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제품이나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이미지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이미지에 담긴 감성, 그 이미지를 함께 나눌 대상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그런 면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처음부터 기획을 하고 제작을 하는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물론, 그 이미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다소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만큼 무언가 결과물을 냈을 때 새로운 것을 개척해냈다는 자부심이 큰 직업입니다. 성공하게 되면 파급 효과나 보상도 크다고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새로운 것은 항상 증명을 받아야 합니다. 노력해서 무엇을 만들어내더라도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예측하기 힘드니까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타인에게 끊임없이 표현하고 설득해내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죠.

영화, 광고, 패션 등 모든 이미지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각 분야별 소통이 굉장히 중요해졌어요. 지금까지는 어떤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매체의 책임자가 큰 목소리를 내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이미지 크리에이터가 기획 초반부터 참여해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으고, 여러 가지 갈등을 해결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고요. 그만큼 이미지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에는 묘하게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반대되는 행동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제가 한 말과 행동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누구 하나 제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지 않았으니까요. 비록 타인과 다르다는 생각에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다른 삶을 찾다보니 자연히 영화, 음악, 미술 등 창의적인 분야에 끌리게 되더라고요. 특별히 편애하는 분야 없이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런저런 경험도 많이 쌓았고요. 그렇게 제 안에 창의성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고, 지금의 일을 하는 자양분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전공이 조형디자인이었는데 어릴 적부터 그림은 물론이고, 사진과 음악도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내 작업과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방법을 찾다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경험을 축적하게 되었죠. 예전에는 메시지를 비주얼로 표현하는 아트 디렉터(Art Director)라는 직업들이 많이 있었으나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담보되지 못하다보니 실무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모든 것들을 제 일로 흡수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 시도들이 모여서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영감을 얻는 것은 정말로 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감각적으로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도, 혹은 택시기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얻게 되는데요. 그렇게 일상생활 안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늘 몸에 있는 감각기관들을 예민하게 유지하는 습관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훈련 안에는 독서, 영화, 음악 등 모든 매체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대부분 이 일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예술작가와는 좀 다릅니다. 작가들이 조금은 폐쇄적이고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작품을 완성해낸다면,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늘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사회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일상적인 것들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먼저 발견해 일반인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도 특별하게 바라보고 독특하게 생각해보는 엉뚱함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의 예술이나 이미지는 숙련된 기술보다는 철학과 아이디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기술적인 부분은 컴퓨터와 과학기술로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미술 관련 전공이 아직은 이 일과 가장 가까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는 전공보다는 창의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창의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 최우선의 위치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족한 부분을 성장시켜나가면서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협업해나갈 수 있는 전문가들도 많이 생겨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