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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산업 비즈니스에 접목하다


김희영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작 공간 9개 중 하나인 ‘금천예술공장’은 예술가 글로벌 레지던시 스튜디오다. 
여기서 총괄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희영 씨. 
‘창작 레지던시 프로그램 매니저’란 생소한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레지던시 스튜디오란

“미술관이 작가들의 전시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레지던시 스튜디오는 작가들에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현재는 많이 진화해서 작가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전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작가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기도 하고, 문화예술계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멘토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도 하고 있어요. 
지역을 위해서는 학교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설계해 예술가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천예술공장에는 김희영 매니저 외에도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 7명, 시설 관리를 하는 직원 5명, 입주 작가 19명이 항상 근무하고 있다. 
레지던시 스튜디오는 예술가를 위해 미술관보다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기업체, 주민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금천예술공장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역과 연관된 사업을 연계하는 등 대외 연계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일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김희영 매니저의 하루 일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정부기관 소속인 그녀는 연 초에 기획을 해서 하반기에 시행하는 일정이 많다고 했다. 
그녀는 1년에 9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오전에는 우선순위의 사업설계를 위해 사업담당자들과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다음 순위로 두고 있는 사업에 대해 업무결정 회의를 진행한다. 
이처럼 사업에 대한 설계와 논의가 핵심 업무이지만, 입주 작가들의 불편한 점을 살피고 창작지원을 위해 외부에 어떤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그녀의 일이다. 
또한 입주나 행사 문의에 대한 상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하는 일은 서울문화재단의 하부 사업으로 진행되는 일이기 때문에 예산 집행과 사업 진행을 본부와 계속 협의, 조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녀의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짧은 기간의 전시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전시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두세 개를 동시에 진행할 때가 많아요. 
한 가지 전시만 진행해도 챙겨야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럴 때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단순화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포기해야 할 일 등으로 단순화해서 업무를 정리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또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예술가, 공무원,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시공업체 사람, 인쇄물 디자이너 등 여러기관의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일반 회사와 다르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훈련이나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다가 예술가들은 감정적이고 예민하기 때문에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레지던시 매니저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철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미술학부로

김희영 매니저는 어릴 때부터 미술 분야에 재능이 있었다.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그녀는 특히 추상적인 것을 머릿속에서 설계하고 실제로 구현하고, 기획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에도 친구들과 놀러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잡고, 장소를 정하고, 어떻게 놀 것인지를 계획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그런 그녀가 철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미술 분야로 진로를 정하려는 그녀를 걱정하시는 부모님 때문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인문학과에 들어가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철학, 사회학, 국문학, 심리학 분야가 다 다른 건데 그 당시에는 그 학문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대학을 나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하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70년대, 그때는 누구나 비슷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때였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레지던시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이 적극 활용하기를 바랬다. 
구체적인 분야, 구체적인 직업에 대한 가이드를 정부차원에서 상세하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철학과를 다니면서도 계속 미술 분야를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번번이 실패하고 풀이 죽어있던 제게 한 선배가 미술대학 학부를 다시 다녀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그렇게 미술대학에 학사 편입을 했어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미술대학에 편입을 했을 당시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그때 학교에 강의를 오신 선생님 한분이 그녀에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에 관련된 큰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 스태프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차비와 식사비 정도의 경비를 받고 보조 인력으로 두 달 가량 일했어요. 
그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는 게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것이 기획자로 진로를 결정한 계기가 되었죠.”

1997년 당시 그녀가 행사에서 함께 일했던 기획자, 큐레이터, 인턴 등 스태프 중에는 지금도 문화미술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들은 그녀가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관계자가 되었다.

결국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일을 주게 돼요

김희영 매니저는 그 당시 영어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석사학위도 없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뒤처지지 않았다. 
그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일이 꼭 하고 싶으니 다른 조직에 가게 되면 나를 꼭 데리고 가 달라. 거기서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다’라고 부탁을 했었다.

“제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보니까 일이 하고 싶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아직 일에 숙련되지 않았어도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한테 일을 주게 돼요.”

그녀의 열정을 인정해준 동료는 그녀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 데려가 함께 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비엔날레는 3개월의 전시로 막을 내렸지만 그녀는 그 후에 정식 직원이 되어 기획자로, 큐레이터로 10년간 일을 했다.

일을 하던 중 5년 차에 접어들 무렵 미술사학, 미술이론 쪽으로 석사학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 그녀는 부산 비엔날레 전시팀에서 일한 것을 마지막으로 일단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석사 과정에 들어가 논문을 쓰기까지 3년 반 동안 공부를 했다.

