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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미술) 세운상가를 활보하던 소년, 디자이너가 되다

플러스엑스(Plus X)
변사범 디자이너/이사

2, 30대의 젊은 직원들로 활기가 넘치는 플러스엑스는 2010년에 창립한 디자인 회사다. 
청담동에 위치한 플러스엑스 사무실은 전기 스위치에서 의자 하나까지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만난 변사범 씨는 이 회사의 창립 멤버로 이사를 맡고 있으며,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온라인, 모바일 쪽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기술 부분을 담당하는 개발자인지 디자이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전문 용어들이 쏟아졌다. 
그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그의 고객이 누구인지 듣고 나서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놀아 본 경험을 통해 찾은 적성

많은 기업으로부터 구애의 손길을 받고 있는 플러스엑스의 변사범 디자이너,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그림이라고는 낙서를 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빨리 사회에 나가 돈을 벌고 싶었기에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공고에 진학하려 했으나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원치 않는 길을 가게 된 사춘기 소년은 매일 만화와 게임에 빠져 지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아보면 다 똑같아요.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대요.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지식수준도 높고, 그런데도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저희 때보다 스펙도 좋고 머리도 엄청 좋은데, 놀아 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답답한 부분들이 있죠. 
는 주변에 조카나 그 나이 또래 학생들을 보면 무조건 많이 놀라곤 해요. 
사회 초년생이 되고 나서 정신을 차려도 늦지 않거든요. 
학생 때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좋아하는 게 뭔지 찾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 좋아하는 만화와 게임을 실컷 즐겼다는 변사범 디자이너.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들으면 귀가 솔깃한 이야기일까? 게임을 좋아하는 요즘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변사범 디자이너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게임기를 오락실 것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세운상가에서 조이스틱과 레버, 버튼을 사고 앵글 집에 가서 납땜을 하고 핸들을 달아 개조하면서 더 열정적으로 놀았다는 것이다. 
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방법을 고민하고, 정보를 뒤지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그의 힘인 듯하다.

그는 친구 따라 들어간 학교에서 뒤늦게 자신의 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만화나 게임이 좋았던 건 비주얼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꼈고, 자기가 만든 것을 가지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즐거웠다.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더 큰 세상으로

“교수님께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업무를 한번 해보라고 주셨어요. 
단순한 업무였죠. 
친구 세 명이서 그 일을 받아서 진행했는데, 해보니까 우리끼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학생 같은 분위기의 변사범 디자이너는 첫 번째 창업에 대해서 쉽게 이루어진 일처럼 말했다.
처음에 교수님이 주신 일을 하고 돈을 받았을 때‘아, 일을 하면 돈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두 번째 일을 하고 돈을 받았을 때는 ‘어, 우리끼리 해도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노라고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창업을 한 것이 24세 때였다. 
그는 디자인밖에 할 줄 몰랐던 학생 세 명이서 특정 분야 상관없이 들어오는 일은 가리지 않고 다 했다고 했다. 
지인에게 싸게 빌린 지하사무실에서 디자인 작업과 영업, 회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다 하면서 그는 1천만 원짜리 계약을 따낸 적도 있다며 웃었다. 
그에게 있어 그 시절은 매일 일하고, 놀고, 같이 오락하면서도 디자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큰 세상에 나가 더 큰 자신을 발견하고 싶었던 거죠.”

미친 듯이, 끝까지, 만족할 때까지

변사범 디자이너는 첫 번째 회사를 접고, 여느 젊은이들처럼 이력서를 들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같이 일하던 친구 세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도 좋다는 회사가 있었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피버’에 입사했다. 
1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디자인에 대한 중요한 것은 그때 다 배웠다고 했다.

그러던 중 NHN에서 면접 제의를 받았고 입사를 했다. 
2006년, NHN에 수습으로 들어간 그는 6개월만에 선임이 되고 1년 반 만에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그는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회사 내부에서 신임을 얻었고 외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의 빠른 성장속도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었다.

