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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분야

(애니메이션)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애니메이터의 기본


이대현 레드로버 애니메이션 팀장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살아서 말하고, 걷고, 뛰고, 날고, 구를 수 있도록 모든 움직임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차이가 드러나도록 고유한 움직임과 섬세한 감정까지 다 표현해야 하는 애니메이터는 배우이자 감독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요즘 한국 회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바로 「넛잡, 땅콩 도둑들」이다.
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끈 이 작품을 제작한 사람은 레드로버의 애니메이션 팀장이자 3D애니메이터 이대현 팀장이다.

2D애니메이션과 3D애니메이션의 차이점

애니메이션 작업은 여러 파트로 나뉘는데 2D애니메이션에서 3D애니메이션으로 넘어오면서 파트가 더 세분화되었다. 
프레임마다 실제로 그림을 다 그리는 2D애니메이션은 원화(原?) 파트와 동화(動?) 파트로 나뉘는데, 원화 파트는 가장 기본이 되는 그림이고 그 사이에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동화 파트에서 하는 일이다.

3D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3D컴퓨터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에서 캐릭터를 가지고 오면 그 캐릭터들이 3D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로, 3D컴퓨터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움직임을 표현한다. 
사전작업으로 캐릭터에 뼈를 심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리깅 작업’을 하면 컨트롤러들이 생기는데 이것을 이용해 캐릭터의 손가락, 머리, 팔꿈치 등 실제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누자면 3D 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오토데스크 중에는 ‘맥스’와 ‘마야’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게임 쪽에서는 ‘맥스’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작업에서는 ‘마야’를 많이 사용한다.

사물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습관

“학창시절에 누구나 공부 이외의 다른 분야에 관심이 한두 가지는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만화책, 영화, 게임 같은 것을 좋아했어요. 
어른들은 ‘공부해야지, 그런 건 해서 뭐 하냐’고 하셨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이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단순히 즐거워서 했던 일이지만 그때 그런 걸 많이 접해 본 사람들이 공부만 했던 사람들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이쪽 분야에 더 잘 적응하고,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것 같아요. 
물론 자기 책임을 다 한 다음에야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의무도 지키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손해인 셈이죠.”

이대현 팀장은 학창시절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학업에도 열심이었다. 
그래야 부모님께 걱정 끼치지 않고 떳떳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님은 이대현 팀장을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편이었고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자식에게는 져주는 분이었다. 
대학교를 선택할 때도 부모님은 전공보다는 대학을 먼저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아들이 확고하게 주장하자 그 의견을 인정해주셨다. 
이때 이대현 팀장은 자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D애니메이터와 달리 3D애니메이터는 드로잉 같은 그림 실력이 필수는 아니에요. 
다만 움직임에 대한 관찰력은 뛰어나야 합니다. 
이런 것은 공부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평상시 습관인 것 같아요. 
3D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인재를 판단할 때 ‘감각’이 있나 없나를 많이 따지는데, 제 경험으로 볼 때 평상시 관찰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 중에 감각이 좋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평상시 주변 사물은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볼 때 관찰하는 습관,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세하게 보는 사람들은 기본기가 다져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연기에 대한 자질이 있다면 더욱 좋겠죠.”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았다. 
사람이나 풍경을 그릴 때도, 만화의 캐릭터를 그릴 때도 대상을 자세히 관찰해야하기 때문에 그는 대상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었다. 
미술학원에서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해서 친구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졸라맨 캐릭터를 여러 장 그려 책장을 빠르게 넘겨 움직이게 만드는 놀이를 하면서 학창시절 내내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출판만화밖에 없던 당시 만화가란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아 보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성적에 맞추어 명문대 공대 전기과에 갈 것인지 그 당시 우리나라에 최초로 생긴 미디어학부를 갈 것인지 고민하던 그는 미디어학부에 대해 알아보니 컴퓨터 기술력과 콘텐츠, 창조적인 과정을 많이 배울 수 있는 학과라는 판단이 섰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분야에 지원하게 되었다.

영화로는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후 이대현 팀장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컴퓨터애니메이션학과(미디어학부)에서는 그간 자신이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 1학년 때는 처음 맛보는 자유로움에,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 해방감을 맘껏 즐기며 보냈다.

그와 달리 같은 과 친구들 중에는 입학 후 내내 고민하고 갈등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컴퓨터애니메이션학과는 처음 생긴 학과인 만큼, 학교 측에서 과장해서 홍보를 하고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장학금을 주며 데려왔기 때문에 어떤 것을 배우는 과인지, 자신의 적성에는 맞는 과인지도 모르고 온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었고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도 70~80퍼센트는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정말 맞는지 계속 망설여진다면 하루라도 빨리 진로를 변경하는 게 좋아요.
주변 눈치나 상황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빨리 결정을 내리고 다른 길로 가야 그만큼 덜 후회하게 될 겁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그는 더욱 수업에 재미를 느끼며 하나하나 진지하게 배워나갔다. 
그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장점과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었던 대학시절이었다.

