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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분야

(대안학교)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노력할 가치가 있다


노재웅 회계사

노재웅 씨는 한국 가톨릭 최초의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인 양업고등학교의 졸업생이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기 보단 막연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단 생각을 하며 자란 그는 군 제대 후, 돈을 벌고 관리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 합격해 회계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 소속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그가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는 여태껏 그가 걸어온 행보처럼 거침 없었다.

평범한 담임이 싫어하는 중학생이었어요

14살의 중학생 재웅씨는 아버지의 강요로 영국 유학을 떠나지만 IMF의 타격으로 1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는 영국의 교육을 경험한 그에게, 정해진 공간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은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일방적인 강요나 통제에 의해 납득이 가지 않아도 억지로 무엇을 해야 하고, 모든 것을 간섭받는다는 게 싫었어요. 
누군가가 나를 통제한단 느낌이 싫어서 일탈 행위를 많이 했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는 평범한 담임이 싫어하는 학생이었어요.”

중학교에서는 선생에게 반항하고 일탈을 일삼는 그를 귀찮아했고, 그 역시 더 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아들의 선언에 천주교 신자였던 그의 어머니는 성당에서 알게 된 어느 고등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청주에 학교가 하나 있는데 두발도 복장도 자유고, 수업도 주입식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으니 한 번 가보지 않겠냐고 하셨죠.”

대안학교는 통제가 없어서 좋았어요

수업을 안 들어도 되고, 머리도 맘대로, 옷도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었던 대안학교는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영어시간에는 영화를 보고, 국어 시간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지리산 캠핑을 하거나 장애인 복지기관에 찾아가 봉사를 하는 그 모든 게 학교에서의 수업이었다. 
일부러 성격이 다 다른 학생들을 같은 공간에 섞어 놓는 학교의 방침은 그에게 있어 사회에 나가 겪을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과 공감 능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일반 학교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3년 내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사는 동안 대안학교 학생들은 입시가 아닌 인생 그 자체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등 다소 철학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것은 학교 자체의 교육 목표가 ‘학력신장’이 아닌 ‘인성함양’이었기에 가능한 교육이었다.

대학을 강요하지 않던 대안학교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무렵, 그는 학교에서 체득한 스스로의 인생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고, 대학 진학을 스스로 결정지었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인성’은 갖췄지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교 진학을 통해 지금보다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에게 필요하다 생각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등학교 내내 공부를 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그는 졸업 후, 기숙학원에 등록해 수험 공부에 돌입했다. 
한 달에 집에 가는 2박 3일을 제외하고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에만 몰두했던 그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수능학원에 들어와 처음 친 모의고사에 비해 마지막 모의고사 점수를 두 배로 받는 성과를 얻었다. 
수능 시험에선 본인이 생각한 것만큼의 점수를 받진 못했으나 그는 단 1년간의 공부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대학교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교 학과 지망에서 그는 수학과를 선택했다. 
수학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과목들보다 점수가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는 대학에 들어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없단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는 그사실에 좌절하기 보단 더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입학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고,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회계학을 복수 전공했다. 
수학을 전공한 것은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도움이 되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소질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대인관계도 원만했으며 대학생으로서의 문화생활도 후회 없이 즐겼다. 
수학과 내의 친목 모임의 초대 회장을 맡아 지금도 동기, 후배들과 만남을 유지하고 있었다.

“졸업하고 보니 대학교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수업을 골라서 갈 수 있는 환경이 되고 넓은 도서관의 수많은 책,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었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주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봤을 때, 대학교라는 곳은 사회 진출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저 돈이 많이 벌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그의 장래 희망란엔 언제나 남들이 쓰는 그럴 듯한 직업군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딱히 과학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의사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어릴 적에는 회계사란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던 그가 처음 ‘돈’과 ‘부자’라는 개념에 눈을 뜬 것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 부모님의 싸움을 목격하고서부터 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요양원에 계셨는데, 이 시절에 부모님이 돈 문제로 다투는 것을 자주 봤어요. 
형제들이 분담해서 비용을 댔지만 비용 자체가 거액이었고 자식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입학할 무렵이었으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겠죠. 
부모님은 돈 걱정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막연하게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어요.”

