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여러 분야의 진로∙직업 전문가와 사회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직업 세계를 확인하고 진로선택 방법을 알아보세요.

커리어패스

창작분야

(창직) 재미있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는데 주목받는 사업이 됐어요


한만일 열린옷장 대표

‘공유’를 통해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가게’가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인데, 그들은 기부된 옷이나 물건을 수선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여기서 창출한 이윤으로 국내외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사회적 기업 ‘열린 옷장’ 역시 의류를 이용해 공유를 실천한다. 
업을 꿈꾼 적도 없던 한만일 대표는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나눠 쓰는 공유 경제의 아이디어가 시작이었어요

열린 옷장은 간단히 말하면 옷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히 사회 선배들이 기증한 정장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서 면접용 정장을 필요로 하는 청년구직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자주 입을 것도 아닌데 값비싼 정장을 사는 것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청년구직자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옷장을 열어 서로의 옷을 공유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열린 옷장>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공유 경제’라는 개념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여럿이 공유해서 쓰는 ‘협력적 소비’에 기반을 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공유 경제(각자 소유한 물건이나 공간을 나눠 쓰는 협력적 소비)의 개념이 모호한 우리나라에서 모든 옷을 공유의 대상으로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공유의 개념을 좁히고자 한 가지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입사 후에도 천년만년 입을 것이라 믿고 구입했던 고가의 면접용 정장이 떠올랐다. 
사실 많은 직장인들이 입사 합격 후에는 어딘지 촌스러워 보여 면접용 정장을 옷장 안에 고이 모셔두곤 한다.
이렇게 옷장 속의 잠자는 정장을 기증하는 것이 경제난으로 허덕여 면접용 정장 구입이 어려운 청년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공유의 아이템으로 정장을 선택한 것이다.

또 단순히 옷만 공유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선배들이 기증한 옷과 함께 옷에 대한 에피소드나 응원의 메시지를 편지로 담아 전한다. 
그리고 대여자들은 후기를 남김으로써 기증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간다. 
이를 통해 열린 옷장은 옷과 이야기, 더 나아가 그들의 관계까지 공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철저하게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지 예치금이나 보증제가 전혀 없음에도 문제없이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아요

만일 씨는 사실 창업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릴 때는 수목원에서 나무를 연구하고 키우는 것이 꿈이었다. 
만일 씨의 아버지가 제재소를 운영해서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많이 보며 자랐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껴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업을 하는 걸 보며 불안정한 사업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욕심 없이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다.

많은 학생들처럼 성적에 맞춰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때 취업보다는 노무사라는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기도 했다. 
노동문제와 기업의 인사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경영학을 부전공하고 인사관리쪽 수업을 많이 듣기도 했다.

어릴 적을 되돌아보면 비교적 평범한 학생이었던 만일 씨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의도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항상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성향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지금의 일에 이르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직장생활에서 어느새 대표로

만일 씨는 대학 때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의에 갔다가 당시 변호사를 그만두고 사회사업을 하던 박원순 시장과 인연이 되어 인턴을 하기도 했다. 
‘해피시니어’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인턴을 하며 수입이 적은 것을 보고 이런 단체에서 일하는 대신 취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졸업과 함께 ‘이브자리’라는 침구회사에 영업관리직으로 취업을 했다. 
대리점 매출을 관리하고 매출이 안 나오면 상승시킬 방안을 궁리하는 일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하던 터에 희망제작소에서 소셜 디자이너 수업을 받게 되었다. 
소셜디자이너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강의를 듣고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수업이다.

거기서 다른 2명의 직장인들을 만나 일이 시작됐다. 
카피라이터 김소령 씨와 휴대전화 개발을 하는 박금례 씨다. 
금례 씨가 안 입는 옷을 모두가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세 명의 직장인은 재미있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모두 직장인인 탓에 주말에야 시간을 내 사업 구상을 했다. 
그런 다음 온라인 카페 하나 만들어서 시작했다. 
창업이라기보다는 비영리단체를 만든 것이다.

“대기업 취업 아니면 창업만이 길이 아니라 이런 방식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길이 있다. 
만일 씨처럼 전혀 창업을 생각하지 않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찾다 보면 새로운 삶이 열린다. 
만일 씨는 이렇게 살아도 먹고 살만 하면서 재밌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개선해가면서 욕심 없이 전진해요

사이트를 정식으로 오픈해서 온라인서비스를 개시한 후 지금도 계속 실험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제일 어려운 것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이다. 
옷을 기증을 받기 때문에 원하는 종류를 원하는 만큼 구비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옷을 빌리러 왔다가 원하는 옷을 찾지 못하고 그냥 가는 일이 생긴다.

온라인으로 옷을 빌려준다고 해도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기증받은 옷들의 사이즈가 전부 다르고, 연도별로 다르고, 브랜드별로 다 달라서 온라인에서 빌리면 몸에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오프라인으로 A라는 옷을 빌리면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을 텐데, 맞는 사람은 얼마나 정확한지 같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웹에 올릴 때 는 이런 사람이 이 사이즈의 옷을 입었더니 맞는 것 같다’는 정보가 나오게 될 것이다. 
가능하면 자신의 신체 치수를 기입하면 맞을 확률까지 나오도록 하려고 한다.

창업을 하면 돈을 가장 걱정한다. 
그러나 열린옷장은 처음부터 원칙을 세웠다. 
적은 돈으로 시작해서 상황에 맞춰 변경해가는 것이다. 
나무를 보면 나뭇가지가 중간에 삐죽삐죽 나와 있듯 하나의 줄기를 타고 가다가 환경에 따라 변화하며 개선해가는 것이다.

제조업이 아닌 한 처음부터 크게 돈을 들여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공유경제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옷을 다 기증받아서 하는 것이라 자본금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 것이다. 
또 요즘 돈 투자해주는 데가 많이 있다고 한다. 
꼭 정부지원금 아니더라도 기회가 많아졌다.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두려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확신이 있는 만큼 두려움은 줄어든다. 
두렵다고 그저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을 해도 두려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퇴직할 때가 되면 이제부터 뭘 할지 또 다시 두려워진다. 
그 두려움을 좀 뒤로 미루어두는 것뿐이다.

요즘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무원의 경우 불안한 것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대신 포기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일에든 손해보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그럴거면 해보고 싶은 걸 한번 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만일 씨는 말한다.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작게나마 시작해보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작게 시작할 수 있다. 
돈 없는 학생이라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뭐든 해볼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만일 씨는 조언한다. 
어차피 기업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반의 성공을 바탕으로 소비의식을
바꾸는 회사 될 거예요

열린옷장 사업은 1년여 만에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벌써 400여명이 이용했다. 
교생실습 나가는 대학생, 졸업앨범 찍는 대학 졸업반 학생, 기업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 등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임동준 탐스슈즈(TOMS SHOES) 이사도 정장 기부자 대열에 합류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유세 때 입었던 정장 2벌을 기증했다.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에요.”

요즘 공유 경제가 화제가 되면서 열린옷장은 언론에 많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온라인을 더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장 기증자의 정보를 보고 진로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옷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핵심은 옷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가지 고민 중에 있다.

고물가·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이제는 소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열린옷장>을 통해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빌려 쓸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퍼지기를 기대한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6872&curPage=1

목록보기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공인 웹 접근성 품질인증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