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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돕다 보니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됐어요

환경네트워크(ICLEI) 한국사무소
박연희 환경네트워크(ICLEI) 한국사무소 대표

에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도시를 위한 국제적인 환경 네트워크 ‘이클레이(ICLEI),’ 즉 자치단체 국제 환경 협의회라는 국제기구가 있다. 

한국에는 본부가 있는데 본부가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박연희 씨를 만났다. 

그녀는 오랫동안 야학을 운영하다 지금에 이르렀다.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따른 결과다.


세계의 도시들이 연계해 환경 문제를 위해 일해요


이클레이는 사실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국제단체다. 

1990년 뉴욕 UN 본부에서 개최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1차 지방 정부 세계회의’에 참석한 43개국 200여 개 지방정부에 의해 창립되었다.


현재 84개국 1,000여 개 자치단체 민 자치단체 연합기구가 가입되어있으며, 세계사무국과 동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8개의 지역사무국, 한국, 미국 등 4개의 국가사무소로 구성되어 있다. 

수원에 설립된 이클레이 국제본부 역시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 등 환경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UN이 국가 단위로 조직된 네트워크라면 이클레이는 지방정부들이 조직해 활동하는 기구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지역을 돌보는 지방정부의 중요성도 인식하며 생긴 조직인 것이다. 

그래서 도시들과 지방 정부들이 관할하고 있는 그 지역에 지속가능발전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환경친화적 정책에 관심이 있는 도시들이 이클레이에 속속 가입을 하면서 도시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됐고, 동시에 국제사회의 환경 문제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제사회에 계속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 중심 역할을 한 게 이클레이라고 보면 된다.


연희 씨는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은 한국사무소가 수원으로 이전해 오면서부터다. 

그런데 그 전에 10년 동안 이클레이 세계 네트워크를 파트너로 하는 기구에서 일을 했다.


1992년에 개최됐던 UN ‘환경과 개발에 관한 회의’에서 ‘아젠다21’이라는 걸 채택을 했는데 우리나라도 그것을 수용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뭘, 어떻게 하면 지방정부로써의 역할을 잘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떠올랐다. 

그럼 지방정부는 ‘지방의제21’이라는 걸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지방의제21’이라는 이름으로 이 의제들을 실행하는 기구가 만들어졌다. 

연희 씨는 바로 이 지방의제21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한국 지방의제21 네트워크를 대표해서 국제관계를 하는 일을 지난 10년 동안 한 것이다. 

그 일의 연장선에서 이클레이까지 오게 되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연희 씨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친구들이 많고 친구들 상담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었다. 

모범생이건 문제아건 가리지 않았다. 

어떤 친구건 그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학생이었다.


연희 씨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우리나라가 급성장을 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굉장히 컸던 때였다고 한다. 

연희 씨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산업체특별반이라는 게 있었다. 

오후에 학생들이 다 집에 돌아가고 나면, 그 교실을 다른 사람들이 쓴다. 

이 사람들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대학에 가서도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많이 보았다. 

계층 간의 갈등과 불평등도 많이 발견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시작한 일이 야학이었다. 

작은 수업을 열어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사람들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었다.


야학 프로그램을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한글반에서부터 초, 중, 고등학교의 야학시스템까지 다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다음에 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선생님들을 많이 모집했는데, 

지역사회 안에 자원봉사를 하려고 하는 인력들이 대단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은 모두 학습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일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야학 일을 이어갔다. 

무려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일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사람들이 처음에는 한글을 배우러 왔지만 나중에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런 사람들이 많았을 때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체험했다.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선생님을 꿈꾸다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야학을 시작했어요


학부에서는 지리학을 공부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지리학을 전공하고 사회 선생님이 되려고 했다.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를 봐야 하는데 특히 사회과 꼭 같은 경우는 임용고시를 통해서 뽑는 인원이 너무 적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야학에도 교사 채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야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10여 년 동안이나 그 일을 이어가게 되었다.


야학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의 갈등은 없었다.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거기서 그렇게 오랫동안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원봉사로 좀 도와주는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모님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작을 하고, 몇 달이 가고, 1년이 가다 보니까 이제 그만둘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연희 씨는 자신이 대학까지 졸업하고 교육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느꼈다. 