회계사 공부는 훨씬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 후 군대에 입대한 그는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경제 관련 베스트셀러 책들을 읽으며 회계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제대 후 본격적인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스스로에게 거부감이 안 드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회계사 공부는 여태 그가 읽어온 베스트셀러나 자기 계발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시험 준비 양이 너무 방대했고 수준이 높아서 그만 두고 다른 것을 할까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도 쌓이고 실력도 쌓이는 것 같아 재미가 생겼죠. 
또 스스로 선택한 것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단 생각이 들구요. 
회계사 공부는 분명 나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현재 대형회계법인에 소속되어 기업구조조정 컨설팅이나, M&A를 위한 기업실사와 기업가치 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회계법인 파트는 회계, 감사, 컨설팅.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어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컨설팅 일을 쉽게 설명하면 건물을 판다고 할 때 얼마에 팔아야 할지, 그 기준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회사가 돈을 잘 못 벌 때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는 일을해요.”

그는 회계사가 가져야 할 조건으로 ‘꼼꼼한 성격’과 ‘숫자 다루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 융통성’ 이 세 가지를 꼽았다.

“회계사는 성격이 꼼꼼하고 숫자 다루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야 합니다. 
단순히 많다, 적다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얼마만큼 있으면 어떤 기준이 된다라는 식으로 따지는 습관이 필요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대인 관계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구요.”

대안학교는 제 일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어요

재웅 씨가 지금 하고 있는 컨설팅 일은 답이 없는 일을 다루는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업무의 성격이 학교 시험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유연한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고, 프로젝트별로 프로젝트 팀 구성원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과 협력/협업하는 능력 역시 필요하다.
그는 그의 일에 있어 요구되는 능력을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은 대안학교에서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학생들끼리 코스와 준비물을 준비해 떠나는 지리산 종주 여행이나, 선생님부터 직원, 식당 아주머니까지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 참여한 전체회의 같은 경험들이 대표적인 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종주하는 여행은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는 것과 협력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학생들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2박 3일 동안의 등반에서 뒤처지거나 다친 친구가 있으면 다른 친구가 짐을 들어주거나 부축해서 함께 갑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이 스스로 하는 거죠. 
그런 경험을 수차례 겪으며 구성원 각자의 장단점을 알게 되는 겁니다. 
전체 회의 역시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본인이 생각하고 느낀 것이 전부가 아니며, 어떤 문제에 대해 정해진 답이 아닌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게 했죠.”

회계사는 종착점을 향해 가는 하나의 단계에요

“사실 회계사라는 직업이 제 가슴을 뛰게 한 건 아니에요.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뛰게 한 거죠.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지식이 있어야 하고, 회계나 재무 같은 경제적 지식이 필요한 것 같잖아요.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중에 회계사가 가장 효과적인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죠.”

‘이 시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시간적, 경제적으로 싸게 제공하는 것’ 바로 그것이 회계사란 직업을 통해 다양한 실무를 접하고 있는 그의 최종 목표였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 역시 계속 변하고 있기에 그 무언가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그런 조직을 만들겠다는 그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노력할 가치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언제나 옳을 수만은 없지만 언제나 틀리지만도 않다. 
그는 마지막으로 스스로가 ‘이게 좋으니 하겠다’ 라고 결정한 일은 목숨을 걸고 열심히 노력해보라고 당부했다.

“세상은 수능의 답처럼 5지선다로 나뉜 것이 아니에요. 
100% 확신할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고 정보나 어드바이스를 통해 선택했던 답이 늘 맞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옳다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 틀린 답일 수도 있고, 지금 정답이 아닌 게 나중에 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건 스스로 고민해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 행동에 책임지는 것뿐이죠.”

남보다 2~3년 뒤쳐졌다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뒤쳐진 시간 동안 남들보다 더 깊이 있는 고민으로 자기가 선택한 것에 매진한다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빨리 달리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는 방법이 있고 가치관이 틀린 세상 속에서 그는 무조건 이상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이성적이지만도 않은 경계선 위에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현실을 해결하되 이상을 잃지 않아야 되는 균형적인 평균대 위에서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행동할 것이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34&cur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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