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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지구를 세 바퀴를 돌며 얻은 삶의 에너지


노미경 세계여행전문가

죽기 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라고 대답한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마법 같은 것이 여행이 아닐까.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순간부터 삶의 에너지가 바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행을 꿈꾸며 살아간다.

2024년도에는 세계 여행 시장 규모가 1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으로는 자동차 생산, 주식시장보다 여행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여행을 즐기면서 동시에 돈까지 벌 수 있는 직업이 있으니, 바로 ‘투어컨덕터’다. 
여행을 일로서 즐기는 세계여행전문가이자 프리랜서 투어컨덕터인 노미경 씨를 만났다.

러시아 문학에서 발견한 세계 여행의 꿈

이집트 카이로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산티아고를 거쳐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선까지 길고 긴 나라 칠레, 티티카카 호수 위의 갈대섬 ‘우로스섬’, 쿠바, 하바나, 코히마루로 가는 길에 느끼는 헤밍웨이, 브라질 이과수 폭포와 코파카파나 해변, 멕시코 칸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 지상에서 천국을 느낄 수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과 소피아 미술관, 신비로운 이슬람 건축 알함브라 궁전,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구엘 공원과 사드라다 파밀리아 성당, 프랑스 아비뇽,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터키의 가파도키아, 스위스 융프라우, 독일 라인강변의 뤼데스하임, 노르웨이 베르겐, 피요르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먼 나라의 명소들, 노미경 씨의 여행담은 끝이 없었다. 
전 세계 150개국을 도전과 모험 정신으로 거침없이 여행한 그녀의 어린 시절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전깃불이 들어올 정도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어요. 
텔레비전도 없었고 딱히 놀이 문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죠. 
길고 따분한 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는 언니, 오빠들의 책을 읽는 것이었어요. 
제가 7남매 중 막내였기 때문에 언니, 오빠가 많았거든요. 
5, 6학년 때 러시아의 문학 전집을 읽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로 읽었던 책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고골, 체호프, 투르게네프, 솔제니친, 고리키 등이 쓴 작품이었어요.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러면서 막연하게 그들의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녀의 막연한 꿈에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분은 중학교 2학년 때 사회 선생님이었다. 
‘너희들이 원하면 세계 각국을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다’, ‘비행기도 탈 수 있다’는 말에 어린 여학생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기 전에 반드시 세계 일주를 하는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이 서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여행할 수 있는 직업, 투어컨덕터

대학생이 되고 나서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을 시작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중국, 동남아, 태국, 필리핀, 서유럽, 동유럽 등 다니다 보니 어느새 150개국을 여행하고 있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하고 싶은 충동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알아 가는 즐거움 때문에 그녀는 여행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 번의 세계일주를 한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물었다.

“이집트요. 이집트는 나일 강을 끼고 있는 문명의 발상지로 볼거리도 많지만 그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끊임없이 신과 가까워지려고 했던 인간의 노력과 무한한 잠재 능력이었어요. 
특히 룩소르는 꼭 한번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간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면,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세상을 걷고 또 걸어 온 그녀가 그 동안 쓴 경비는 3억 원. 
망설이고 주저하는 것은 결국 시간낭비임을 알아챈 순간 빚을 내서라도 떠났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언니, 오빠들이 돈을 지원해 줘서 여행을 다녔지만 이제는 돈을 벌면서 다니고 있다. 
여행하며 번 돈이 3억 원은 넘는 것 같다며 투어컨덕터(TC)라는 직업을 소개했다.

“여행사에서 TC(투어컨덕터)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어요. 
‘투어리더’라고도 하는데 여행사의 인솔자로서 여행객을 안내하는 일을 하죠. 
어컨덕터는 장점이 많은 직업이에요. 
돈을 받으면서 여행을 할 수 있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거든요. 
여행을 떠나면 낯선 곳에서 열흘 정도 한솥밥 먹으며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그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또다시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투어컨덕터는 건강하기만 하다면 정년이 없는 매력적인 직업이죠.”

다양한 세계문화를 체험하면서 세계 각국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장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행 인솔자로 3년 정도 일하다 보면 거의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보게 되니 일을 통해 세계여행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여행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상적’이라고 느낄만큼 좋은 조건이지만, 투어컨덕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있다.

첫 번째,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즐겨야 한다. 여행객 중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여행이 순조로울 때는 문제가 없지만,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갑자기 교통편에 문제가 생겨 발이 묶이기라도 하면 그때는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 가는 것이 투어컨덕터의 역할이다.

