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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미술) 책의 얼굴을 디자인하다


강은영 북디자이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다양한 디자인의 책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이 어떤 콘텐츠를 담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독자들은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을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만큼 한 권의 책이 받는 디자인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사진,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등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서체의 선택과 배치 역시 디자인에 포함된다.

강은영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남들보다 이른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흥미가 생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공부를 했다. 
컴퓨터, 회계 전공을 거쳐 에듀테인먼트과에 들어간 그녀는 디자인공부를 하며 꿈을 찾았다. 
한빛미디어에 입사하여 이제 5년 차가 된 북디자이너 강은영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젠가 미술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이 생각났어요

지금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라고 말하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정보처리과를 다니던 은영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남들보다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하여 정직원이 될 만큼 성실하게 회사 일을 해나가던 그녀는 야간대학에 다니며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그녀는 대학생활을 포기했다. 
흥미가 있어 선택했던 컴퓨터학과와 회계학과였지만, 두 가지 전공 모두 막상 공부를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랐다.

“어린 시절 손재주가 좋았고, 주변에서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전국대회에 나가 상도 받곤 했거든요.
중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예중, 예고를 포기했어요. 
나이가 좀 들고 언젠가 미술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었었죠. 
25살이 되어도 돈도 많이 벌지 못 하고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미술학원을 알아봤어요.”

그녀는 6개월 정도 회사생활을 하며 미대입시 준비를 함께 했다. 
러던 중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미대입시 준비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안정적인 것을 놓지 않고 무언가를 하려는 것은 매우 큰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타고난 손재주는 그녀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모두에게 주어진 재능이었다. 
실기 준비와 수능 준비를 하며 최선을 다해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그녀는 27살의 나이로 아동 교육 디자인을 배우는 에듀테인먼트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나이 때문에 취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 스펙에 대해서는 당당한 편이었어요

“우리나라가 아동 교육은 디자인 면에서 미숙한 점이 있어요. 
디자인들이 유치한 느낌도 있고, 유럽 쪽 디자인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죠.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맞춰서 미술 교육 방식이나 교재, 교구 개발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에듀테인먼트과를 선택했어요.”

은영씨는 대학에 다니며 주로 교구를 만들었다. 
교구나 교재에 들어 있는 설명서을 보며 그녀는 설명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읽기에 불편하고, 디자인도 아름답지 않은 설명서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법을 연구하기 위해 그녀는 편집디자인 수업을 들었다. 
렇게 4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그녀는 졸업 작품으로 책 한권을 만들었다. 
그녀의 첫 번째 책이자, 북디자이너로서의 시작점이 된 책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그녀는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부딪혀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많아서 취업이 어려웠어요. 
졸업 작품을 전시할 때 여러 회사에서 명함을 정말 많이 받아갔는데, 나이를 물어보고는 다 도망가시는 거예요. 
그 때 제 나이가 31살이었는데, 어떤 회사는 막내디자이너가 26살이라고 하더라고요. 
이후에도 이력서를 내고 면접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저보다 어린 막내 디자이너도 선배님 하면서 잘 모실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죠.”

교수님께 추천받은 회사에서 그녀가 하루 빨리 출근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끝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때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지금 그녀가 다니고 있는 ‘한빛미디어’의 경력직 채용 공고였다. 
‘한빛미디어’에서는 3~5년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했지만, 그녀는 그 정도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비슷한 나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제 스펙에 대해서는 당당한 편이에요. 
사실 면접을 보며 긴장했지만 오히려 적당히 잘난 척을 하면서 ‘제가 장담컨대 다른 어떤 디자이너들 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컨텐츠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죠. 
경력이 없다보니 차별성이 필요했거든요. 
1차 면접을 보고, 2차 면접을 1시간 30분 정도 봤는데, 합격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더라고요. 그
렇게 졸업하던 해에 한빛미디어의 디자이너가 됐어요.”

어떤 일러스트, 사진, 캘리그라피를 구성하여 디자인할 지를 결정하죠

은영씨는 현재 디자인팀 소속이다. 
그녀는 작년 한 해 등록 된 몇 만개의 출판사 중에서 최소 10권 이상의 책을 출판하는 곳은 2%도 채 되지 않으며, 그 중에서도 디자인 팀이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했다. 
리고 규모가 큰 출판사가 아닌 이상 대부분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작업을 한다고 했다.

