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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분야

(과학) “내 소명은 교육과 치유”


김대형 서울대 화확생물공학부 교수

누가 봐도 딱 모범생인 소년이었다. 
과학고를 진학했고, 대학도 서울대를 나왔다. 
미국 유학을 거쳐 지금은 서울대 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이 된 소년은 “공부에 아주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고 수줍어했다.

“저는 항상 수업을 들어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학생이었어요. 
과학고다 보니까 한번만 들어도 쉽게 이해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참 부러웠어요. 
저는 집에 가서 몇 시간을 보고 외워야 겨우 이해가 되는 학생이었죠.”

그래도 노력이 머리를 앞서나 보다. 
전체 180명 중 150등의 성적으로 과학고에 입학한 소년은 졸업할 때 18등으로 올라섰다. 
소년은 “공부의 맛을 알았던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무조건 했다”며 “특히 잠을 줄였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2011년 미국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지가 ‘세상을 바꿀 젊은 과학자 35명’으로 선정한 김대형(37)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이야기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르발즈 등이 김 교수처럼 과거 ‘젊은 과학자 35명’에 뽑혔던 사람들이다.

“연구는 나의 소명”

김 교수와 인터뷰 하면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소명’이었을 것이다. 
김 교수에게 연구를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바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너무 교과서스러운 답변이어서 좀 더 재미있거나 독특한 답변을 부탁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인터뷰가 이어진 2시간 내내 한결같았다.

“제게 주어진 사명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육이죠. 
교수니까 당연히 교육이 중요한데 학생들에게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겁니다. 
특히 대학원생은 제가 5년 이상 데리고 있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특히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질병 치료에 기여하는 겁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치료하거나 극복하게 된다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김 교수에게 이처럼 반듯한 소명을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연구실 한쪽 벽면을 보며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벽에는 얼굴만 한 작은 십자가 장식이 붙어 있었다. 
“연구를 통해 남을 돕고 싶다는 목적인 강해진 것은 신앙의 힘(천주교)이 컸던 것 같다”며 “유학시절에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시 학창시절이 궁금해졌다. 
김 교수가 과학고에 진학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과학고가 가장 좋더라’는 주변의 말을 듣고 그냥 진학했다. 
외고보다 과학고를 선택한 것은 자신이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이과 성향이 있다는 걸 일찍 알았기 때문이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대개 그렇듯이 김 교수도 “어릴 때는 나만의 꿈을 가지고 살기 보다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길을 선택했다”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진로를 정한 것은 대학 진학 이후”라고 말했다.

한때 MBA로 방향을 틀려고도 했다

“고등학교 때 화학을 좋아해서 대학은 일단 응용화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하지만 대학 시절에 사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졸업 후 경영학 석사(MBA)를 꿈꾸기도 했어요. 
실제로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MBA로 진학하려 했는데 그러려면 GMAT이라는 영어 시험을 봐야 했어요. 
그런데 시험을 볼수록 점수가 떨어지는 거예요.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그리고 이공계를 가려고 GRE라는 영어 시험을 봤어요. 
한 번에 합격했죠. 
운명이었나 봐요.”

중·고교 시절에 좀 더 진로 정보가 많았다면 대학 와서 혼란이 적지 않았겠냐고 물어봤다. 
김 교수는 수긍하면서도 “중·고교 기간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보다 대학에 입학해서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해줬다. 
어느 정도 성인이 되어서 진로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요즘 공부 잘 하는 이공계 학생들의 화두인 의대 진학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사실 김 교수의 부모님 역시 자식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원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고에 진학하면서 학교 내신등급이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낮았다. 
수능은 전과목 1등급이었지만 내신 성적은 4등급 정도였다. 
더구나 당시엔 과학고에서 의대를 지원하면 다소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의대를 가지 않고 공대를 간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일하는 것이 얼만나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인데요. 
연구의 매력은 그런 거죠. 
제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지위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물론 의사도 좋은 직업입니다.”

김 교수는 거듭 “지금은 제게 주어진 삶의 소명을 계속해서 찾으면서 살고 싶다”며 “교육과 치유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의 전부”라고 말했다.

