하면 되지!’라며, 학창시절에 공부하는 수학을 가볍게 여긴다.
진로 선택에서도 수학 선생님이나 수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수학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진로와 직업선택에 있어서 ‘수학’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수학과 출신의 인재는 물론, 이미 정보통신계, 금융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산업 현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더위가 잠시 주춤하던 7월의 어느 날 KT연구개발센터를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정보통신계를 대표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양재 시민의 숲과 우면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곳에서 김이식 상무를 만났다. 
그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대수적위상수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수학과 출신 인재로, 현재 KT에서 '빅데이터' 관련 분야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서울시는 지난해 0시부터 5시까지 운행하는 ‘심야버스’를 선보였다.
심야버스는 해당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지나는 노선을 정해야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데, 서울시는 이를 위해 KT와 손을 잡고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3년 9월부터 9개 노선의 ‘올빼미버스’가 운행 중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김이식 상무가 먼저 서울시에 제안한 일이었다.
여기서 빅데이터란 사람들이 평소 인터넷, 휴대전화, 태블릿 기기 등을 사용하면서 여기저기에 두루 남긴 다양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말한다. 
그는 KT가 보유한 심야시간 통화량 기지국 통계 데이터와 서울시가 보유한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를 활용하면 가장 적절한 심야버스 노선을 개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빅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데이터 마이닝을 한 것이다. 
데이터 마이닝이란 대규모 데이터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뽑아내는 것으로, 흩어져 있는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데이터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면 ‘빅데이터’는 ‘빅 쓰레기’가 되기 쉽다. 
따라서 필요한 데이터를 구별하는 안목과, 선별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전체 알고리즘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가 이끄는 프로젝트 팀은 심야시간 통화량 데이터 30억 건과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 건을 분석해 심야시간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해 냈다. 
그 결과 시민도 만족하고 운영하는 자치단체도 만족하는 ‘올빼미 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올빼미 버스는 세계 최초 공공분야 빅데이터 적용 사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2013년에 안전행정부가 주최한 제30회 지방행정정보화 연찬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이 일로 그는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분야를 이끄는 리더로 입지를 굳혔다.

김이식 상무는 최근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체 수학을 잘해서 어디에 쓰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같은 질문에 답변을 부탁했더니 이런 질문 자체가 모두 편견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람들은 꼭 눈에 보이는 수학 공식을 활용해야 ‘수학이 쓰인다’고 말합니다. 
이런 게 바로 편견이죠.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갑니다. 
이때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죠.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수학이 유일합니다. 
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인 거죠.

보통 수학 문제를 풀 때,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 나갑니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풀이집에 정리된 순서대로 문제를 풀지는 않죠. 
문제를 푸는 사람들은 각자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과 정답 사이를 오가며 찾아낸 각각 정보들을 자신만의 순서에 따라 연결하며 답을 찾아냅니다. 
이렇게 수학 문제를 계속해서 푸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전체를 관찰하며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훈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은 제가 맡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유용한 것만을 골라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거든요. 
이렇듯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알게 모르게 이미 산업의 동력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범함에 집중력이 더해져 비범한 능력으로!

“저는 강릉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던 평범한 남학생 이었네요. 
신 집중력이 뛰어난 편이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 한번 결심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죠. 
특히 논리를 바탕으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답을 찾아가는 학문인 수학이 좋았어요. 
그렇게 물 흐르듯 ‘수학과 진학’에 대해서도 고려하게 되었죠.”

사실 김이식 상무는 학창시절 동안에 수학만큼은 늘 자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수학문제라면 어떤 문제라도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수학에 관한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들은 수학과에 진학 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들었다. 
소위 ‘강적’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창시절 배우던 수학과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배우는 수학이라는 학문은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물론 수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수학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던 그가 세상이 넓다는 것을 절감해야 하는 순간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 시절에 고민은 더욱 많아졌어요. 
‘앞으로 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고민이었죠. 
그러다 ‘진짜 수학’ 공부를 한 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왠지 진짜 수학은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스스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점점 수학에 갇힌 세상보다 수학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바깥 세상에 더 관심을 쏟았다. 
그렇게 가장 먼저 관심을 둔것은 컴퓨터과학 분야였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관련 기초 지식은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모두 새롭게 공부해야 했다. 
도전을 망설이지 않은 결과 졸업하면서 삼성SDS에 첫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입사 후 처음 코딩을 하면서 경험했던 짜릿한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코딩을 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를 자주 살펴봐야 하는데 그냥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코딩하면 되는 줄 알았다. 
만약 코딩의 규모가 1,000줄이라고 한다면 선배들은 100줄~200줄 단위로 컴파일이라는 과정을 통해 오류 검사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첫 번째 줄부터 마지막 천 번째 줄까지 컴파일 없이 한 흐름으로 코딩을 마쳤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그의 첫 코딩이 완성되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의 코딩은 완벽했다.

