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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말의 발굽을 꾸며, 말의 능력을 끌어내다

한국마사회
신상경 한국마사회 장제사

아침 9시. 
출근을 하자마자 예리한 눈으로 말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신상경씨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장제사 중 한 명이다. 
장제사(裝蹄師)를 한문으로 풀이하면 꾸밀 장(裝)에 발굽 제(蹄), 스승 사(師) 즉 말발굽을 꾸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말의 걸음걸이만을 보고도 그 날 말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장제사란 말발굽을 손질하고, 말의 신발과 같은 편자를 장착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제사란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은 아니지만, 풍속화가 김홍도의 그림 <편자박기>에 등장할 정도로 오랜 세월 내려온 직업이다. 
<편자박기>를 보면 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네 다리를 장대에 묶은 다음 두 사람이 말의 발굽에 편자를 박고 있는 모습으로 장제사를 표현하고 있다.

힘차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말의 능력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상경씨는 1921년 최초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90년 이상 이어져오고 있는 경마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고 있다.

재능에 맞는 일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상경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로, 쉬는 날이면 새벽부터 공을 차러 나갔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오곤 했다. 
평소에는 내성적인 성격의 그였지만 운동을 할 때면 그는 누구보다도 활발한 아이가 됐다. 
운동선수인 형님들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실력 또한 또래 친구들과 견주어 뒤지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은 내심 몸이 약한 그가 운동선수가 되지 않기를 바라셨다.
그 역시 선수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지도자나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부모님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면 한 눈 팔지 않고 미련할 정도로 끝까지 노력을 했죠.
제가 막내다보니 형님이나 누님들을 보며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학교를 졸업 하고 서울로 올라와 큰형님이 계신 곳에서 생활을 하던 그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말을 타는 기수를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수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긴 그는 그길로 기수로 유명한 사람을 찾아갔다.

“몸무게가 58kg 이하여야 하는데 그 때 제 몸무게가 68kg정도 나갔어요.
그래서 기수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집으로 가려다가 왠지 미련이 남아서 다시 기수 분을 만나러 돌아섰는데 어디선가 ‘뚝딱뚝딱’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쪽으로 갔어요. 
서울 시내에서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말에게 신발을 신기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어른들로부터 수리하는 일을 하면 잘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는 말의 신발과도 같은 편자를 만드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장제사라는 직업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일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었던 탓에 그는 자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올해로 30년이 됐다.

발굽을 제때 관리해주지 않으면 말이 오래 달릴 수가 없어요

“매달 손톱, 발톱이 자라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8~9mm정도 자라나는데 그것을 깎아줘야 해요. 
그리고 새로운 편자를 달아주는 거죠. 
경주마의 경우 4주 정도 달리면 편자가 닳아 종이처럼 얇아지기 때문에 제때 편자를 바꿔주지 않으면 말을 계속 탈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달리는 속도를 겨루는 경주마의 경우 4주에 한 번, 경주마에 비해 빠르게 달리는 일이 적은 편이지만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승용마의 경우 6주에 한 번 편자를 바꾸어줘야 한다. 
편자의 닳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강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강철로 편자를 만들 경우 말이 관절에 충격을 받아 오히려 오래 달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상경씨는 말했다.

“기계로 편자를 찍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크기는 찍어낼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금형을 하나 만들려면 6000만원 정도가 들어요. 
특수하고, 다양한 크기의 편자를 전부 기계로 만들기에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편자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그 종류가 200가지 이상이 된다는 말은 생김새와 몸무게뿐만 아니라 발굽의 크기도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신발을 크기별로 만들 듯 편자를 크기별로 기계로 만들기는 어려운 것이다.

“편자를 바꾸기 위해 못을 박을 때 신경을 건드리게 되면 부상을 입어요. 
발굽 속에서 염증이 생기게 되는 거죠. 
발굽을 깎을 때 잘못 자르면 피가 나기도 해요. 
우리도 손톱을 조그만 바짝 잘라도 며칠 고생하잖아요. 
그리고 양쪽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잘못 맞추면 사람이 한쪽은 구두를 신고 한쪽은 운동화를 신은 것과 같아요.”

한 마리에 3000만원에서 3억 정도하는 말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아 경주마로 채 1년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는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말의 걸음걸이를 보고 상태를 판단할 수 있어요

“서울경마공원에는 한국마사회 소속 장제사나 개인 사업을 하는 장제사가 17명이 있어요. 
말 관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각각 맡깁니다. 
장제는 일을 하면 바로 결과가 드러나요. 
멀쩡히 들어온 말이 절룩거리면서 나가면 제대로 못 한 거죠. 
말에 대해선 말이 필요가 없습니다.”

열 번을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돌팔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이 바로 장제사 일이기에 항상 긴장하며 일을 한다고 말하는 상경씨는 냉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많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사료 먹는 것에서부터 모든 건강상태를 확인합니다. 
장제사를 하며 어려운 것은 사람이라면 서로 대화가 가능한데 말은 대화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진단하기가 어려워요. 
X-ray를 찍어본다든가, 순수하게 장제사가 판단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말은 말이 통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말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30년을 봐도 쉽지가 않습니다.”

