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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분야

(대안학교)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겪어야 후회가 없다.


김정민 건축설계사

김정민씨는 1997년 전국 최초 인문계 특성화 고등학교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 한빛고등학교의 3기 졸업생이다. 
어릴적부터 건축학도의 꿈을 품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대학의 건축과에 진학해 현재 현상 공모전을 위주로 하는 건축사사무소 건축설계사로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는 건축 설계는 어떤 건물을 지을 때 건물의 용도, 지형, 디자인 등의 전체적인 구상을 한 후 공간화 시키는 작업으로 그가 한국에서 건축 설계 일을 시작한 지는 2년에 접어들었다. 
자신의 소신을 믿고 달려온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의 설계에 대한 열정처럼 탄탄했다.

일반학교가 이해가 안 됐어요

김정민씨는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어떤 책을 추천받았다. 
‘거창고등학교 이야기’라는 대안학교에 관한 그 책을 결혼 전 중학교 교사였던 어머니가 그에게도 권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 책을 읽고선 이런 학교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생이었던 그가 자라 중학생이 되었을 때 그는 학교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됐다.

“학교는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을 강요할 때가 많았고 그런 선생님들과의 관계 또한 싫었어요. 
일례로 학교가 말하는 두발단속 같은 규율의 정당성에 동의할 수 없었죠. 
학교는 학생의 본분이 공부이기 때문에 그 본분에 집중해야 하므로 머리를 자르라고 하잖아요.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런 논리라면 교사의 본분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인데,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머리를 잘라야 하는 거죠. 
두발단속은 진정 학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학생을 제압하여 컨트롤하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해요. 
강압적으로 억눌려지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어요.”

그는 대안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책으로 접했던 거창고등학교의 경쟁률이 세지며 다른 대안학교를 찾아보다 발견한 곳이 인문계열의 대안학교 ‘한빛고등학교’였다.

“처음 찾아갔을 때 선생님들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좋았어요.
그 부분에서 우선 크게 호감을 갖게 돼서 지원을 하게 됐죠. 
일반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선생님과 학생들의 사이가 평등했죠.”

대안학교 수업은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죠

“일반적인 교과수업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선생님들의 수업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문학 수업 때 시나 소설이 나오면 연극적으로 수업을 하기도 했죠. 
황순원의 ‘소나기’란 작품을 배우는데 한 친구는 그 장면 안에 있는 소가 되겠다며 소 연기를 하기도 하고. 
세계사 수업 첫 시간엔 교과서를 펼치지도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전 인류 역사의 10대 사건을 써보라고 했어요. 
직립보행부터 시작해 10개를 추려 수업 시간에 조별로 발표를 하고 그걸 토대로 수업을 했죠. 
사건들의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배경을 입체적으로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사건이 도출 되도록 하는 수업이었죠.”

어떤 수업이 이상적이다라는 것은 개인차가 크지만 적어도 한빛고등학교에서의 배움은 그에게 있어선 획일화된 수업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넓게 열어준 것이다.

어릴 적부터 건축설계사가 꿈이었어요

진로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 비해 그는 어린 시절부터 건축 설계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선수에서 건축설계사로 진로를 마음먹은 이후 그의 꿈은 변하지 않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미대 입시를 위해 미술 학원에 등록하기에 이른다. 
건축설계사가 건축과 진학이 아닌 미대 진학을 생각했던 것엔 한국 대학의 건축과의 분위기가 큰 이유였다.

“건축을 하려면 건축과를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건축과는 공대에 속해있었죠. 
그림을 그리고 건축 설계는 하고 싶지만 공대에 가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미대를 가도 건축을 할 수 있단 얘기를 듣고 입시 미술을 시작했죠.”

그러나 그가 경험한 입시 미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것을 암기하는 공부였다.

“발상과 표현이라는 과목이 있었어요. 
한 주제를 주면 그것에 맞춰 상상력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거였는데 학원에선 공식과 답이 정해져있는 그림을 가르쳤어요. 
미래라는 주제가 나오면 키보드나 모니터를 그려라 등의.
싫었지만 대학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그렇게 싫은 것을 참으며 그림을 그리던 그는 우연히 나간 미술대회에서 자신이 해석한대로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도 만족했고 주위의 참가자들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분위기의 그림에 놀라는 눈치였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대회에는 상을 탈 수 있는 공식이 있고 그 학교 교수나 심사위원들이 취향이 정해져있기에 그처럼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선 절대 상을 탈 수 없단 이야기를 들었다. 
산업디자인과를 목표로 공부하던 그는 결국 입시 미술을 그만뒀다.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달랐던 것이다.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는 뭔가를 고민하고 계획하는 것의 총체에요.
만약 컵을 디자인 한다고 하면 '액체를 잠시 보관하고 마실 수 있는 도구'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거든요. 
컵이라는 것을 예쁘게 꾸미고 포장하는 것은 장식인거죠.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미대 진학을 포기하던 그 때, 그는 우연히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디자이너가 쓴 ‘12억짜리 냅킨 한 장’이란 책을 읽게 됐다. 
‘디자인은 발명을 하는 것이기에 계획적이며 총체적인 것이다’라는 글귀를 읽고 눈물을 흘렸던 그는 결국 미국에서 공부를 한 김영세 디자이너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의 대학 입시를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결심을 했다. 
부모님에게 미국을 가겠다는 편지를 썼고 다행히 그의 부모님은 그의 결심을 받아들여 주었다.

