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밑에 기자의 메일 주소가 있는 이유
군대를 면제 받고 2년제 대학을 나온 문승지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에 비해 사회 진출이 빨랐다.
22세에 취직을 해서 보니 동기가 서른 살이었다.
‘취직은 서른 살에 해도 되겠구나. 20대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에 입사 3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다.
그리고 월세 보증금을 빼서 사무실을 얻고 친한 형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1년 동안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업자등록만 해놓은 거죠.
그때 외국에 있는 수많은 잡지사, 언론사에 메일로 제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메일로 보내 봤어요.
혹시나 내 작품을 봐주지 않을까 해서 기사 하단에 있는 기자의 이메일 주소로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낸 거죠.
‘나는 한국에서 작업하는 몇 살, 누구인데 당신네 잡지를 좋아해서 재밌게 보고 있다. 내 작품을 한번 실을 수 있는 영광을 달라’고 했더니 한두 군데에서 실어 주더라고요.
그러다 한 달 후에 영국 일간지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또 한 달 후에 미국 NBC 방송국을 비롯해서 수많은 언론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모든 기사 끝에는 있는 기자의 연락처로 메일을 보낸 것이 좋은 전략이 되었다.
반신반의하게 시작한 일이 정말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그는 그때 학벌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시도해보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때 그는 해외에 이름을 알리려면 영어를 잘하거나, 좋은 학교를 나오거나, 유학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고민의 정답을 얻은 것이다.
외국 기업들과 공동 작업을 할 때 그 누구도 그에게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작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하느냐,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문승지 디자이너는 말한다.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의자 하나 만드는 데 버려지는 나무가 절반 이상이었어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이 합판 하나를 버리는 것 없이 다 사용하여 의자를 만들면 환경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만든 ‘포브라더스’가 운이 좋게도 스웨덴 회사 ‘COS’의 러브콜을 받아 전 세계 50여 개 매장에 진열되었어요.”
제품을 직접 생산 해보면 하나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그 시기의 사회적 이슈에서 영감을 받아 스토리텔링이 시작된다.
문승지 디자이너는 자신이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
“하고 싶은 것은 해야 되는 것 같아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다가, 또는 남의 꿈만 이루어주다가 인생을 마무리 한다면 얼마나 서러운 일입니까.
사람들이 선택을 잘 못하는 이유는 눈치를 보기 때문이에요.
부모님, 회사 상사, 이 사회의 고정관념…….
디자인이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라면 한 번쯤 틀을 깨보는 것은 어떨까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젊을 때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문승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디자이너는 겸손해야 해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환상에 젖어 디자이너를 선택하면 안 돼요.
실상은 반지하에서 컵라면 먹으면서 시장에서 장보고, 나물 값 깎고, 공장에서 아저씨들이랑 싸워야 해요.
그런 일도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직업이 디자이너예요.
대신 반지하에 살면서도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죠.
잡지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겉모습이 화려한 디자이너 분들도 차고에서 시작했을 거예요.
저도 지하 작업실에서 컵라면 먹으면서 작업해요.
하지만 지금이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그는 몸은 힘들지만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이 결국 다 부메랑처럼 자기에게 돌아올 거라고 기대한다며, 계속 발전하고 개발하고 있는 중이니까 빚이 생겨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24살에 넌 사업하다 빚 져본 적있냐?’고, 문승지 디자이너는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하는 일을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죽을 때까지 계속하면서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일본이나 유럽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요.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라면 그런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