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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미디어 콘텐츠의 국경을 허물다


이진희 영화해외배급담당자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영화 못지않게, 많은 수의 해외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뒤에는 영화를 수입하여 개봉 시기, 규모, 지역, 홍보 방식 등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해외 영화 배급 담당자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이진희씨는 현재 CJ 영화 부분 해외영업팀에서 아시아 영화 배급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4번의 직장생활을 통해 콘텐츠 제작, 투자, 배급 그리고 창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을 해온 그녀는 올해로 경력 11년 차가 되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진희씨의 첫 번째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선생님을 꿈꿨던 그녀가 지금의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된 그녀는 경영이나 영업 일을 하며 살면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07가방을 하나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이른바 ‘상사맨’이 유행하던 시절, 그녀는 상사맨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지리를 좋아해서 쉬는 시간이면 세계지도를 그리곤 했었는데, 지도를 보며 ‘이 많은 땅을 언젠가 내가 다 밟아봐야지’하고 생각하곤 했죠.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어서 어떻게 하면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항구도시이자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차이나타운과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 인천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중학생 때부터 중국어를 공부했던 그녀는 전공으로 중어중문학을 선택했다. 
대학에 다니던 중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가게 된 그녀는 1년 과정의 외국인을 위한 경영 스쿨에 다니며 경영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복수전공으로 경영 공부를 시작했다. 
화 투자사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많은 영화를 챙겨봤고, 회계 자격증도 땄다. 
그녀의 졸업논문 주제는 ‘중국 영화의 산업적 성과와 향후의 도전’이었다. 
그녀는 한 번 목표를 세우면 계속 앞만 보며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해외에서 우리문화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3학년 때 우연찮게 영화 투자사에 들어가서 일본 쪽에 영화를 배급하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됐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데 제게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4번의 회사생활을 하며 우리 콘텐츠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죠

진희씨가 처음으로 들어간 회사는 영화 투자사였다. 
3년 동안 그곳에서 일하며 콘텐츠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녀는 MBC 글로벌 사업본부로 회사를 옮겼다.
방송 콘텐츠의 해외진출과 해외지사 플랫폼 개발일을 하던 그녀는 여러 회사와 같이 미국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 회사를 설립하면서 미국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
냈다.

“누구나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은 본능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해요. 
그런데 저는 직접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니까 기업을 설립해보고 싶었어요. 
창업 멤버 중 한 명이 된다는 것에 쾌감이 있거든요. 
한국 사람이 미국에 직접 고용된 경우가 많지 않았고, 제가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운이 좋았어요. 
한국 반, 미국 반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00% 미국회사가 되었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의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고, 수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CJ에서 해외사업을 제안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일을 시작했다. 
MBC에서 일하던 시절 드라마 <대장금>을 <장금이의 꿈>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CJ에서 자신에게 일을 맡겼을 것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애니매이션은 다른 콘텐츠와는 달리 국내 수요에 의지하는 비율이 10%도 안 되고, 대부분 해외로 수출하여 올리는 수익이 중요했다. 
그녀는 CJ 투자부에서 일하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을 해온 분의 도움을 받으며, 그녀는 자신이 파단하기에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선택했지만 회사에서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녀가 선택한 애니메이션의 완성도가 높아 한국에서 직접 판매한 애니메이션 최초로 미국에 직접 판매할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로는 할 수 없는 미국 주요 채널에 직접 우리나라 콘텐츠를 방영하는 신세계를 경험을 했죠. 
제가 투자 지원한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투자설명회를 하며 돌아다녔어요. 
그런 경험을 해보니까 우리 콘텐츠의 한계가 덜 느껴져 얼마든지 수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우리 영화를 해외로 내보내는 방안에 대한 저만의 관점이 생겼죠.”