“현재 금천예술공장에서 일을 한 지도 5년차가 되어 가는데 석사는 사실상 기본이고 그 이상의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요. 
그래서 저도 고생스러웠지만 미술경영 분야로 박사과정을 이수했어요.”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산업 비즈니스에 접목

2000년대 문화예술계에서는 ‘비엔날레’라는 행사가 가장 큰 핵심 사업이어서 많은 미술 전공자들이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등의 실무자로 활동을 했다. 
그러나 직업이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바뀌고, 또 새로 생겨나는 것이어서 2000년 후반에 이르자 창작 공간, 레지던시 스튜디오 사업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김희영 매니저의 역할은 센터를 관리, 기획하는 일로 바뀌었다.

그녀가 처음 금천예술공장에 들어왔을 때는 원래 있던 매니저가 나가고 센터는 멈춰있는 상태였다. 
2년 동안 그녀가 일에 매달려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 현재 금천예술공장은 레지던시 분야에서 이름을 많이 알려졌고, 평판도 좋아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실수를 했던 아픈 기억도 있었다.

“결과가 잘못 나왔을 때 그것은 누구 한사람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런데 담당자나 큐레이터들이 자신의 과실이라고 자책하고 상처받아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실수나 잘못은 업무의 일부이므로 그것 때문에 상처 받을 필요가 없어요.
무엇보다 맷집을 가지고 계속 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에게 힘든 시간이 있었던만큼 보람되고 기쁜 순간도 많았다. 
녀는 ‘다빈치 아이디어’를 진행할 때 ‘산업에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라는 주제를 잡고 예술가들이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었다. 
그러나 기업체에 협력·지원을 받아내기란 쉽지가 않았다. 
근처의 사업단지 공단은 대부분 영세기업이어서 예술 분야와의 협업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이런 것은 우리와는 맞지 않는다는 말만 돌아왔죠. 
좌표 설정이 잘못된 건 아닌가 낙심하고 있었어요. 
혹시나 해서 지역신문에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광고를 냈죠. 
그런데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온 CTO(최고기술경영자) 연구소장님이 자기 회사 기술을 활용해 작업을 하는 작가를 보고 어려운 점이 없느냐고 물었죠. 
작가가 어려워하는 점을 말하자 자기회사라면 쉽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그 두 분이 작품을 개발해서 공동 이름으로 발표도 하고 해외에서 전시도 했죠. 
굉장히 보람 있었어요.”

작가들은 기술에 대한 능력이 별로 없으니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 산업계가 같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기도 하고, 산업계는 예술가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물에 접근하는 참신한 관점을 배우게 되니 서로 배우고 돕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산업 비즈니스에 접목하여 협업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쉽지 않지만, 기업체와 예술가가 공동으로 작품을 개발했을 때 그녀는 더없는 보람을 느꼈다.

또 지역 주민을 위해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하는데 전단지 300부를 배포해 열아홉 명의 주부가 찾아왔다. 
8주간의 워크숍을 하면서 주부들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내고 스토리를 만들어 그림 작업을 하기도 하고, 연극 공연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자기 치유의 효과를 얻었다. 
교육을 마친 그녀들은 ‘금천 미세스’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예술가들과 2년 동안 함께 활동하면서 영화도 만들고 예술 작업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 낸 작품을 ‘백남준 아트센터’와 같은 미술관에 전시하고 ‘노인 영화제’에 출품해 상도 받았다. 
미술관에서는 맛볼 수 없는, 레지던시 스튜디오라서 가능했던 그런 행사들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뿌듯한 일이었다.

레지던시 스튜디오의 기획자는 전망 있는 직업

우리나라의 ‘예술가에 대한 지원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에 속할 만큼 잘 되어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처럼 국가가 만든 연구소에서 정책이 설계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예술정책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김희영 매니저는 이 분야에서 자신의 진로를 펼쳐보고자 하는 학생들은 먼저, 인문학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이나 미술사, 또는 미술 경영 등을 공부하기를 권했다. 
또 세계적인 트렌드를 빨리 읽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면 유리하다고 했다. 
영어 능력이 있으면 남들보다 핵심 정보에 접근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해외 트렌드를 읽으려면 대외학회나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정책 발표, 심포지엄 같은 행사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으니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2000년도까지는 미술관 큐레이터, 비엔날레 큐레이터가 기획인력으로서 가장 선망 받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술관은 지어질 만큼 지어져 ‘창작 공간’이 새로운 장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전시만 하지만 창작 레지던시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교육 프로그램, 예술가 창작 지원, 산업체 연계 등 활용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100여 개가 넘는 레지던시가 있는 데도 계속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니 ‘레지던시 스튜디오’의 기획자는 전망 있는 직업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레지던시 스튜디오에서 개최하는 고등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나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면 본인의 성향이 창작활동에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대학 혹은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미술관이나 레지던시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인턴 프로그램과 일용직 보조를 채용하는 공고를 확인해서 기획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창작 공간 스튜디오는 국가 정책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센터입니다. 
그 안에서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그 정책을 실제로 설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사 과정을 공부한 것도 그런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고요.”

김희영 매니저는 이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 시정개발원에 들어가서 재단 안의 정책을 담당을 하거나 문화관광연구원에 들어가 예술정책수립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밝혔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60&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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