운이 좋고 이러저러한 여건이 맞아서 된 것일 뿐, 불행하게도 그런 여건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이 나눠줄 수 있는 것을 최소한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야학도 부수적으로, 낮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그냥 야간에만 잠깐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스스로 야학을 만들고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것이 직업이 되었다.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어요


지금은 이클레이에서 국제 네트워크와 관련된 활동을 하지만 

야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연희 씨는 그야말로 일하는 재미로 산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연희 씨의 친구나 후배 등 지인들이 초
기에는 도와주기도 했다. 

그런데 1년, 2년, 해나가면서는 그 지역사회 내에서 교사가 다 충원이 되었다.

그렇게 한 5년, 6년을 일을 하고 났더니, 자원봉사 인원이 적어도 50명이 항상 있어야 운영되는 센터로까지 규모가 커졌다.


연희 씨는 열심히 일하면서 수많은 성취감과 보람을 얻었다고 말한다. 

초기 한 4~5년 정도는 휴일에도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단다. 

어떻게 그렇게 일할 수 있는지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다.


스스로 중간에 활동을 접고, 조금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야학을 떠났다. 

그때가 서른이 넘었을 때였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결혼을 하고 자리를 잡아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항상 응원해주셨다.


필리핀 국립대학교 대학원에 평생교육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접하고는 마음이 끌렸다. 

꼭 한번 가서 공부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역사회 중심의 평생학습,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 변화와 관련된 것들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까 평생교육보다는 지역사회에 대해 배우는 다른 코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역사회 개발학(Community Development)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희 씨는 지역사회개발학과 평생교육을 공부했다.


지역사회 개발학이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사회복지를 할 때 필요한 주요한 방법론 중 하나이다.

지역사회를 조직하고, 그다음에 지역사회에 자원을 조직하고 사람을 모아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 공부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국제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클레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일까지 연결된 것이다.


영어를 얼마나 잘하냐보다

영어로 어떤 얘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연희 씨는 이클레이 한국 사무소에 오게 되면서 함께 일할 동료들을 채용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너무나 많았다고 한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데인지, 그런 실질적인, 현장의 살아 있는 경험은 전혀 갖지 못한 것이다.


언어에 관해서는 국적이 다르고 성장배경이 다르면 어느 정도는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연희 씨는 생각한다. 

모든 걸 100% 다 공유하기란 힘들다. 

물론 영어로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연희 씨가 더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무엇을 공유할 것인지 그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란 곧 자기가 갖고 있는 관점이다. 

두 번째는 자기가 가진 경험이다. 

이 두 가지가 없이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제기구에 가도 맨날 복사만 하는 사람이 있고 정말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장을 연결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자신의 특기와 기능들이 다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정확하게 잡고, 그에 관한 경험을 쌓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막연한 환상보다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세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스스로가 아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연희 씨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아는 게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분야는 요즘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선망한다. 

그런데 연희 씨가 보기에는 거품이 많다. 

막연히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많이 간다는 이미지, 서양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지내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큰 국제회의가 열려도 거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중요한 연설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의 활동 사례를 발표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관리자로서 자신이 역할을 발표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참여한 경험을 발표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 국제회의장에는 회의가 잘 돌아가도록 기계만 만지는 사람도 있다. 

인쇄물만 디자인하는 사람도 있고, 복사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회의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다과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안내만 하는 사람도 있다. 

거기서 뭘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라.


또 국제회의는 모든 종류의 내용을 다 담을 수 있다. 

어떤 회의는 환경에 대한 주제만 이야기하고, 또 어떤 회의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도 하고 다양한 게 있다. 

그러니 적어도 글로벌 분야에 지향을 갖고 있다고 얘기를 하려면 단순히 외국 사람들과 얘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제적인 주제들을 고민하면서 자기 일까지 연계할 수 있는 연결고리에 대한 그림을 본인이 가지면 가질수록 훨씬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그냥 국제회의장을 그리기 보다는 그 안에서 나는 뭘 할 건지, 어떤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내용을 쌓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5784&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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