두 번째는 몸이 건강해야 한다. 
여행 중에 덜컥 병이라도 나면 인솔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행객들에게 짐이 된다. 
각종 예방접종은 필수고 위험한 지역과 전염병이 유행하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아야 한다.

세 번째는 언어 능력이다. 
외국에 나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려면 일단 언어가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2, 3개국 언어를 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영어만이라도 수월히 할 수 있어야 현지에 가서 고생하지 않는다 .

‘여행’을 하면 다양한 직업이 보인다

여행이 항상 편안하고 우아한 문화 체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미경씨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아프리카 여행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그야말로 ‘죽을지도 모를’ 위기의 연속이었다.

“45도 더위에 며칠 동안 세수 한 번 하지 못한 채 하루에 컵라면 한 개와 망고만 먹고 버텼어요. 
그러고도 계속 걷고, 버스를 타며 여행을 계속 했지요. 
21일 동안 혼자 배낭을 메고 다니면서, 백인이든 동양인이든 현지인을 제외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었어요. 
어느 순간 ‘내가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 당시 말리가 내전 중이었는데 외교부에서 문자가 온 거예요. 
‘지금 있는 곳은 위험 지역이니 빨리 벗어나라’는 내용이었죠. 
말라리아도 유행하고 있었어요. 
피곤한데다가 제대로 먹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말라리아에 걸리기라도 하면 죽을 수도 있잖아요. 
또 제가 서아프리카 세네갈에 갔을 때, 그때 에볼라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퍼지고 있었죠. 
볼라 바이러스는 아직 치료약도 없는데…….”

그런 위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여행을 멈추지 않았던 것일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데 가서 다른 일을 하다가 죽느니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자, 여행하다가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나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겨요.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죠. 
아프리카를 한번 다녀오면 자신이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 감사한 마음이 들 거예요.”

그녀는 그런 험난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세상에 못해낼 일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아프리카 여행은 그녀에게 있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대견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 되었다. 
투어컨덕터가 아니더라도 ‘여행’을 하면 다양한 직업이 보인다.

“가우디의 구엘 공원과 성당을 보면서 건축가의 꿈을 갖거나 디자이너로서의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유엔을 보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죠. 
개인이 국가를 초월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 거예요. 
여행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호기심만큼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다.
두렵다고 생각하면 어디를 가든 두렵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낯선 사람에게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면 상대방 또한 좋은 사람으로 다가오는 법이라고 여행의 고수 노미경씨는 말한다.

선진국을 여행하며 알게 된 우수한 성교육 시스템

노미경 씨는 세계여행전문가로서 뿐만 아니라 세계성문화·성교육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세계 각국의 교육, 특히 성문화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강의를 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 집으로 뛰어 들어오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프던지……. 
찬밥 한 덩어리 찾아 허겁지겁 먹고 있으면 여지없이 부모님이나 할머니의 잔소리가 쏟아졌어요. 
‘딸년이 밥은 먹어 무엇하느냐’는 거예요.”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오빠들이 하면 잘했다고 칭찬 들을 일도 언니들이나 자신이 하면 ‘쓸데없는 짓’이 되어 버렸다. 
오빠들이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해도 그것이 언니들이나 자신의 몫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오빠들이 내일 먹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별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무 이유 없이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어린 소녀에게는 억울하기만 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노미경 씨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지금 그는 초중고 교사들과 보건교사들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접한 성문화와 선진국의 성폭력 예방 교육, 우수한 성교육 시스템을 강의하고 있다.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나누는 삶

반포동에 노미경 씨가 운영했던 여행 카페 <꼰띠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어 만든 공간이었다. 
꼰띠고(Contigo)는 스페인어로 ‘너와 함께’라는 뜻인데 여행에 관한 상담은 물론 자녀 교육, 부부 문제 등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마시는 커피 값은 아프리카 카메룬에 우물을 파는 데 쓰도록 했다.

“여행을 통해 넓은 세상을 봤다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다른 사람보다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힘들 때라도 남을 먼저 보살피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 작은 일에 연연하기보다는 대범하게 좋은 일을 하겠다는 뜻을 가져야 해요.”

프리랜서 투어컨덕터이자 세계여행전문가인 노미경 씨는 앞으로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대학원에 입학, 국제문화 비즈니스학과 공부를 하고 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넓게 보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여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빈곤한 계층까지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그가 꿈꾸는 미래이자 목표다. 
입시 위주의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몇 번의 시험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거나, 다양하게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로를 선택해 평생 동안 그 길을 걷는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이 먼저고 그 다음 진로 선택 그리고 그 다음이 공부에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20&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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