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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선하고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로봇 공연


정진미 로봇공연연출가

사람 크기의 로봇이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만화에서나 보던 로봇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자 아이들은 넋을 잃고 공연에 빠져든다. 
곧 닥쳐올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기술로서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공연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로봇뮤지컬 「로봇랜드의 전설」은 관심과 호기심 속에 성공리에 막을 올렸다. 
로봇공연 연출가 정진미씨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봇공연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우선 시나리오가 필요해요. 
로봇에게 맞는 스토리를 개발합니다. 
런 다음 로봇들의 장단점, 특성들을 파악해서 시나리오 상에 있는 이야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작업을 합니다. 
각 로봇의 성격에 맞는 성우들도 섭외하고 의상이나 소품 제작에 들어가요. 
그리고 무대의 시각적인 연출을 위해 미술감독, 조명감독의 도움을 받죠.”

로봇공연은 스토리 개발을 시작으로 의상, 소품까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관객으로 하는 뮤지컬이어서 성우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로봇이 낼 수 있는 기계음까지 가미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연기인데, 사람처럼 움직일 수 없는 로봇이 배우로 등장하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노래를 표현할 수 있는 동작, 가장 멋지고 가장 로봇다운 동작을 찾아내서 사람이 로봇과 함께 연기 연습을 해야 했다.

“로봇이 왜 우리에게 있어야 하는지, 로봇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발전해야 하는지, 그런 메시지를 스토리에 담아 아이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아이들 세대는 로봇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테니까요.”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과 실험

사람도 공연을 하다보면 아플 수 있듯이 로봇도 고장이 나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이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정진미 씨는 그런 상황에 응급대처하기 위해 평소에 수신호를 만들어 대처 행동을 미리 정해놓기도 한다. 
긴 공연 준비 기간 동안 발생한 문제점들을 수치로 데이터화해서 로봇들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고치면서 공연 연습을 한다. 
구선수들이 경기할 때 곁에 의료진이 있는 것처럼, 로봇들이 연습하는 동안 엔지니어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고치기도 한다.

“로봇들은 사람이 연습을 시켜주지 않으면 자기들끼리 연습을 할 수가 없잖아요. 
사람 공연 같으면 각자 연습을 한 다음 모여서 한두 달 정도 같이 연습하면 될 것을, 로봇은 세 달 넘게 연습을 해야 했어요. 
회사에서 연습실로, 연습실에서 공연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로봇을 분리했다가 다시 조립해야 합니다. 
조립 자체도 어렵지만 예민한 로봇인 경우에는 분리하고 이동하고 다시 조립하는 동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미있는 반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죠.”

눈이 하트로 변했다가 눈동자로 보였다가 다시 깜빡거리는 등 눈빛이 변하는 로봇이 있으면 상황에 맞는 가장 좋은 눈빛을 찾아낸다. 
손을 사람처럼 끝까지 올리거나 앞으로 쭉 뻗지 못하는 로봇은 춤추고 노래하며 연기할 때 최대한 자연스런 동작으로 보이도록 연구를 해야 한다.

로봇이 자신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도록 소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LED가 장착되어 있는 로봇이면 LED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입힌다든지, 빛이 없어 눈에 띄지 않는 로봇들에게는 캐릭터 성격을 강조한 무언가를 머리에 씌워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공연 때 그녀는 첫 번째와 좀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7센티미터의 작은 로봇들을 출연시키기로 했는데 이 로봇들의 단점이 직진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2014년 4월 공연 오픈 전까지 그녀는 이 로봇들의 직진성 실험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몇 번 넘어지기는 했지만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자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녀의 꿈은 그렇게 도전과 실험으로 하나하나 이루어져가고 있다.

어려운 것은 로봇의 연기 연습만이 아니었다. 
로봇공연의 의뢰를 받아 팀을 이끌어나갈 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예술 분야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불만이 쌓였다. 
공연 이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한 팀을 이루어 뜻을 같이해야 하는데 두 집단의 성격이 너무 달랐다.

