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중요한 부분을 질문해주셨는데요. 일단 공통점이라면 굉장히 고되고 힘들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미치도록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아이돌은 버티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힘든 일상을 보내요. 가수라는 직업을 다시 세분화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가수들 안에서도 각자 원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에요. 무대 위에 서는 것, 노래를 부르는 것, 작곡하는 것 모두를 잘 해내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죠. 그래서 가수가 꿈인 친구들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가수가 되고 싶은 걸까,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야 하죠.

맞아요. 저는 대학에서 사회환경시스템공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중학교 때부터 뮤지션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막연히 작곡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음악인이 되고 싶었는데, 대학에 입학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가수를 꿈꾸게 됐죠.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위안을 얻을 거고, 누군가의 힘든 마음을 위로하며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취미로 음악을 하는 것과 달리 직업인으로서의 뮤지션은 협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음대에 진학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스승과 선후배, 동료를 만나게 될 테니, 여러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음대 진학이 필수적인 건 아닙니다. 만약 음대에 가지 않을 거라면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과 같이 인간이 주제인 학문을 추천해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결국엔 더 좋은 음악을 만들게 한다고 믿어요.

가수라는 꿈을 직업으로 선택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안의 반대였어요. 저는 그냥 반대를 무릅쓰고 가수의 길을 갔습니다. 대신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죠.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 들어가 음반을 발매하기 위한 자금을 모았어요. 결국 가족의 반대와 여기에서 오는 외로움이 저를 힘들게 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저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님들, 동료들, 후배들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어요. 원래 가족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더라고요. 한참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취미로 작곡할 때와 달리 직업이 되면 주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해요. 문제는 발상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편리하게 떠오르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옆에서 보기에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느꼈던 일이 있어요. 유명한 선배 한 분의 이야기인데요. 공연 직전 가족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신 거예요. 아름답고 서정적인, 동화 같은 노래를 부르는 분이신데,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유려하게 무대를 마무리하는 걸 보면서 프로의 자세를 배웠죠. 하지만 이런 점은 가수나 많은 연예인 겪게 될 힘든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사나 곡이 참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아, 그리고 정말 짜릿한 순간이 있는데요. 사실 BGM이 빠진 영상을 보면 흔히 보는 것과 달리 생동감이 없고 놀라울 정도로 밋밋해요. 그걸 음악으로 살려내는 거죠. 마치 무생물에 호흡을 불어넣어 생명을 빚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곡을 만든 저도, 영상제작팀도 모두 만족스러워 환호성을 지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뿌듯함을 느껴요.

저는 부지런함이 최고의 자질이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노래나 연주는 몸으로 하는 운동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몸이 기억해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거든요. 이것이 초심자와 고수로 나뉘는 길이더라고요. 작곡가나 프로듀서에게는 통찰력과 감각이라는 비교적 복합적인 자질이 요구되지만, 가수가 꿈이라면 ‘근성’이 최고의 자질입니다.

어떤 분야의 가수가 되던 가창력은 기본입니다. 가수가 꿈이라면 주변 또는 학교에서 잘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같은 나이 또래 또는 두세 살 많은 실제 가수들의 가창력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 단련해야 해요. 좀 더 진지하게 가수를 꿈꾼다면,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 외에 어떤 가수들이 있는지, 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도 있겠지요. 만약 아이돌이 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초등학교 6학년 이후부터 큰 규모의 레이블에서 여는 오디션에 꾸준히 참석하는 걸 추천합니다.

TV와 같은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겠죠. 또 연기력이 좋으면 뮤지컬가수가 되기도 합니다. 발음이 좋아 광고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가수도 있어요. 동요나 어린이용 콘텐츠에 필요한 음악을 익살맞은 톤으로 노래하기도 하고, 영어 발음이 좋으면 영어 교육 콘텐츠에 쓰일 창작 노래를 부리기도 하죠. 코러스로 활동할 수도 있는데요. 코러스의 경우 메인 보컬과 달라 전문적인 코러스 가수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어요. 가수는 아니지만 가수를 가르치고 교육하는 보컬 트레이너도 관련된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때요? 생각보다 분야가 넓죠?

음악은 마음의 영양제라고 할 수 있어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 마음이 아픈 건 방관하는 경우가 많죠. 눈치채지 못한 마음의 병, 목마름, 결핍을 해소해주는 게 바로 가수, 즉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꾸는 꿈은 이미 어딘가에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의미를 지닌 꿈이에요. 자부심을 품고 나아가세요. 무대에서, 녹음실에서, 음악과 관련된 어느 곳에서건 여러분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