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옷을 만드는 것도 물론 즐거웠지만, 패션 사진을 찍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패션사진가로서의 꿈을 키우게 됐죠. 졸업 후에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더 많은 노하우와 기술을 익힐 수 있었고, 지금처럼 독립된 사진작가로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작가란 자신의 생각과 창작성을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사진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전문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물을 주로 찍는 상업사진작가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상업사진은 우선 사진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에는 아트디렉터,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아티스트, 그래픽디자이너 등과 함께 최종결과물을 위한 주제 회의 및 방향성 설정 등을 논해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결코 창작을 위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 바로 상업사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스태프들의 요구와 의견들을 조율하고 받아들여서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이 담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상업사진작가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코 사진작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고, 여러 명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 기업에서 ‘어떠한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광고를 만들자’는 기획의도 하에 촬영을 의뢰했다고 했을 때 아트디렉터부터 그래픽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세트 스타일리스트 등 여러 스태프들이 회의를 하면서 사진의 이미지와 방향성, 주제와 콘셉트를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콘셉트에 따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것인지 혹은 외부에서 촬영할 것인지 장소를 정하게 됩니다. 장소를 정한 뒤 필요하다면 세트도 제작하게 됩니다. 또 스타일리스트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준비하고, 메이크업아티스트는 모델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해주게 됩니다. 이후 촬영을 마치고 최종적인 결과물들 중에서 제일 좋은 사진들을 몇 컷 고르게 되는데요. 고른 것들은 사진작가나 포토샵 작업하는 분에게 의뢰를 해서 다소간의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이 됩니다. 완성품은 최종적으로 의뢰인에게 전달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과 회의를 통해 진행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대화능력과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모델의 성향과 개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촬영 시에는 온전히 피사체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좋은 인성과 평온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창작자들 모두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자신의 개성이 최종 완성품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느냐’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여러 명이 협업을 함에 있어 서로 간의 의견을 존중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진행상의 원만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라고 해서 결코 사진만 많이 보아서는 안 됩니다. 사진 촬영이라는 창작활동을 위해서는 문학·영화·음악·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들을 접해보고 음미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이 감성과 지식에 깊게 뿌리를 내려야만, 실제로 창작을 할 때 자연스러운 자신의 개성으로 표출되게 되기 때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물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순간을 포착해낸 사진을 좋아합니다. 독립된 직업 사진작가로서 첫발을 내딛었을 때 작업했던 영화 ‘시월애’에 대한 기억은 잊을 수가 없고요. 가수 이승철의 앨범 사진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가서 작업했던 순간도 무척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록 그룹 ‘뷰렛(Biuret)’의 앨범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보컬리스트가 소리 지르던 그 순간을 포착했을 때는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인물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 그 과정상에서 어려움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해 표현하고 싶은 점이 있는데 대화하면서 요구를 할 때 배우나 모델이 따라주지 못하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체력관리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일이 한 번에 몰리게 되는 경우에는 밤을 새는 경우도 많고, 2~3일 연속해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또 적절한 고객을 찾기 위해 영업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촬영 기법과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업 사진작가가 되려면 그보다 많은 부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사진은 자신의 생각을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는 습관과 자신의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철학·심리·인물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읽으면서 사고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요. 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사상, 철학, 가치관을 2차원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금방 익힐 수 있지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는 습관과 자신의 생각을 표출해내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카메라와 사진에만 관심을 한정할 것이 아니라, 많은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어떻게 담아낼 것이고,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지 고민한다면, 좋은 사진을 남기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