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여러 분야의 진로∙직업 전문가와 사회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직업 세계를 확인하고 진로선택 방법을 알아보세요.

커리어패스

미술분야

(미술) 가야 할 길을 스스로 만들며 가다


이미란 슈즈디자이너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한 ‘LANE 910’은 영국LCF(London College of Fashion, 런던패션대학)에서 슈즈 디자인을 전공한 이미란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숍이다. 
2011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2014년 4월 말에 오픈한 LANE 910은 햇수로는 벌써 3년,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LANE 910”은 이미란 디자이너의 한때를 나타내는 길 이름으로, 탄생과 새로운 창조를 의미하는 숫자의 조합이다.

패션의 완성이라는 ‘슈즈’를 공부하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먼 나라 영국 런던에서 다시 그림 공부를 시작한 이미란 디자이너. 
그녀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구두만큼이나 걸어온 길과 생각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유럽 디자인에 홀리다

이미란 디자이너의 어릴 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 전공으로 예술중학교에 들어갔지만 이사를 하면서 일반 중학교로 전학을 하게된 그녀는 이후 미술을 시작하면서 점점 흥미가 미술 쪽으로 기울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미술부 활동을 하다 보니 그녀의 주변에는 미술 하는 친구가 많았고, 그녀는 그 친구들과 함께 학원에 다니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미술 공부를 할 거니까 반드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다른 친구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며 미술대학 입학을 꿈꾸었죠.”

미술대학 서양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꿈을 이루었다. 
무 살, 대학 새내기가 된 그녀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유럽의 미술, 건축, 디자인을 돌아보며 감탄을 연발했고, ‘이곳에서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서양화과에 입학했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을 끄는 것은 디자인 분야였다. 
그리고 먼 길을 돌아가느니 당장 디자인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바로 대학을 자퇴했다.

디자인은 아이디어의 싸움

“디자인 중에서도 특히 구두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이나 장식이 특이한 신발을 보면 사서 모으곤 했어요.
신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모으려고’ 산거죠. 
이상하게 옷보다도 신발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어디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학교를 찾아보니까 영국에 구두로 유명한 학교가 있더라고요.”

이미란 디자이너는 구두, 모자,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세분화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패션을 배울 수 있는 ‘런던패션대학(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 들어갔다. 
예비과정을 거쳐 3년 동안 공부한 그녀의 전공은 제품 계발(Product Development), 슈즈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학과였다. 
학교를 다닐 때 실제로 브랜드 론칭에서 소비자 타켓팅을 포함한 마케팅까지 다루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과정 하나하나에 점수가 매겨지고, 중간 중간마다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다 평가를 받았죠.”

학생들이 무한한 상상을 펼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교수는 과제에 간단한 조언만 해주는 정도로 최소한으로 관여했다. 
이런 자유로운 수업 속에서 그녀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갔다. 
그녀는 아이디어 자체가 자신과는 많이 다른 외국학생들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디자인은 데생이나 채색을 하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의 싸움이었다.

“영국에 가서 파운데이션(예비) 과정을 할 때, 유럽 친구들은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어요. 
그럴싸하고 잘 그리니까 처음에는 주목을 받았죠. 
입시를 위해 연습을 많이 했으니 기본기가 탄탄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분야는 아이디어와 발상이 더 중요하죠. 
처음 주목받을 때는 우쭐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디어 내기가 힘들었어요.”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뒤지지 않으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무한한 자유로움 속에서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힘을 배워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졸업 작품을 할 때에요. 
콘셉트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발전시켜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때가 제일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학창시절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세요. 
그 나이 때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면 다시는 경험하기 힘들거든요.”

목표가 확실하다면 결단은 빠르게

귀국 후 유명 여성복 브랜드 업체에 취업을 해서 구두와 구두 액세서리 디자인 일을 시작했던 이미란 디자이너는 6개월 만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생각했던 디자인 일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제 의견보다 회사 브랜드 이미지에 맞추어야 하는게 고민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 신고 싶은 디자인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것을 좋아해주는 고객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사직서를 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LANE 910이란 자신의 브랜드로 론칭을 한 그녀는 운 좋게도 유명 백화점 편집매장(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입점하는 기회를 얻었다. 
잇따라 다른 오프라인 편집 매장에도 입점하면서 그녀는 순조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오픈 초기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창업제도를 알고 나서는 사업계획서, 상세내역서, 제품 책자 등을 보내 자금 지원을 받았어요. 
디자인만 생각하다가 그런 준비를 하는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서류를 준비하면서 저의 사업을 한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창업을 했으니 좋아하는 신발을 디자인하고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이미란 디자이너는 한 해 한 해 갈수록 사업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주문 제작이어서 대량생산을 못하니 생산단가가 높아져 구두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보다는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하고 홍보계획을 세우는 것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조언하기도 했다.

“소재부터 하나하나 신경 쓰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다 보니, 사실 가격이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신었을 때 편안한 신발을 만들려면 그런 원칙을 바꿀 수는 없고…….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요. 
경영자로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좋아하는 구두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단순히 슈즈 디자이너라면 ‘좋은 디자인’만 고민해도 되겠지만, 그는 디자이너이자 곧 경영자였기 때문이다. 
이미란 대표는 리플릿을 만들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를 통해 홍보를 시작했다. 
파워블로거를 초대하여 홍보를 부탁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편안한 신발, 패션 완성의 마지막 포인트

“한 번 신발을 샀던 손님이 또 사러 와서, 신발이 정말 편하고 좋다고 말씀해주시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제 신발이 그분께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거잖아요. 
신발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 그 다음은 ‘패션의 완성을 이루는 마지막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가로수길 편집매장과 오프라인 세 곳, 온라인 두 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해외 페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해외에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슈즈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편집매장을 직접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가끔 평일에 시간을 내서 영화나 전시를 보면서 휴식과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저는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라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요. 
현재는 휴학 중이지만, 문화예술경영학 대학원에 다니게 된 데도 다 이유가 있죠. 
나이 들었을 때 신발뿐만 아니라 저만의 브랜드, 예술 작품들을 한 공간에 같이 놓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시각적·청각적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기보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만들어 온 이미란 디자이너. 
그녀가 만들어 온 길은 마침내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3&curPage=1

목록보기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공인 웹 접근성 품질인증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