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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분야

(스포츠) 단 한순간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최성용 야구기록원

야구 시합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기록원들은 일종의 야구 사관(史官, 역사의 편찬을 맡아 초고(草稿)를 쓰는 일을 맡아 보던 벼슬. 또는 그런 벼슬아치)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 한 개 한 개를 놓치지 않고 스트라이크, 볼, 파울, 스윙으로 구분해 적어 넣는 것은 물론 번트를 시도했는지, 그게 파울이 됐는지 여부도 적는다.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기록하고 실책 여부와 도루인지 야수선택인지, 어떤 야수가 잡아서 어떻게 어디로 던져서 아웃이 됐는지, 타구가 땅볼로 굴러갔는지 떠서 날아갔는지 모두 기록지에 표기한다.

일반인에게는 복잡한 암호처럼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기록지만 보고도 경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런 기록을 하는 사람이 기록원이다. 
성용 씨는 18년째 야구 기록원으로 일하고 있다.

스포츠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다 이야기할 수 있었다

“1996년에 입사해서 수습기록원으로 지내다가 1997년에 공식기록원이 되어 올해로 18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록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정도 하고 방송도 해야 합니다.
또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전산에 기록도 해야 하죠.
2군은 한 사람만 다니지만 1군은 두 사람이 다니는데 한 사람이 기록지를 작성하면 다른 한 사람이 전산에 똑같이 입력하는 일을 합니다. 
전산에는 한글로 쓸 수 있지만 기록지에는 한자를 쓰기 때문에 야구 규칙뿐만 아니라 한자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던 최성용 씨는 중·고등학교 때 모든 스포츠 경기를 챙겨서 보는 학생이었다.
스포츠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여서 스포츠 라디오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체육 시간이 너무 좋아서 운동선수가 될까도 생각했지만 그는 성장하면서 스포츠 분야의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포츠에는 어떤 직업이 있는지 살피던 그는 스포츠 해설이나 스포츠 방송 캐스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믿고 지지해주시는 편이어서 직업 선택에 문제가 없었다. 
대학에서는 경제 분야를 전공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기본 학점만 유지하면서 스포츠 분야의 관심을 키워 갔다.

취업문이 매우 좁은 영역

“처음부터 기록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찮게 신문에 난 기록원 강습회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수습기록원을 뽑는다는 것을 알고 접수를 했죠. 
당시에는 인터넷 접수라는 것이 없어서 직접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서 접수를 해야 했어요. 
그 뒤 수업을 듣고 시험과 면접을 거쳐 공식 기록원의 길에 들어섰죠.”

시험은 실제 경기를 예제로 내는데, 그 경기를 기록지에 얼마나 제대로 기록하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경기를 기록하는 방법이나 규칙을 얼마나 아는지 보고, 잘 숙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더 어려운 단계의 시험을 한 번 더 본다.
그런 다음 면접까지 거쳐야 채용이 결정된다.

“기록 강습회는 2월 말에서 3월 초에 건국대에서 열립니다. 
항상 사흘 정도 열리는데, 채용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개최하고 있어요. 
채용은 몇 년 동안 한 사람도 안 뽑는 경우도 있고 결원이 생기면 한 번에 세 명씩 뽑기도 합니다.”

기록원은 취업문이 매우 좁은 영역이다.
매년 초 열리는 기록강습회를 통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을 선발하지만, 매년 채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원이 생겼을 때만 뽑기 때문이다. 
기록 강습회는 야구 기록법을 보급하고 야구팬에게 정보 제공 차원에서 개최하는데, 강습회가 끝날 즈음 자연스럽게 시험을 보고 성적 우수자에게는 수료증을 준다.
수습기록원을 모집할 때는 강습회 수료자 중에서 다시 한 번 선발을 한다.

“요즘은 11~12월에 서울대에서 주말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개최해요. 
전문기록원 과정인데 이 과정 수강생과 기록강습회 수강생 중에서 인원을 선발합니다. 
지금 일하시는 기록원들도 다 기록강습회를 통해 선발된 사람들이죠.”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가 6시 30분에 시작하면 1시간 30분이나 2시간 전에는 무조건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 
1시간 전에 선발 라인업(야구에서 출전 선수의 타격 순서 또는 수비 위치) 오더가 나오면 엔트리(참가선수 명단) 체크를 한다. 
경기 중에 기록을 하고 끝나면 통계를 내서 맞춰보고 KBO와 스포츠 투나잇, 두 곳에 팩스를 보내고 마무리를 한다. 
다음 날 지방경기가 있으면 11시에 끝나든 12시에 끝나든 다음 날 경기가 있을 장소로 이동을 한다. 
경기 전날에는 그 지역에 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순간에는 뒤도 돌아보면 안 돼요. 
매순간, 공 하나 하나, 모든 과정을 다 체크하기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죠. 
저는 항상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합니다. 
보통 경기가 3시간 반에서 4시간, 5시간까지 걸릴 때도 있는데 그 시간 동안 계속 집중을 해야 하니 피로가 많이 쌓이죠. 
이 직업은 야구 자체를 좋아하고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도 중요해요. 
집중력과 결단력이 필요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을 해야 하죠. 
다음 플레이가 곧장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선후배 사이의 예의범절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인성도 인재 선발 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거기다 한자나 영어, 일본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다. 
일본 야구나 메이저리그, WBC(World Baseball Classic, 국제야구대회),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 나가려면 언어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프로야구 공식 기록은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한글이 아닌 한자로 적는다.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에 쓰는 한자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전산 일도 많이 하기 때문에 통계에 대해 알고 컴퓨터를 잘 다루면 일하기가 수월하다.

야구 기록원의 장단점

일본이나 미국은 홈런의 비거리(공이 날아간 거리)가 자동이지만 우리나라는 기록원이 정한다. 
어떤 선수가 신기록을 세우면 기념할 만한 일이라 비거리나 코스가 중요한데, 그것을 정하는 사람이 바로 기록원이다. 
최성용 씨는 야구라는 경기가 벌어지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그 역사를 스스로 기록한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일하면서 팬으로서 야구를 즐기지는 못해요. 
팬이라면 선수가 홈런을 친 순간 환호성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기록원은 그때 시계를 봐요. 
기록하느라 바쁘죠. 
팬으로서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전혀 없습니다.”

출근이 늦은 만큼 늦게까지 일하고 지방 출장도 잦아서 상대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특히 여름에는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경기가 있기 때문에 여름방학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 
가족사진이 주로 겨울 풍경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 출장이 잦아 육체적으로 피로할 때가 많아서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여가 시간이 생기면 운동을 하죠. 
그리고 눈이 나빠질 수 있는 게임이나 컴퓨터 사용은 거의 하지 않고요.”

기회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

최성용 기록위원은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권한다.
‘기회’는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구에도 투수 교체 타이밍이 있듯이 인생에도, 취업에도 타이밍이 있으니 그 기회를 잘 잡으려면 자기계발에도 힘써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지금 1군에서만 1750게임 정도를 했어요.
정년까지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요. 
도움을 줄 수 있고 귀감이 되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퍼펙트게임(야구에서 한 사람의 투수가 상대 팀에게 주자를 한 명도 허용하지 않고 이긴 시합)이 안 나왔는데, 그런 대기록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기록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51&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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