지금으로서는 대기업이 우리나라 콘텐츠가 해외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국내 시장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나 판매, 영업 전략을 세우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사람들이 국내에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돈을 외국에서 벌어올 수 있는 사업을 개척하는 것은 자신과 같은 십 년 차 이상 사람들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갔으니 계속 이 회사에만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토끼같이 계속 회사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향하는 바가 자신과 맞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그런 회사를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CJ 엔터테인먼트가 20년 차 다 되어 가는데 저는 회사를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향하는 바도 같고요.”

영화산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해요

“CJ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영화 해외 배급이나 영화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인터십 프로그램에서 평가를 통해 최종 통과자를 가려내거든요. 
자신이 영화 산업 일과 맡는지, 안 맡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거예요. 
구체적으로 영화산업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자신이 맞는지도 알아볼 수 있고요. 
영화에 흥미가 있다고 해서 영화산업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인턴십 프로그램 외에도 영화업계 회사들이 많이 있으니까, 영화 잡지를 통해 영화 산업 내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오피니언 등을 보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영화산업에는 배급뿐만 아니라 영어, 경영, 디자인, 마케팅, 프로모션, 행사 등 다양한 일이 있으며, 이는 모두 영화사 혹은 콘텐츠 문화사에 연결되어 있다. 
진희씨는 영화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영화과를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나 제작 파트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면 영화과를 선택하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흥미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일이 영화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영화가 정말 좋고, 그래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신중히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돼요. 
영화 일은 휴일도 없고, 고돼서 오래 버티는 것이 쉽지가 않거든요. 
그리고 다른 미디어 관련 일로 회사를 옮기면 영화 일을 한 경력은 인정이 되지 않아서 지난 시간이 무의미해져요. 
첫 직장으로 영화사를 선택하는 순간 힘들어도 버티면서 영화 일에 자신의 모든 걸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오래 일할 수 있어요.”

그녀는 목표 없이 대학생활을 힘겹게 해나가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녀가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어디에 가서든 인턴 생활을 하며 이런 저런 경험을 하는 것이 당연하던 때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번듯한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지 못하면 인생의 실패를 경험한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나 인턴생활은 스펙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는데 그건 좋지 않은 생각이에요.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나고 나서 보면 자신의 경력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에요.”

멘토는 없었지만 제게는 꿈을 함께 키워온 세 살 터울의 오빠가 있어요

진희씨의 부모님은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녀가 선택하는 방향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항상 믿어주시는 분들이었다. 
그녀에게는 진로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었지만 함께 꿈을 키워온 세 살 터울의 오빠가 있었다.

“오빠는 어렸을 때 저보다 훨씬 먼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어요. 
저는 TV에서 본걸 제외하고는 중학교 2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서편제>라는 영화를 본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오빠는 유치원 때부터 용돈을 모아서 그걸로 매년 <우뢰매>를 보러 갔어요. 
오빠가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을 제가 알고 쫓아가려고 하면 영화 값이 없으니까 저를 따돌리고 가는 일이 매년 반복되었죠. 
그러다가 오빠랑 같이 <로보트 태권V>에 푹 빠져서, 오빠와 저는 서로 ‘로보트 태권V’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녀는 오빠와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꿈을 키워나갔다. 
그녀의 오빠는 실제로 뇌파로 기계를 움직이는 뇌 공학 일을 하며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구소에 들어가 주임교수가 되었고, 그녀 역시 로보트 태권V를 3D영화로 만드는 회사에 투자하는 일과 MBC에서 로보트 태권V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꿈을 이루었다. 
지금도 영화를 좋아하며, 시나리오 쓰고 있다는 그녀와 오빠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여전히 비슷한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저는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제가 창작의 길을 가고 싶은 꿈은 좀 더 멀리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영화나 우리가 참여해서 만들어진 어떤 콘텐츠가 최소한 헐리우드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누리는 정도의 대우를 받는 세계시장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제가 직접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찾아올 수 있도록 제 분야에 도움이 되고 싶고,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어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67&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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