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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분야

(대안학교) 행복해지려 하지 말고 지금 행복한 사람이 되자


김한성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10개의 대안학교 졸업생 열다섯 명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옮겨 쓴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의 저자 김한성 대표. 
그가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공헌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이야기와 디자인스튜디오 ‘바톤’을 창업한 과정에는 남다른 생각이 있었다.

명문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산골 대안학교로

김한성 대표는 음악과 관련된 연출이나 기획에 관심이 있었지만 ‘기획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가 진로를 결정하고자 할 때 부모님은 그가 망설이자, 아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부모님들은 공부보다는 운동을 많이 시키시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중학생이 되어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부모님께서도 함께 알아보려고 노력하셨지만 부모님이 속한 세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과 제가 원하는 직업군이 서로 달랐죠. 
예를 들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은 ‘클래식을 해볼래?’ 하셨고 저는 음악에 관련된 다른 일을 생각했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습에 지쳐 진로에 대한 생각은 해볼 겨를도 없는 명문 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그는 학교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 그를 안타깝게 보고 있던 부모님은 그에게 대안학교를 권하셨다. 
대안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학업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다시 1학년으로 들어간 대안학교의 첫인상은 황무지였다.

“제가 1기였으니까요. 
주위에 슈퍼마켓 하나 없는 산속이었어요. 
생도 20명이 전부고요. 
첫 6개월 동안은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폭풍처럼 휩쓸려 다녔어요. 
모든 것이 새로웠죠. 
조금 지난 다음부터는 처음 만난 친구들과 굉장히 자유롭고 재미있게 생활했어요.”

4, 5시쯤이면 정규수업이 끝나서, 동아리 활동을 해도 되고 놀아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그는 일반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동아리 활동, 새로운 수업 방식, 여유로운 자유 시간, 인간 관계 등 밀도 높은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다음부터는 정말 심심해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런 시간이 저에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일반학교에서는 무언가를 생각할 정신적 여유가 전혀 없었는데 대안학교에서는 무언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여유가 넘쳤어요. 
뜸들이고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뭘 해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했죠.”

스무 살까지의 경험으로 직업을 선택한다는 게 옳을까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3학년이 되니까 학교 밖 친구들에 비해 학업이나 지식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슬슬 들기도했다. 
김한성 대표에게는 진로를 선택할 때 대학을 가든 안 가든 제대로 고민해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되는 대로 살지 말고 체계를 잡고 살자’가 대안학교의 기본 취지였기에, 그는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할 때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결정해야 했다. 
뭔가를 선택하려면 그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불안감 때문에 대학에 간 게 사실이에요. 
대학에 안 가면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제약을 받을까 봐 그게 불안했어요. 
또 하나는 제가 스무 살까지 맛본 세계를 가지고 직업을 선택한다는 게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경험한 다음에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더 좋은 선택지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 때문에 바로 세상에 뛰어드는 게 망설여졌어요.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할 때까지 결정을 미루고 싶었죠.”

광고홍보과는 그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진로를 감안해서 선택한 전공이었다. 
대학교 생활은 대안학교와 별로 다를 바 없었고 고등학교 때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았기에 공부는 오히려 재미있었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몇몇의 친구들과 즐겁게 대학생활을 보냈다.

“반응심리학적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소비자 심리나 구매행동이론 등을 중심으로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광고 쪽이다 보니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는데 그때 파워포인트를 써봤던 것,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연습을 했던 것이 지금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하자센터에 입사해 청소년 직업체험캠프 진행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는 김한성 대표의 첫 직장이다. 
대안학교를 다닐 때부터 교류가 있어서 이미 알고 있던 단체로, 취직할 시기가 되어 입사 지원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청소년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청소년 직업체험캠프 커리어위크’를 진행하며 청소년들의 진로 설계를 지원했고 온라인 문화직업아카데미 일도 했다.

“예를 들어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스팀기계를 사용하니까 화상을 많이 입거든요.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화장품도 못 바르고 손톱도 기르지 못하죠. 
손님들이 보니까 문신도 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직업에 따라 금지된 사항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일 수도 있어요. 
그럼 바리스타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죠. 
정장을 입어야 하는지 넥타이를 매야하는지가 굉장히 신경 쓰이는 학생들도 있어요.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지만 직업군을 더 넓게 보여주어 최대한 다양한 직업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침입니다.”

그는 초빙된 패션모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학생 한 명에게 워킹을 시켰다가, 그 학생을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가 맡았던 직업체험캠프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속가능한 일, 원하는 삶의 방식을 위한 균형 잡기

‘하자센터’에서는 직업체험교육 이외에도 사회적기업의 인큐베이팅도 하고 있다. 
인큐베이팅이란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도와주는 일을 말한다. 
김한성 대표는 그중에서 3개팀을 맡아서 하다가 그중 한 팀의 대표로 들어가 사회적기업(‘유자살롱’-유유자적살롱)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1년 반 정도 일을 하던 그는 다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씨즈’에서 3년 반을 일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을 쫓아 열심히 달려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에너지가 바닥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력이 생겨 위치가 높아지면서 현장에서 일하기보다는 공공기관에 보고하는 일 등이 중심이 되어 갔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저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과연 이것이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죠.”

그가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워커홀릭(일중독)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였다. 
그의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암은 생활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자신도 삶과 일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아버지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너무 일을 좋아하셔서 가족과의 시간도 별로 갖지 못하셨어요. 
그 당시 저도 결혼 5년 차였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일을 중심에 두고 사는 게 과연 맞는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친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한참 일할 때는 연락을 해와도 모임에 나가지 못하니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일상의 순간순간을 재미있고 알차게 살다

김한성 대표는 그렇게 인생 전체를 재설계하는 계기를 맞았다. 
러다가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창업 준비를 시작해 2014년 초에 바톤(BATON)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그 전에는 기획자로서 사회적기업, 경제, 청소년, 문화예술 분야 일을 했다면 지금은 디자인이나 웹으로 분야가 좁혀졌을 뿐, 요구되는 역량에는 공통점이 많다. 
창업 멤버는 디자이너인 아내와 같은 대안학교 출신인 후배, 이렇게 셋이었다.
회사를 창업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일상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가’였다.

“예전에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지는 데 내가 무슨 기여를 했을까?’, ‘그 육성법이 만들어져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등 사회적 임팩트만 생각했어요. 
전쟁 같았죠. 
이제는 뭔가 이루어내겠다는 욕심은 많이 줄었어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어느 쪽이 더 후회스러울까를 생각했죠. 
결론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재미있고 알차게 사는 것이 후회를 덜할 것 같았어요.”

김한성 대표는 나중에 무언가 되고 싶기보다는 현재를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걱정 근심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는 말이 있다.

“월세 내기 힘드니까 집에서 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일할 거 멋있게 일하고 싶었어요.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해요. 
‘나중에 매출이 어느 선까지 가면 애플모니터를 사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돈이 있으면 지금 바로 사요.
간디학교에서 자주 듣던 말이 있었어요. 
‘행복해 지려고 하지 말고 행복한 사람이 돼라!’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어떤 미래의 상태에 이미 와있다고 치고, 그런 상태가 멀었다고 생각하면 하지 못할 일들을 그냥 해버리는 거예요. 
조금 무리해서 원하는 것을 마련하면 그 행동이 우리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고 행복한 느낌을 주죠. 
좋은 사람들한테는 좋은 사람들이 보이거든요.”

김한성 대표는 대안학교 졸업생으로서, 대안학교 출신인가 아닌가는 사회생활을 하고 인생을 사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 가지 고민을 붙들고 오랫동안 씨름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또 맛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149&cur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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