그녀는 엄마의 마음으로 간식을 같이 먹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와서 나눠 먹고, 과일을 깎아 입에 넣어주면서 소통에 애를 썼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또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함께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녀는 무엇보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는 일념 때문에 안달복달 채근해댔는데도 잘 융합해준 회사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물음표를 던지는 감독의 역할

정진미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다.
영화를 통해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글도 쓸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도 할 수 있고, 카메오나 단역으로 출연할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해서 2학년 1학기부터 한 학기도 빠지지 않고 매 학기마다 혼자서 연출을 맡아 영화를 만들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시나리오 작가로 일했는데, IMF가 터지고 시나리오를 써도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이 겹쳤다. 
그녀는 잠시 꿈을 접고 일반 회사에 취업해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녀는 다시 회사를 나와 ‘정감스토리’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독립작품 두세 편과 「누나」라는 상업영화의 시나리오, PD, 제작을 맡아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나리오를 그녀에게 모니터를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는데, 원고를 시나리오로 잘 정리해서 줬더니 각색까지 부탁해왔다. 
그녀가 각색을 해서 가져다주니 이번에는 그 작품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것이 로봇콘텐츠 전문업체 ‘이산 솔루션’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저는 영화를 만들면서도 계속 영화나 동화 스토리를 쓰고 있었어요.
‘정감스토리’도 스토리회사고요. 
아이들이 자라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을 때 ‘여기 스토리는 믿고 읽을 수 있어’라는 스토리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자극적인 내용, 폭력적인 표현으로 해를 끼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 좋은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생각에 따라 행동도 달라지고 그 행동이 달라짐으로써 사회에 선을 끼칠 수도, 악을 끼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산 솔루션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었죠.”

이산 솔루션이 연출을 의뢰한 공연은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녀는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자신의 비전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에 과감하게 시도했다. 
모든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 도중에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는 없었던,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니 끝까지 참고 해내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분명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다. 
그녀는 힘이 들 때마다 뛰지 못하는 로봇 대신 넓은 연습실을 막뛰어다니면서 어려운 시기를 견뎠다.

“감독이란 존재는 함께 일하는 분들이 계속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물음표를 던져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면 그것에 대한 답은 그 분들이 찾아오죠. 
내가 무엇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잘 파악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녀가 그럴 수 있었던 기본적인 힘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이었다.

항상 스토리를 구상한다

정진미 대표는 공연연출 이외에도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토리 강의를 하고 있다.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부분을 자극해서 재미와 감동을 발굴해내는 작업이다. 
그냥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스토리를 가미해서 할 수 있도록 스토리 강의, 브랜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녀의 자기계발 방법은 독서다.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나 마케팅 관련 책들도 많이 읽는다는 그녀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유학을 가거나 다시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으면서 다방면의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다고 했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평소에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축적된 것이 어느 순간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창업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드리면 좋을지 머릿속에서 항상 구상하고 있어요.”

이산 솔루션 공연을 하면서 로봇 세 대를 선물 받은 그녀는 현재 이 로봇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를 구상 중이다. 
언제 쓰일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준비하고 있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든 연극이든, 글을 쓰든, 머릿속은 항상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죠. 
영화나 연극도, 창업스토리나 브랜드 스토리도 다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코칭하고, 컨설팅하고, 강의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중 하나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작업들을 스토리를 통해 글로 구체화하고 그 스토리를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스토리를 디자인이나 점포,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고요.”

기회가 없을 때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정진미 대표 역시 영화나 공연이 시작되면 몰입해서 몇 달씩 새벽에 들어오고 아침이면 정신없이 나가지만 그것이 끝나면 강의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너무 몰입해서 한 분야만 바라보지 말고 완급조절을 잘하는 것도 즐겁게 일을 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영화 연출이나 공연 연출은 힘들게 준비하고 일하는 것에 비해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기
회를 잡았다 해도 계속 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고, 일을 할 때보다 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기도 하다. 
래서 그녀는 이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기를 권했다.

“스토리를 쓰고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영화만 고집하지 말고, 영화적인 혹은 공연적인 요소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당장 영화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불안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을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자신의 것을 좀 더 준비하는 여유를 가지는 게 좋아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63&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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