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인터뷰

여러 분야의 진로∙직업 전문가와 사회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직업 세계를 확인하고 진로선택 방법을 알아보세요.

커리어패스

미술분야

(미술)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예술가


신윤예 공공공(000)간 대표

창신동 봉제공장 골목에 자리 잡은 ‘공공공(000)간’은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면서 지역 재생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현재는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으로 방석을 만들거나 아예 자투리 천이 나오지 않는 옷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사회적기업의 대표가 미대 출신의 예술가라는 점이다. 
‘공공공(000)간’ 신윤예 대표는 창신동과 인연을 맺은 이후 창신동을 캔버스 삼아 예술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미대 회화과 입학

신윤예 대표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요즘과는 다르게 동아리 활동도 거의 없고 CA(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도 한달에 한 번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억눌린 학창 시절을 보냈다.
디자인에 꿈이 있었던 그녀는 입시미술을 시작했다.
디자인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미술이었지만, 그림 그리는 일은 그녀에게 너무나 즐거운 일이 되었다. 
그녀는 회화를 더 배워보고 나중에 디자인으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미대 회화과를 선택하여 입학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유 안에는 굉장히 많은 부담과 불안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고등학교 때까지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학생에게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제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매사에 좌충우돌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다양한 현대미술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현대미술작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굳어졌죠.”

그녀는 그때부터 열심히 작업을 했다. 
그리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나라에 있는 현대미술관 사이트를 검색하고 지금 어떤 행사를 하고 있는지, 그 나라의 현재 디자인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어떤 것을 얻어가지고 올 것인지 계획하여 알찬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예술가

“졸업하고 나서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모 문화재단 프로젝트에 당선이 되어 개인전도 해보고, 하고 싶었던 다양한 단체전도 해봤어요. 
그러면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어요. 
내가 생각했던 예술가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윤예 대표는 졸업한 후에 대학에 다니며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었지만 한편으로는 공허감을 느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예술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예술작품들을 좋아했지만 그것조차도 미술계 안에서만 메아리치는 것이 아닌지 회의가 들었다. 
그녀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예술가의 삶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예술 활동을 계속하려면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해야 했어요. 
그래서 입시 준비를 하는 예중, 예고 아이들을 가르쳤죠. 
하지만 삶과 직업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계속 이렇게 산다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어요. 
어떻게든 삶과 직업을 합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죠.”

신윤예 대표는 자신이 배웠던 입시 미술이 되도록 빨리 잊어버려야 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대학에 들어가서 깨달았다. 
근성은 배울 수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깨고 나가야 할 장벽이 너무 많았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 예중, 예고 아이들에게 그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현실이었다.

졸업을 하고 1년 반 동안 아르바이트와 예술 활동을 동시에 하던 그녀에게 좋은 계기가 찾아왔다. 
전시를 기획해서 독일에 갔을 당시, 기업이 주도하는 문화공간과 미술공간을 흥미롭게 지켜봤는데 마침 그 즈음 친구가 사회적기업을 창업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친구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친구를 따라서 모임에 갔다가 신윤예 대표는 신세계를 만났다. 
예술가 친구들이 사회에 대해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라면, 그 모임에서는 ‘이런 사회 문제가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충격적일 만큼 창의적이고 진취적으로 보였어요. 
아,이들이 예술가구나…….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죠. 
나도 진정성 있는 사회적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구조를 계속 창조해내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창신동과의 인연

신윤예 대표는 모 기업에서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창신동이라는 지역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예술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예술가로서 나눌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이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의 생각이 구체적으로 한 지역을 정하여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며 실현되는 것을 보니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개입하고,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그녀가 했던 ‘미디어아트’라는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예술을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제안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몸을 활용해서 지역 공원에 자기의 흔적을 남겨본다든지, 주변의 소리를 녹음해서 재미있게 표현해 본다든지 하는 작업이었다.

“창신동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의 문제점들을 알게 되었어요. 
미술관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작업보다 지금 얼굴을 대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일이 훨씬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공공(000)간’은 현재 ‘마을이 배움터’라는 정기 프로그램으로 창신동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마을 프로그램으로는 예전에 진행했던 ‘오르막 페스티벌’ 2회를 준비 중이다. 
더러워진 벽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흰색으로 말끔히 칠하고 너무 밋밋하지 않게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인 ‘창신동 월(wall)’프로젝트다. 
그리고 ‘뭐든지 도서관’이 있다.
이 지역에 문화공간이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다. 
같이 책꽂이도 만들고 벽도 만들면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그녀는 부모들의 삶이 변하지 않으면 지역 재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려지던 자투리 천의 변신

“창신동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봉제공장을 운영하시거나 그곳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그분들의 문제에 조금 더 깊이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근원적인 문제가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입니다.”

제로 웨이스트란 버리는 것이 없도록 자투리 천을 활용하자는 의미로, 성수기 때 쓰레기로 버리는 엄청난 양의 자투리 천을 활용해 방석이나 셔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비수기 때 그녀가 봉제공장 사장님들과 작품을 제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하던 중 찾은 아이디어였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던 자투리 천을 돈을 주고 사다가 방석이나 쿠션을 만들다 보니, ‘아예 자투리 천이 안 나오도록 옷을 만드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비수기 때 봉제공장 사장님들과 함께 실험을 해보고 예술가 두 명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작품으로 디자인해 작년 여름에 1차로 판매했고,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참고해서 올여름 2차 작품을 만들었죠.”

‘메이드 인 창신동’의 반응이 좋았다. 
신윤예 대표는 이런 식으로 계속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청년 문화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이 비전

‘공공공(000)간’에서 하는 사업은 수익 면에서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제품 판매 수익은 전체에서 20~3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머지 70의 수익은 기업의 CS(고객만족)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지역공동체 프로그램 혹은 지역아동센터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앞으로 제품군을 더 많이 늘려 제품 수익을 50퍼센트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내년도까지의 목표다.

“현재 ‘공공공(000)간’의 직원은 네 명입니다. 
이들에게 더 나은 급여와 좋은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탄탄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기적인 계획으로는 창신동 지역뿐만이 아니라 산업 발달에 따라 소외된 지역에서 원래 살던 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활성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에요. 
양극화된 도시의 사이클 문제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해결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청년 문화활동가, 청소년 문화활동가를 계속 양성하는 것이 저희 비전입니다.”

그녀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함께 만든 도서관에서 어머님들이 사서로 나와 일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았을 때라고 했다. 
그녀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사람들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보람되었던 때는 처음 제품을 만들 때는 만들기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고 하셨던 봉제공장 사장님이 다 완성하고 나서 ‘내가 예술가가 된 것 같네’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라고 했다.

세상과 소통하면서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강력한 동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창업을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해야만 하죠. 
어쩌면 취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책임이 오롯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근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한 거죠.”

‘나는 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려고 하는가’, ‘나는 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자기 믿음이 있어야 하며, 또한 자신의 핵심역량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신윤예 대표는 조언했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경제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 비해 수입이 1/3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즐거운 이유는 자신을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사회에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죠.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을 찾고, 그 일 안에서 내 자신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많이 고민해보길 권합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19&curPage=2

목록보기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공인 웹 접근성 품질인증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