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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분야

(과학) 호기심과 열정으로 세계 정상급 로봇공학자 올랐다

UCLA
데니스 홍 교수

2011년 1월 29일, 한 남자가 손에 흰색 지팡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그 사람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시속 45km라는 꽤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이 운전을 하다니? 
하지만 이 믿을 수 없는 일은 현실이었다.

이 남자는 예정된 코스를 모두 안전하게 돌았다. 
앞 차량에선 간혹 스펀지로 만든 장애물을 내던지기도 했지만 운전대를 조작해 모두 무사히 피해냈다. 
마크 리코노보(Mark Riccobono)라는 이름의 이 시각장애인은 차에서 내려서자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나도 운전을 할 수 있다. 나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벅찬 눈물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장갑과 운전석이 보내주는 감각을 이용해,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가 보내주는 신호에 의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운전을 해 낸 것이다.

이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사람은 재미 한국인 과학자 데니스 홍 이었다. 
‘데니스’란 이름을 쓰고 있지만 한국인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대학 학부까지 다녔던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이후 미국 대학에 편입해 공학을 공부했고, 대학원까지 미국에서 마쳤다.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로봇공학자로 거듭난 인물. 
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교수는 어떻게 이런 세계적인 로봇공학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로켓 발사 실험하다가 아파트 폭발할 뻔

그는 어린시절부터 기계 만지기를 좋아하던 말썽꾸러기였다. 
에 있는 TV나 시계를 분해해 놓고 혼이 나는 거야 과학자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겪는 일. 
하지만 홍 교수는 ‘증세’가 한층 심했다. 
어릴 때부터 비상함을 보여 각종 기계장치를 직접 만들곤 했는데, 한 번은 초등학교 때 엔진과 부품을 사서 직접 무선조종 비행기를 제작했다. 
이 비행기를 한강변에서 날리고 있었는데, 멀리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와서 연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의 간첩이 비행기에 폭탄을 실어서 청와대를 폭격한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오해를 받았던 것”이라며 “압구정동경찰서 지하 취조실에서 취조를 당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고 했다.

한 번은 로켓을 만든다고 흑색화약을 만들어서 실험을 하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큰 폭발을 일으킬 뻔 한 적도 있었다. 
책에서 불꽃놀이가 흑색화약이라는 것을 봤는데, 책에 적혀있는 대로 재료를 조합해 화약을 만들었다. 
이 화약으로 로켓을 만들어 날리며 놀았던 것 까진 좋았는데, 남은 화약이 꽤 되자 이걸 양철통에 넣고 한 번에 태워 없앨 요량으로 불을 붙였던 것. 
이 때문에 매연과 불길이 치솟고 난리가 나서 소방차까지 출동했다.

홍 교수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던 큰 사건이었다”며 “화약을 잘못 빻아서 다행히 폭발이 더 크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대로 화약을 분말로 잘 만들었다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고 말했다.
이런 에피소드는 수도 없이 많다. 
컬러TV가 처음 나왔을 때 부모님이 집에 사온 다음 날 모두 분해해 놓기도 했다.

홍 교수는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며 무엇보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이런 사고를 수도 없이 치는데도 아무런 꾸짖음이 없었고, 아이의 호기심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부모님도 과학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리라. 
홍 교수의 아버지는 대한항공 연구소 소장이자, 인하대 우주항공과 교수를 역임했던 우리나라 항공분야 원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어머니 역시 인하대 영문학과 교수를 지낸 인물로 교육자와 연구자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홍 교수는 “말썽도 많이 부렸지만 지금은 부모님 댁에 가면 고장 난 가전제품 리스트를 작성해 두신 것을 보고 그것들을 모두 고쳐 드린다”며 “우스갯소리로 어릴 적에 부모님이 현명한 투자를 하셨던 거라고 자랑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에 다른 친구들이 농구, 축구를 하고 놀 때 고장 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고장 난 기계 부품이나 장난감을 모아놓은 커다란 상자가 3개나 됐다. 
이런 부품과 고장 난 장난감을 뜯고 다시 조립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드는 것을 취미로 여겼기 때문이다. 
어린 홍 교수에겐 그것이 자신의 보물상자였던 셈이다.

그는 “다른 친구들은 개학하는 날을 싫어했는데 나는 내가 만든 장난감을 자랑하고 싶어서 개학을 기다리곤 했다”며 “내가 만든 장난감을 선생님이 교실에 전시해 줄때면 정말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마술, 요리 등 다방면 취미도 도움

말썽꾸러기였던 홍 교수는 이런 유년시절을 거쳐 고려대에 입학했다.
출생지가 미국이다 보니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학생들과 동일하게 학력고사를 봤다.

대학교 3학년 때 미국 위스콘신대로 편입을 했고, 그 이후 석사·박사 과정은 퍼듀대에서 공부를 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곧바로 버지니아 공대 교수로 임용돼 바로 교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후 버지니아 공대에 11년 재직하다가 2014년 1월부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홍 교수가 이룬 업적은 적지 않다. DARPA(미국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이 주최한 무인자동차 경진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가 하면, 뱀 로봇, 다리 6개 달린 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로봇과 첨단 기계장치를 수없이 개발했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홍 교수는 자신의 이런 업적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공학적 전문지식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로봇을 연구해 왔는데, 시야를 굉장히 넓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깊이 없게 보일 수는 있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때 즉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할 가치가 있죠.”

그는 취미도 다양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마술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프로 마술사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지금도 가끔 TV에 출연해 마술 시범을 보이고, 마술의 심리학과 과학에 대한 특강도 한다. 
고등학교 때는 국내 가장 큰 예술제인 ‘동랑예술제’ 마술사 분야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특기는 요리다. 
미국에 있을 때는 요리경진대회에 출전했고, 각종 요리관련 프로그램에도 가끔 얼굴을 비췄다. 
로봇연구와 다양한 취미를 병행하며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전공인 로봇 연구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 
한 때는 무인자동차에 빠졌고, 한 때는 곤충형 로봇도 연구했으며, 축구 로봇을 만들어 세계로봇축구 대회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홍 교수는 “지금은 DARPA가 주최하는 재난구조 로봇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일이 끝나면 내년 즈음엔 또 어떤 것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이 중요

그는 자신의 성공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협업을 잘하는 능력, 즉 다른 사람과 융합하고 함께 일을 하는 능력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할 때, 그 분야의 최고 연구자라는 이유로 파트너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람은 철학이 맞고, 추구하는 가치가 맞는 사람, 즉 제가 친구를 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합니다. 
미팅을 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면서 번뜩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라 냅킨에도 적어가며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매사 열정적이고 함께,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협력해서 일을 하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말이다.

홍 교수는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꼽았다. 
그는 “내가 아는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실패의 경험이 있다”며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실패를 했을 때 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실패를 분석하고 발전을 시켜야만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면서도 실제로 국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자기계발서에는 성공 사례만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성공 사례도 필요하지만 그 이면의 실패와 쓰디쓴 경험을 젊은 친구들이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홍 교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실패한 경험을 많이 들려주려고 한다”면서 “성공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일 수 있는데, 너무 천재적인 이미지만 보여주다 보면 오히려 젊은 친구들의 도전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10&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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