간판보다 교수를 보고 유학을 떠나라

하지만 국내와 달리 유학 시절은 만만치 않았다. 
김 교수는 유학을 떠나며 ‘반도체’를 전공하고 싶었다.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반도체를 전공하면 주로 제작 공정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근본적인 소자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어 미국 일리노이주립대로 떠나게 됐다. 
비록 하버드나 MIT는 아니었지만 그곳에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의 대가가 교수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병역특례까지 마치느라 기업에서 4년 동안 연구를 해야 했다. 
그러는 바람에 나이가 꽤 많아졌다. 
삼성장학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고 한다. 
“미국에 가보니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많았지만 마음이 급하긴 했다”고 말했다. 
“원래 미국에서는 한국의 석사 학위를 잘 인정해 주지 않아 석사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다행히 제가 간 일리노이주립대에서는 한국 석사 과정을 전부 인정해 줬어요. 
들어야 될 학점이 줄어 박사 학위를 빨리 받을 수 있었죠.”

그래도 유학은 유학이었다. 
처음 받은 연구과제가 잘 풀리지 않았다.
자칫하면 박사 학위를 받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길어질 수 있었다. 
음이 초조해졌을 것 같아 물었는데, 김 교수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바로 그 때 좋은 사람과 적절한 연구주제를 만났다”는 것이다.
연구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꿨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다. 
오히려 처음 주제를 고집했다면 시간이 꽤 길어졌을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 주제로 고민하던 시기 외에는 그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이 잘 풀린 편”이라고 말해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고집스레가려 했던 그의 노력이 모든 것을 최선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는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학을 가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그 분야를 잘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으로 진학하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바로 그렇게 한 거죠.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지 않다면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스처럼 붙이는 전자피부 개발

김 교수가 만들고 있는 것은 쉽게 말하면 ‘전자피부’다. 
휘거나 구부릴 수 있고(Flexible), 잡아 늘일 수 있는(Stretchable) 전자소자를 만드는 것이다. 
웨어러블 컴퓨터나 차세대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런 장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말랑말랑한 소자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자신이 만든 전자피부를 스마트폰 대신 의학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에 관심이 더 많다. 
파스처럼 몸에 붙여 놓으면 신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모니터링 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5~10년 뒤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건강을 모니터링 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4년 3월 발표한 제품도 자신이 개발한 전자피부를 응용한 것이다.
김 교수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라는 유명한 과학학술지 3월 31일자에 ‘나노 물질을 이용한 운동 장애 질환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을 개발해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장애 질환을 항상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몸에서 나오는 패턴에 따라 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나노박막과 나노입자를 사용해 유연한 전자회로를 구성한 뒤 센서, 메모리, 히터 등을 넣어서 단일 제품으로 만들었다. 
이 제품은 약 25% 늘어날 정도로 부드러워 파스나 반창고처럼 붙일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기존 반도체 공정을 바꿔 대량생산이 가능해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시계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활용하면 원격 진료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제자들이여, 진정성을 가져라”

김 교수가 개발한 전자피부는 심장이나 뇌 등 몸 안에 있는 장기에도 붙일 수 있다. 
사실 질병은 그런 장기에 더 많으며 신호도 분명하다. 
를 들어 심장 조직의 일부가 틀어지면 부정맥에 걸린다. 
심장박동이 정상보다 빠르거나 느려지는 것이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해당 부분을 찾아서 고주파로 태워 없애야 한다. 
이 부분을 찾는 것이 김 교수가 개발한 전자피부다. 
동물 실험에서 김 교수의 전자피부는 심장 표면에 달라붙어 손상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주름이 많은 뇌 역시 김 교수의 전자피부가 효과적이다. 
동물실험에서 간질을 일으키는 이상신호가 나오는 부분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성과가 많고, 연구 논문이나 특허도 어느 누구 못지않으며, 세계적인 과학 잡지가 미래를 빛낼 과학자로까지 선정되었지만, 김 교수가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논문연구에 앞서 더욱 필요한 것은 연구 자체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제자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핵심이다.

“저는 지금도 제 연구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제 연구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있는 학생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연구에 임하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연구의 진짜 목적이고, 연구를 끌어가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023&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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