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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분야

(대안학교) 자연과 사람에게 모두 유익하게


신준수 낙농업자

충남 홍성군 홍성군 금평리 평촌에 있는 「평촌목장」은 매일 매일이 바쁘다. 
젖소를 키우고 우유를 짜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대부분의 농가와는 다르게, 직접 키운 젖소에게서 짠 우유로 요구르트를 만들어 판매까지 하기 때문이다. 
『똥벼락』의 작가로 유명한 조혜란 씨가 평촌목장의 일과를 『노야네 목장은 맨날 바빠』란 제목으로 책을 낼 만큼 바쁘다. 
부모님이 하시던 업을 물려받아 보다 나은 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나은 생산을 하고자 매일 땀 흘리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졸업생 신준수 씨를 만났다.

농업은 내가 갈 수도 있는 길

신준수 씨는 어린 시절 젖소들 사이에서 젖소와 놀면서 자랐고 매일 보는 것이라고는 축사, 목장뿐이었다. 
부모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소를 키우고 우유를 생산하며 그의 형제를 키우셨기 때문이다. 
그도 한 때 여느 아이들처럼 과학자, 기술자, 수의사 등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농업이 내가 갈 수도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 어느 신문에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일반적인 인문계 학교처럼 대학입시만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전인교육을 하는 학교’라는 기사를 보고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사람 하나를 온전히 길러내는 ‘전인교육’을 한다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졸업생이었던 아버지는 제게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추천하지 않으셨죠.”

당시만 해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공부를 못하거나 문제아, 말썽쟁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많이 변해서, 신준수 씨가 들어간 해에는 정원 미달이던 학교가 정원의 100%를 채웠고 그 후에는 정원을 넘는 많은 사람들이 입학을 원하는 학교가 되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농업학교이니만큼 농업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실습장학생으로 밖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학교 안에서는 문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동아리도 많이 있었지만 저는 농업 관련 동아리나 농업 관련 특별활동에만 치중하면서 학교생활을 했어요.
부모님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돌이켜보면 풍물, 미술, 사진, 연극 등 문화적인 부분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것에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만든 것으로 사람들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농업학교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조차 대학진학을 포기하지 못했던 점이 좀 아쉬워요. 
‘대학은 웬만하면 가야겠다.’ 하는 것이 대부분 학생들의 생각이었고 선생님들도 직업과 직접 연결되는 교육보다는 우선은 대학을 가는 쪽을 권유했어요. 
가방에 무거운 EBS 수능교재를 넣고 다니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밖에 나가 비닐하우스, 축사에서 일을 했죠.
차라리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지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농업 관련된 전문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신준수 씨는 농업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와는 다른 가치관에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는 노동으로서의 가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가치를 두는 농업을 배우는 반면 농업 대학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소득을 많이 창출하는 효율적인 농업을 가르치고 있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는 ‘사람이 어떤 것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 내가 어떻게 생산을 해야 다른 사람들이 이롭게 되는지’가 중요했다면, 농업대학에서는 농업을 전문적인 분야로 인식하고 전문 농업기술과 농업 경영기술 위주로 공부하여 학교 졸업 후 얼마나 소득을 올릴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농사를 짓고 소를 길러서 돈을 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먹는 사람들이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또 ‘나와 내 아내, 내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죠.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그런 정신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가 농업대학에서 실제로 전공한 것은 축산학이 아니라 식량작물학으로 벼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정농(바른농사)이란 무엇인가’를 배울 때, 농업은 생명산업으로서 생명을 기르는 산업이자 생산한 농산물로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산업이라고 배웠다. 
그는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식량작물과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부모님이 힘들게 목장을 운영하시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잖아요. 
돈을 벌어도 시설에 투자를 해야 했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났고 경영상태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삼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키우기 위해서 목장을 하시다 빚도 생긴 건데 어떻게 축산업을 그만두자고 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따뜻하게 먹고 자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소들로부터 나온 것이니까요. 
제가 아무리 식량작물이 으뜸이고 벼농사가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부모님이 이루어 오신 것을 그만두자고 할 수는 없었어요. 
벼농사는 농사를 지을 땅도 있어야 하고 기계나 장비도 갖추어야 하니 현재로서는 부모님 일을 도우며 천천히 자신이 생각한 대로의 농업을 이루어나갈 생각이에요.”

생산쿼터제 극복을 위해 목장형 유가공 선택

우유는 세계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여서 우유 생산량이 많아도 팔 곳이 없다. 
과잉 생산된 물량에 대해서는 제 값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공은 대기업에서 다 하기 때문에 농가는 수익을 낼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2002년, 2003년부터는 생산쿼터제를 실시해 자기에게 할당된 쿼터만큼만 생산·납품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져야 목장 경영이 가능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유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 우유가 남는 상황에 생산쿼터제까지 실시하고 있으니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목장형 유가공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돌파구를 찾고 있던 농가 몇몇이 모여 세미나와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외국에서 관련된 전문가를 초청하거나 외국으로 견학을 가기도 했다.

이런 노력과 연구 끝에 만들어진 것이 평촌목장의 유기농 요구르트다. 
평촌목장의 주거래처는 생협(icoop)이고 소규모 친환경 매장들이나 친환경 급식업체며 개인과 직거래를 하기도 한다.

현재 평촌목장은 도시에서 회사를 다니던 형도 내려와 가족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생산쿼터제로 인한 난관을 해쳐나가기 위해 가공공장을 만들었을 때 부모님과 신준수 씨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일반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도시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던 형에게 ‘어차피 그쪽도 어렵다면 한곳에 모여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결국 도시의 회사원 자리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형은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품원가 계산 등 회계 관리를 도맡아서 하고 있다.

먼저 바른 사람이 되는 것

“농업분야는 아직까지 대물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로부터 땅이나 재산을 물려받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유능한 인재가 나타난다면 땅이나 재산뿐 만 아니라 농장의 경영 노하우까지 물려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출신들이 협업농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농사지을 기반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땅을 임대해주고 같이 농사를 짓는 형태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신준수 씨는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농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하며, 그는 자신의 아이가 농업과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다고 하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아빠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 ‘사람에게는 더 이롭고 환경은 덜 해치면서 완성도가 높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배우라고 할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농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먼저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기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가 고기나 우유를 먹으면 먹을수록 환경이 더 파괴되고 아프리카 오지는 식량난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축산업을 하는 동안에는 안전하고 완성도가 높은 생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좀 더 먼 미래를 볼 때는 축산업을 줄이거나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현재 유기농인증을 받은 안전한 사료만을 소에게 먹여 우유를 생산하는 유기축산법으로 보다 안전한 우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처럼 기계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환경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보다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축산업을 하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다. 
하지만 더 큰 목표는 축산업을 그만두고 식량작물을 농사짓는 일이다.

“저는 항상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살아오면서 제대로 읽은 책이 몇 권 안 될 만큼 책을 못 읽는 사람이에요. 
그 몇 권 중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은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이에요. 
‘내 주머니’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갖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또 한 권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집이에요. 
사람은 많이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힘들어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 진다는 것, 사랑이 사람을 윤택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죠.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고 계속 그 부분을 고민하게 합니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저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더 멋진 진로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독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데 꼭 필요한 습관인 것 같아요.”

신준수 씨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평촌목장의 내일은 밝아질 것이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52&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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