“첫 번째 코딩이 끝났을 때, 오류가 없다는 사실도 물론 기뻤지만 저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곰이 생각해 보니 수학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 단련된 습관 덕분이더라고요. 
전공 시험 답안지에 논리 기호 하나 빠뜨리거나 생략할 수 없었기 때문에, 늘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전체 흐름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보니 코딩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한 줄 한 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체 구조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완성하게 된 거예요.”

선물 받은 재능은 각자 조립하기 나름

김이식 상무는 1995년부터 2001년 말까지 삼성 SDS와 삼성 계열사(오픈타이드)에서 근무한 뒤, 2002년 회계법인 삼일PwC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뿐만 아니라 맡은 업무도 대폭 변경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더 좋은 기회이며 발전의 시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고 맡은 업무는 컨설팅이었다. 
컨설팅을 담당하는 컨설턴트란 기업이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해 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컨설턴트는 은행, 공공기관, 보험회사, 백화점, 병원 등 컴퓨터를 사용한 곳이라면 어떤 일이든 담당할 수 있다.

“사람마다 잘 포장된 상자에 ‘재능’이라는 선물을 받아요. 
이 선물은 조립식 부품으로 여러 개가 구분 없이 담겨 있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신기한 것도 많고, 설명서도 없어서 선물을 받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죠.

재능을 조금 늦게 발견하는 사람은 평생 이런 저런 공부를 하면서 차츰 조립 방법을 알게 돼요. 
저도 계속해서 제 재능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프로그래밍도 배워 보고, 컨설팅도 해 본 거죠.

전 개인적으로 제 재능으로 완성된 조립품은 컨설팅이라고 생각해요.
막힘없이 저의 능력 발휘를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았거든요. 
또 일하는 내내 스스로도 정말 즐거웠어요.”

컨설팅은 왼쪽과 같은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컨설턴트는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 직업 중 하나인데, 보통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과, 수학과 출신이 많다. 
특히 수학과와 컴퓨터공학과 출신들은 시스템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편인데, 김이식 상무가 이에 해당한다.

컨설턴트로 10년 넘게 활약하던 그는, 재능 선물 상자에 남아 있는 몇 개의 부품으로 새로운 조립품을 만들기 위해 ‘빅데이터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네 가지 기준

김이식 상무는 꿈을 찾는 학생들에게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스스로 좋아하는 일.
둘째, 잘 하는 일.
셋째, 돈 버는 일.
넷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진로는 위 네 가지 기준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요즘은 음악, 영화, 연극 등 문화계에 발을 들이려는 학생들이 많은데, 자신의 재능으로 네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역시 대학시절에 동아리 활동으로 ‘문화평론’을 했던 적이 있다.
문화평론을 하며 ‘잘한다’는 평도 많이 들었고 스스로에게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할 만큼 가장 잘 맞는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재미도 있었지만 딱 맞는 옷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컨설팅은 네 가지 조건에 모두 만족한다고 생각해 도전했는데, 그럼에도 종종 조건이 한 가지씩 어긋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에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뭐지?’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은?’ 등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사람은 특별한 재능이 있고, 그에 맞는 직업이 있어요. 
물론 모든 재능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은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궁금해 하면서 위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진로를 찾아야겠죠.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분야는 학교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능을 찾아내길 응원합니다.”

앞으로 이뤄야 할 세 가지 목표

2012년부터 KT에서 빅데이터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이식 상무는 현재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KT의 성장, 둘째는 미래 성장의 동력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빅데이터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빅데이터 연구에 앞장서고 있지만, 새로운 시도는 우리나라가 더 앞서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심야버스 프로젝트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취재를 오기도 했거든요.”

그는 좋은 성과에 힘입어 최근에는 조류독감(AI)의 감염경로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감염경로가 ‘가축사료에 의한 것이다’ 또는 ‘조류의 분비물에 의한 것이다’ 등 여러 원인이 제시되고 있는데, KT 연구팀은 ‘사람의 이동경로’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가설로 세우고 농림수산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염병에도 적용할 수 있는 ‘표준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겁니다. 
지금도 소프트웨어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런 소프트웨어를 구성하고 있는 코드는 수학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제 수학의 시대가 온다는 말이죠.

요즘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학교 안에서 배우는 것 중에 잘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거든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데 도전하길 응원합니다. 
물론 수학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겠죠?”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024&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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