장제사가 되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합니다

“장제 작업을 하다가 말이 요동치는 바람에 다쳐 열 두 바늘을 꿰맨친구가 있어요. 
또 한 친구는 말에 발을 밟혔는데 안전화를 신고 있었는데도 발가락이 골절되어서 핀을 박았죠. 
말은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은 동물이에요. 
놀라면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해 발로 차는데 굉장히 위험하죠. 
1~2년에 한 번 장제사를 모집하면 찾아오는 사람이 50~100명은 되는데 결국 남는 사람은 한두 명 밖에 안돼요.”

그는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 말의 성향을 알고 있어야 하고, 노하우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450kg정도 나가는 육중한 몸무게의 말에 잘못 부딪히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목숨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제사가 되는데 대학진학이 꼭 필요하진 않아요. 
동물을 사랑하고 신체조건과 운동신경도 좋고 눈썰미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인성이 좋아야 하죠. 
저는 우선적으로 그것을 봐요. 
그렇게 주의를 주고 말을 해도 다칩니다. 
한시라도 딴생각하면 몸이 망가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들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는 최근 장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6개월 기초교육과정을 신설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말은 총 3만 마리가 못 됩니다. 
그런데 신문기사에서는 2016년에는 5만 마리, 2018년에는 10만 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말이라는 것이 공장에서 스마트폰 만들어내듯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한 번에 한 마리, 정확하게 11개월 만에 말 한 마리가 태어납니다.
그렇게 2년간 기다려야 하죠. 
말을 수입하지 않는 이상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살아있는 동물의 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해요. 
현재 우리나라에 장제사가 65명, 말 수의사가 60여명 되는데 그 인원으로 현재 관리가 되고 있어요. 
그런데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말의 숫자가 늘어나면 현재 있는 관리 인원수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렇게 되면 말을 탈수가 없게 되는 거죠.”

장제사가 되기 위해 대학진학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경마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고등학교로는 한국경마축산고(전라북도 남원시 소재)와 한국마사고등학교(전라북도 장수군 소재), 용운고등학교(경상북도 상주시 소재)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발안바이오과학고등학교(경기도 화성시 소재),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경상남도 김해시 소재),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경기도 여주시 소재) 등의 학교에도 마필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있다. 
그리고 전국 10여개 대학의 수의학과에서 매년 500명 정도의 졸업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년 교육과정인 것에 반해 외국은 4년~6년 과정이며, 일본의 경우 합숙을 하며 1년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수업료는 약 4000만원정도로, 3급부터 1급까지의 실기와 이론을 과정을 통하여 각 급수를 올라갈 때마다 5년에서 10년 정도의 실무 경력을 필요로 한다.
그는 단기간에 빨리 얻고자 하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하며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탓에 100명을 모집해도 자격취득한 사람은 10명 내외인데,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 했다.

“각 나라마다 장제 관련 책이 있는데 그건 교재일 뿐이에요. 
내용은 ‘말의 자세가 어떻고 말이 어떻다.’라는 것뿐이죠. 
일반 직업하고 달라서 강의를 듣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승에게 직접 배워야만 합니다. 
그래서 배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싼 거예요. 
구 밑에서 배웠는지가 중요합니다.
말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 그리고 또 그것이 수입과도 연결 되고요.”

수년간 쉬는 날 없이 계속 무언가를 해왔어요

한국마사회의 휴무일인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대학에 다닌다는 상경씨는 젊은 사람들을 지도하기 위해 교수법을 배우고 있다. 
그 외에도 스포츠 레저도 배우고, 주말 농장을 운영하고, 축구와 골프 등의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늘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욕심이 많다고 걱정이라고도 했다.

“지금 석사, 박사 준비도 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얼마 전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나이에 아직도 공부하고, 운동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요. 
제가 생각을 하기에도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장제사 일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5년의 계획을 세우며, 아직은 미흡한 한국의 장제 분야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상경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이거 앞으로 괜찮다.’, ‘돈 많이 번다더라.’ 하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하고 싶고 끌리고 재미있는 것을 해야만 합니다. 
수천 가지 중에 하나가 되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말의 능력은 장제사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옛날에 황영조가 신발을 1억을 주고 맞췄던 것처럼 장제사는 말이 최고의 상태로 달릴 수 있도록 발굽을 관리해주는 겁니다. 
한 번은 말관계자가 와서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말이라고 이야기한 말이 있었어요. 
그 말을 제 손으로 관리해서 지금까지도 달리고 있는데 이런 순간이 가장 기쁘죠. 
게다가 제가 관리한 말이 우승 했을 때는 희열을 느껴요.
일반인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상대하는 매력적인 일에 점점 더 흥미가 생긴다며 체력이 닿는 한 보람 있는 장제사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말의 달리는 능력은 장제사의 능력에 좌우된다고 말하는 상경씨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60&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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