미국의 공부는 NO가 아닌 Minor를 인정해줬죠

고등학교 졸업 후 1년을 더 준비해 그는 뉴욕에 있는 미대 건축과에 입학했다. 
공대에 건축학과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과 달리 미국의 미대에는 건축과가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엔지니어적이고 공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가 하면, 예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등 다양한 시각들을 접하며 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

“제가 배운 미국 건축교육의 경우엔 현실적인 설계 부분에 있어 좀 더 관대했어요. 
가령 문 설계를 했을 때 문 폭이 좁게 설계할 수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 문 폭이 좁으니 안된다가 아닌 minor하단 반응이었죠.
대신 학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간을 만들어 가는가에 더 포커스를 맞췄던 거죠. 
단점이라면 졸업하고 처음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어려웠어요. 
관련 법률도, 한국의 현지 상황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은 나만의 건축을 하기 위한 과정이에요

건축회사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개인 아틀리에와 대형 건축사무소로 나눌 수 있다. 
개인 아틀리에의 경우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 많은 반면 대형 건축 사무소는 국가, 기업들과의 작업이 주를 이뤄 경기에 많이 좌우되는 편이다. 
건축 자체가 큰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이기에 경기의 영향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4년 반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그는 한국에 돌아와 군대를 다녀온 뒤, 건축사사무소에 취직했다. 
현재 그가 재직 중인 건축사사무소는 설계ㆍ감리 등을 다루는 종합건축사무소로 그는 현상설계공모에 참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건축 공부를 한 그가 한국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것은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설계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빈번히 팀원들과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 
얼마 전 회사에서 참가한 도서관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당시에도 그는 회사와 갈등을 겪었다.

“저는 건축이 한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많이 느껴요. 
예를 들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나이, 출신학교, 직업 등 나를 둘러싼 배경에 의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가는지와 같은 내 스스로의 모습이 있죠. 
후자로 설명되어질 수 있는 사람은 매사를 능동적으로 자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도 마찬가지에요. 
건축의 시작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통해 어떤 생각과 지향점을 제공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이에요. 
그 다음으로 고민의 결과를 건물이 들어설 대지를 둘러싼 지형, 도로 등의 환경에 대입시켜보죠. 
그럴 경우 관습에 벗어난 이 건물만이 갖고 있는 색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회사에서의 작업은 그런 개성을 받아들이질 않아요. 
대지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서 가장 일반적인 답을 찾으려고 하죠. 
예를 들어 이쪽 면에 가장 큰 도로가 나 있으니 이 도로변에 주출입구를 만드는 것을 정답이라고 여겨요. 
만약 이 건물이 아주 고요한 분위기를 원하는 건물이라면 좁은 길을 걸어 들어와 작은 문으로 출입할 수도 있는 거죠. 
이건 사람으로 치면 내 스스로의 모습 없이 나이, 출신학교, 직업 등의 배경만 남은 것과 같아요. 
그러고 나서 아무런 특징 없는 건물에 유니크함을 만들기 위해 겉을 치장하죠. 
이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디자인이 아닌 장식이라고 생각해요.”

건축 설계를 할 때 중심이 되어야 할 생각보단 정답에 맞춰 건축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는 그것이 사람들의 잘못이 아닌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을 했다.

“어떤 건물을 지을 지를 판단하는 자신의 기준이 없다는 건 사람들이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습관이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을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업무량에 비해 박봉인 건축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설계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회사에서의 경험도 훗날 자신의 독립을 위한 경험이라고 했다. 
독립을 해 자신의 건축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을 여는 게 그의 목표이기에 여러 과정을 배우고 연차를 쌓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독립을 위해 아뜰리에 이직을 생각 중이었다.

“건축가는 책임감이 있어야 돼요.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예요. 
건축가가 어떻게 공간을 구성하고 만드느냐에 따라서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해서, 어떤 삶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만들어줄까 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 디자인된 건물은 장식만 된 건물과는 분명히 다를 거예요.”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겪어야 후회가 없다

대안학교를 다닌 그 역시 친척들이나 주변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주변에는 대안학교에 가는 것은 성공의 밧줄을 놓는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는 ‘한빛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을 후회하지 않았다.

“학교가 제 진로를 정해준 건 아니지만 그 길을 가는 태도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내 자신의 생각이 있을 때 그걸 계속 생각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건축과 여러 일들에 대해 내 방식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선입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죠.”

교육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그는 ‘대안’이라는 단어에 우려를 표했다. 
그 자신에게 있어 ‘대안학교’의 교육은 대안이 아니라 표준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사람들을 봐도 대부분이 그럴 거예요. 
어느 정도 관심 분야, 좋아하거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대충은 알겠지만 정확히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지금까지는 확고한 생각으로 진로를 선택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결정의 시기에 고민과 선택을 자기 스스로 했으면 좋겠어요. 
선택의 결과는 신 밖에 모르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한 길이 후회가 없는 유일한 길 인거죠.”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55&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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