“재미있다고 느껴지면 미친 듯이 해요. 
끝날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하는 거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편이에요. 
제가 만든 배너 하나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기억하는 것이 신기했고 그럴수록 더욱 책임감도 느꼈어요. 
브랜드 프로모션을 정말 많이 진행했고, 나눔고딕도 만들어서 나눴고, 그린윈도우도 만들어서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나갔고, 광주 비엔날레에도 나갔고……. 
오픈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가 입사했을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회사가 성장했고 그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이 갖추어지자 무슨 일을 하건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해야 했다. 
또한 팀장으로서 열여덟 명의 팀원을 이끌어야 하는 관리자의 업무를 디자인과 병행해야 했다. 
실무자로서 디자인을 재미있게, 더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4년 만에 그는 이 방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회사 NHN을 그만두었다. 
마침 NHN의 영상, 웹, 마케팅 등 각 분야의 다섯 디렉터가 그와 뜻을 같이했고 그렇게 그들이 창립한 회사가 바로 플러스엑스다.

회사의 철학과 가치관, 경험이 녹아 있는 디자인 전략

플러스엑스(Plus X)는 ‘Plus eXperience for your brand(브랜드에 경험을 더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란 하나의 브랜드나 서비스가 여러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 일관되게 보이도록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휴대폰을 사든, 음악 행사에 가든, 게임을 하든, 같은 회사의 서비스라면 그 회사‘스러움’으로 인해 단번에 알 수 있도록 일관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애플’이나 ‘무인양품’ 등을 떠올리면 된다.

2010년부터 시작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한 플러스엑스는 현재 자회사로 플러스 엠엑스와 자체 브랜드 Lab. C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사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회사에 일을 의뢰하는 회사들이다.
CJ, 삼성 등을 비롯해 현대카드, YG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플러스엑스에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하고 있다.

“YG 브랜드 리뉴얼을 했죠. 
원래는 YG가 운영하는 오래된 블로그를 리뉴얼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접속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블로그라서 YG에서 힘을 쏟는 콘텐츠가 가장 먼저 업데이트 되는 사이트였어요. 
양현석 대표와 그 사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YG 브랜드 이야기로 진행되었고, YG가 글로벌 사업을 하려면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할 것 같았죠.”

YG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20년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브랜드 가치를 뽑아내고, 그에 공감이 가는 디자인 경험을 충분히 살리는 게 핵심이었다.
마침내 YG가 앞으로 해나갈 사업과 온?오프라인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전략을 찾아내어 한층 더 YG스러움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빅뱅, 2NE1을 좋아하니까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그는 결국 YG BX 프로젝트로 ‘브랜드 뉴 어워드 2012(Brand new Award 2012)’에서 수상을 했다.

“결국 고객의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잘 인식시키고 호감을 갖게 할 것인가, 그것이 얼마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디자인적으로 면밀하게 풀어 가는 작업이니, 일개 디자인 회사라도 브랜딩, 마케팅, 전략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죠.”

디자인을 기술에 담아내는 역량 필요

“‘나 디자인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면, 그 학생은 이미 거의 된 거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렇지만 디자이너를 멋있는 직업으로만 생각하고 포장에만 치중한다든지 독특한 것만 좋아한다든지 하면서 실력을 키울 생각을 안 한다면 견디기 힘든 직업이죠.”

변사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입시미술을 하는 것보다는 학생 때부터 만화, 영화, 순수미술, 제품을 많이 보고 만져 보고 사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컴퓨터로 작업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툴을 많이 배워 두면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각 디자인에서 기초를 배우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과 접목되지 않으면 표현을 못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개발자의 기술적인 영역도 이해할 수 있어야 디자이너로서의 감수성과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변사범 디자이너가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들려주는 ‘디자인 이야기’ 


 ● 안주하는 디자이너는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디자인만 한다. 테두리를 깨고 나올수록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디자인은 아직도 그 영역을 계속 넓혀 가고 있고 디자이너는 열심히 그 경계를 달려야 한다.


 ● 남들이 하나를 만들 때 두 개 만들고, 세 개를 만들면 사람들이 너의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은 정답이다.

  빨리 만들면 너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빨리 만들면서도 퀄리티를 유지하는 방법은 툴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시작하고 넘어야 하는 고비가 몇 번 있다. 

  시작할 때는 흥미를 느껴 재미있게 하다가 ‘내가 잘 못하나?’하는 회의가 드는 시점이 온다. 

  그 고비를 이겨내야만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성장한다.


 ● 디자인은 한 달을 쉬면 실력이 떨어진다. 

  일주일만 안 해도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 

  계속 생각하고, 계속 그리지 않으면 실력이 줄 수밖에 없다. 

  계속 부딪히고 생각하는 방법밖에 없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7&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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