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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미술) 그림을 그리며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다


이윤희 미술치료사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 이들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들과 그림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이윤희씨는 미술치료사이다. 
현재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치료사인 동시에 치료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두 번의 만남이 있었어요

윤희씨는 온순한 성격의 착한 아이로 보였지만, 사실 마음은 콤플렉스로 가득했던 청소년기를 보냈다.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달인’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런 그녀가 미술치료사라는 꿈을 가지기 까지 그녀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두 번의 만남이 있었다.
그 첫 번째 만남은 그녀의 그림에 대한 재능을 알아봐준 중학교 시절 친구였다.

“얼굴 예쁘고, 공부 잘 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선생님들에게 예쁨을 받는 친구였어요. 
성격까지 좋았던 그 친구는 풍족하고 다정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늘 텅 빈 집에 들어가야 했던 저와는 많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죠.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친구에게 유일하게 부족했던 것은 그림실력이었어요. 
제가 낙서처럼 그리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그림을 보고도 감탄하며, 그 그림을 가져갈 정도로 제 그림을 좋아했어요.”

처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준 친구로 인해 그림을 그리는 직업인 화가를 꿈꾸게 되었다는 그녀는 동양화과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그림을 전공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게 된 그녀는 방황을 시작했다.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 그녀는 그 곳에서 시각장애인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녀의 인생을 바꿔준 두 번째 만남이었다.

“앞을 한 번도 본적을 없던 소년이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어떻겠어요? 
낙서에 가까운 그 그림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라고 했더니, 꿈꾸는 표정으로 이 안에 집이 있고 여기는 우리가족이 밥을 맛있게 먹고 있고 하면서 너무 행복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쿵’하고 울림이 왔어요. 
람은 마음이 지옥이면 사는 것이 지옥 같은 것이고, 천국이면 지금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인 거죠. 
제가 상처가 너무 많고, 비관적이라 제 마음이 지옥이었던 것을 깨달았죠.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녀는 그 날 이후 지옥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마음 속 세상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선생님으로부터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일이 미술치료라는 것을 알게된 그녀는 그 때부터 미술치료사를 꿈꿨다.

미술치료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때여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윤희씨는 대학원에 다니던 무렵에는 우리나라에 미술치료 분야가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미술치료 과정이 있는 대학원이 없었다.
미술치료와 관련된 학회나 협회에서 미술치료사가 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술치료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하며 미술치료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나갔다.
공부를 마친 그녀는 미술치료사로 일하고자 여기 저기 알아봤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0군데 정도의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미술치료사를 뽑을 계획이 없는지 물었어요. 
대부분 우리는 그런 것 안 한다, 미술치료가 무엇이냐 하는 대답으로 돌아왔죠. 
거절의 연속이었어요. 
미술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때여서 미술치료사를 구하는 병원이 없었던 거예요.”

반복되는 거절에 상처를 받은 그녀였지만, 미술치료를 공부하며 배운대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병원에서 자신을 거절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기록하며 모범 답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아무런 준비 없이 무모하게 달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보여줄 포트폴리오도 준비했다. 
그녀의 노력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처음으로 미술치료사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정신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만나지만 저는 전문적인 공부를 한 것은 아니라서, 환자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치료를 한답시고 환자를 만나는 것 자제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막상 일을 해보니 환자는 그들이 아니라 저더라고요. 
환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제 과거 경험과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역전이’를 계속해서 경험하게 되면서 저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정신분석을 받았어요.”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은 마음의 거울을 닦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더 안전하게 환자와 만나기 위해 미술치료사가 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개인 분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인생의 모든 경험이 미술치료사로서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죠

“치료를 받으러 찾아오시는 분들께 오히려 감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같은 상처로 저를 찾아오신 분이 계셨어요. 
저도 가족들도 모두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그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제 상처도 치유가 되는 경험을 했던 적이 있어요.”