“제가 하는 일은 북디자인이에요. 
일반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를 알고 있는 분들 중에는 책 작업도 하시고, 브로셔 작업도 하시고 음반 작업(자켓 작업이나 포스터 작업)도 하시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책만 작업해요.
책을 작업을 한다는 것은, 책을 전반적으로 컨트롤을 하는 것을 말해요.
표지를 포함해서 내지 작업도 하죠. 
어떤 콘텐츠를 작업할 지가 정해지면, 그 구성이 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디자인 기획을 하는 거예요.”

일러스트레이터 섭외, 캘리그라퍼, 포토그래퍼 섭외와 구성은 모두 그녀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녀는 ‘아트디렉터’에 가까웠다.
그녀는 기획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구성을 수정하는 일을 반복한다고 했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일러스트를 쓸 것인지, 사진이나 캘리그라피를 쓸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그녀의 몫이다.

“책의 앞이나 뒤에 누가 기획하고, 편집했는지 알 수 있는 페이지가 있는데 제 이름이 있는 책이 처음 서점에 진열되었을 때 그 벅찬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표지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라도 올라오면 ‘나 때문에 책이 안 팔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디자인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고, 시각적인 자료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면 디자이너가 되는데 훨씬 유리하죠. 
좋은 것들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좋은 것을 뽑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거든요. 
반드시 디자인을 전공해야만 북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공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책, 음반 자켓, 포스터 등 하나의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디자이너로활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은영씨는 지금까지 북디자이너로만 활동해왔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도 북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북디자이너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죠

책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자를 비롯해 제작 담당자, 제작비 관리자, 기획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
원고가 들어오면 편집자의 수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을 통해 기획자는 디자이너에게 책의 컨셉을 전달한다. 
이를 토대로 북디자이너가 작업한 디자인이 다른 사람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 설득이 필요하다. 
은영씨는 논리로 설득할 수 없으면 인간적으로라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감추는 스타일이 아니라 굉장히 직설적으로 말을 해요. 
기획자에게 ‘지금 생각하시는 컨셉은 제가 읽어보니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내가 너보다 원고를 훨씬 많이 읽었고, 원고에 대한 이해도도 내가 훨씬 높다’라고요. 
저는 많이 읽고 많이 보면 이해도가 높은 반면, 그만큼 생각의 틀에 갇히기 쉽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꼭 그렇게 말을 해요.”

북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했을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북디자인을 위해 사진, 일러스트, 캘리그라피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할 때 북디자이너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데, 그 때 정확한 컨셉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기획자들과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거 알지?’, ‘바로 그거야 우리가 생각한 거.’ 이렇게 주어 없이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있어요. 
예쁜데 심플하면서 눈에 확 띄는 느낌, 빨간색은 쓰지 않으면서 강렬한 느낌, 파스텔톤을 사용하는데 강렬한 느낌 등 이런 말을 들을 때 난감하죠. 
그런 점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북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정말 중요하죠.”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잘 먹고 잘 살자가 제 삶의 목표에요. 
잘 먹고 잘 사는 건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강용석이라는 사람이 그러더군요. 
‘오늘보다 나은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이 바로 성공한 삶이다’라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은영씨는 요즘 나만의 책을 만드는 ‘독립 출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블로그의 종이판이라고 표현하는 ‘독립 출판’은 기성 출판과는 달리 마니아층에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다룰 수 있어 최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출판 방식이다.
독립 출판물 중 작가가 출,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아이폰으로 썼다는 『3년 차 직장인』이라는 책은 그녀가 한 사람의 독자로서 공감하며 읽은 책이었다.

“『3년 차 직장인』이라는 책의 헤드카피는 ‘이렇게도 다니지도 그만두지도 못할 때 3년 차는 온다.’에요.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꽤 많이 팔렸죠. 
저도 독립 출판물을 하고 싶은데 아직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관심 갖는 매거진 중에 ‘thekoo’라는 매거진이 있거든요. 
‘오덕질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본 사람은 어떤 게 중요한 지 안다’ 이런 서문이 너무 와 닿더라고요. 
출판은 혼자하기 힘들어요.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에너지가 정말 많이 필요하죠. 
지금 당장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렵겠지만,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2&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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