“교양수업에서 「성과 사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감동을 받았어요. 
3D로 만든 영상이었는데 생명이 잉태되고 아기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경이롭게 그려낸 작품이었죠. 
그것을 다큐멘터리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영화로 만들 수 없는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빛이 나거든요.”

그가 졸업 작품의 테마를 생각해낸 순간이자, 진로를 애니메이션으로 결정하고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확고하게 굳힌 순간이었다.
그는 졸업 작품을 만들었던 그 기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고 즐거웠던 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던 그 경험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닌 학교는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가르쳐주는 교육방식이 아니었어요. 
기본 원리를 배운 뒤에는 스스로 찾아서 해결해야 했죠.
졸업 작품을 할 때도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했고, 교수님들은 조언을 해주시는 정도였어요. 
그런 교육방식이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죠.”

힘들다는 생각은 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애니메이션 산업 분야는 아직 여건이 열악하고 다른 직업보다 힘들게 일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좋아하고 열정적인 사람들만 남게 된다. 
이대현 팀장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의심 없이 달려왔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부인이나 주변 사람들도 흔들림 없이 매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믿고 격려해주었다.

첫 직장으로 게임회사에 들어간 이유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개인적인 작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자신에게 맞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다. 
힘들게 입사했고 회사 쪽에서도 어렵게 채용을 해주었기에 쉽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니라는 판단이 섰을 때 그는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었다.

두 번째 직장은 TV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디자인스톰’이라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콘텐츠도 좋았고, 기술도 우수하고, 기획도 좋았지만 투자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그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도가 나서 망하고 말았다.

“힘들다는 생각은 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애니메이터는 기술을 가진 프리랜서라는 개념이 있어서, 실력만 있다면 어디든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산업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취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의 생각대로 회사를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그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대학생 때 산업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애니메이션 회사와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들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그때 애니메이터의 감각을 인정받아 현장에서 1년 동안 일을 했던 회사였다.

“‘원더월드’라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직장생활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일할 수 있고 얼마만큼의 기량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일은 여전히 고되었지만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즐겁게 잘 해내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자신감이 생겼던 시간이었죠.”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가능성

“회사의 규모와 프로젝트,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회사를 옮겼어요. 
국에 자사를 두고 있으며 기술력, 자금력 면에서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회사라는 판단이 들었죠.”

이대현 팀장이 세 번째로 입사한 회사가 바로 지금 다니고 있는 ‘레드로버’이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나라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해진 애니메이션 「넛잡」을 제작했다.

“제가 다니는 레드로버는 국내에서 상영되는 아동용 TV시리즈 작업은 별로 하지 않고 장편 애니메이션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년에 「넛잡」이라는 작품을 미국에서 개봉하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작업을 하는 중간부터 후속편을 준비했고, 「스파크」라는 글로벌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있어 북미에서 개봉할 예정이에요.”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국내 영화보다는 문화장벽이 낮은 애니메이션으로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넛잡」은 분명 저희가 기획과 제작을 했지만 자세히 들어가 보면 외국의 우수한 인력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3D 기술력은 외국에 비해 아직 많이 뒤쳐져 있어요. 
경험치도 적고 성공한 사례도 별로 없습니다. 
레드로버는 외국의 기술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회사입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끌어올린다면 몇 년 안에 우리의 손으로 제작한 작품이 박스오피스 1위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더디 갈 수도, 멈췄다 갈지도 모르지만 분명 비전이 있는 산업

애니메이션은 그 안에 디자인, 스토리, 캐릭터 제작, 리깅작업, 애니메이션 작업, 배경 라이트닝, 랜더링, 컴포짓, FX 시뮬레이션 등 수십 가지 파트로 나뉜다. 
그것들을 두루 경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은 어느 분야인지, 또 소질이나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분야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대현 팀장은 대학교 진학을 권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파트를 찾고, 필요한 실무도 배울 수 있다. 
그 다음에는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가능성을 보고 신입 직원을 채용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 애쓰기보다 소질 있는 분야를 찾아 감각과 기지가 돋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애니메이션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그런 교육기관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도 따로 있잖아요. 
하지만 만약에 그런 기회를 놓쳤다 하더라고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경험이 가장 큰재산이에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한 사람도 이 분야에는 꽤 많습니다.
전문적인 교육은 나중에 생각해도 괜찮으니, 어쨌든 관심을 놓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그리고 기술을 익혔다 하더라도 흥미가 없으면 오래 버틸 수 없는 직업이니, 정말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지를 꼭 확인하세요.”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무리 힘들고 고비가 도사리고 있더라도 결국엔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이대현 팀장은 말한다. 
게임이든 영화든 영상과 관련한 모든 매체가 하나로 통합되는 궁극적인 매체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는 애니메이션이 결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사양 산업이 될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더디 갈 수도 있고 잠시 멈췄다가 갈지도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은 분명 비전이 있는 산업이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지금 여건이 열악하다고 해서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64&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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