윤희씨가 만난 사람 중에는 그녀의 치료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람도 있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면서 힘들어하던 분이었다. 
그녀는 술병을 잡는 대신 크레파스를 잡고, 술을 마시는 대신 그림을 그린다는 그 분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치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경험들은 그녀를 보다 좋은 미술치료사로 만들어갔다.

“미술치료사의 일은 단순히 그림 보면서 그 사람의 문제를 맞히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잘 들어주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섣부르게 사람의 마음을 공식화해서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돼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닌 고정관념이 될 수 있어서, 심리치료에 있어서는 굉장히 치명적이거든요.”

사람의 성장과 변화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자신의 치료를 받고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영향력에 크게 만족감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상담일을 함께 하던 때였는데, 그녀는 당연한 답을 내놓듯 상담을 청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생각을 바꾸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백화점에 명절선물을 사러 갔는데, 일정 금액을 채우면 사은품으로 제빵기를 준다는 거예요. 
제 돈 주고 제빵기를 사기는 좀 그렇고 잘 됐다 싶어 영수증을 들고 가서 제빵기를 받았어요. 
너무 신이 나서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사은품으로 받았다고 자랑을 했는데, 어머니가 무엇을 샀기에 이렇게 좋은 것을 받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제빵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제가 돈을 주고 산 물건을 백화점에 전부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은품은 사은품일 뿐이잖아요. 
제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술치료라는 본질은 잊고, 사람들에게 미치는 제 영향력에 취해서 살고 있었던 거였죠. 
그래서 그 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제 자신을 돌이켜보며 치료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았어요.”

미술치료사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고,
연륜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2000년을 기점으로 미술치료 대학원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때 즈음 원광대, 서울여대, 명지대 등에서 미술치료와 관련된 대학원이 생겨났다. 
윤희씨는 통계를 내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미술치료이다 보니 미술 전공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상담, 심리, 교육, 인문학, 사회복지 전공 등 다양한 사람들이 미술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러 오고 있다고 했다.

“미술 치료를 하는데 좀 더 유리한 전공은 미술, 심리학, 상담이라고 생각해요. 
미술 전공자는 창작 과정이라든지, 재료라든지, 미술적인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죠. 
물론 미술과 치료를 위한 미술은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치료를 위한 미술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 
미술과 심리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서는 안 돼요. 
거기에다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죠. 
결합학문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녀는 미술, 심리, 상담 등 관련 분야를 전공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대학원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술치료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자신이 부족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면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미술치료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은 은퇴가 없다는 것이에요. 
나이 들수록 더 대우 받는 직업이죠. 
만약에 30대, 40대, 50대의 내담자가 자신의 삶의 고민 때문에 와요. 
그런데 20대인 내가 치료사로 앉아 있다면 마음의 문이 닫히겠죠. 
그러다보니 치료사의 나이가 어릴수록 대상이 제한되는 것 같아요. 
상담, 치료는 기본적인 신뢰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20대 때 빨리 나이가 들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처럼 저도 연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리 자리 잡고, 유명해지겠다는 생각은 미술치료사에게 어울리지 않죠.”

스스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미술치료사가 되고 싶어요

“미술치료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이에요.
일하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치료사가 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성장통과 같아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나를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치료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거든요.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섣부르게 자신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살며 상처입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이야기하는 윤희씨는 부족하고 못난 자신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자신의 모든 부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 내담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치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술치료사의 길을 가지 않는다 해도 진정한 자신을 만나본 사람은 진짜 자신이 원하는 꿈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는 미술치료사로 8년을 보내면서 본인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여전히 미술치료사이시지만, 그 분은 지금 자신이 찾은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지금껏 삶의 목적을 정하고, 계획에 따라 완벽함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그녀는 더 이상 억지로 계획에 맞추어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내담자에게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는 미술치료사,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에 감사할 줄 아는 미술치료사가 되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노력하며 살고 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0&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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