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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변리사가 꿈인 분들은 변리사 하지 마세요


김주연 특허법인 정진 변리사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며 몇 년째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어떻게 결정 나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평생 개발한 기술을 특허를 내지 않아, 경쟁사에게 무너지는 중소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허는 기업의 생명을 지켜주는 방패이자, 경쟁사를 공격하는 창이 된다.

특허는 기업 또는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하겠다고 찾아왔는데 “특허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 회사에 투자를 하겠는가? 아마도 ‘아니요’라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기업인 IBM 본사 입구 벽면에는 자사의 특허들이 새겨져있다. 
이중에는 노벨상을 받은 것도 있고, 정보기술을 혁신해준 것들도 있다.

특허를 빼놓고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 사회를 논할 수 없다. 
따라서 특허를 받도록 해주고, 기술을 지켜주는 변리사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변리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묻기 위해 특허법인 정진의 여성 변리사인 김주연(30)씨를 찾았다. 
그런데 그녀의 첫 코멘트는 “변리사라는 직업이 꿈이라면, 변리사를 하지 않은 게 좋겠다”고 톡 쏘듯 말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일까.

변리사, 새로운 기술과 끝없이 대결하는 직업

“변리사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많아요. 
소위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자격증만 따면 되는 일로 생각하더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로 알려진 것처럼 소득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변리사 시험 합격은 시작일 뿐입니다.”

김 변리사는 변리사 생활을 5년 이상하다보니 자격증 취득은 말 그대로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변리사 된 이후에 공부할게 너무 많아졌다”면서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하루라도 공부를 쉬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변리사 시험 통과가 ‘꿈’이 될 수 없으며, 그런 자세라면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은 것이 좋다는 얘기다.

“변리사가 어떤 직업이냐고요? 
한 마디로 특허를 만들어주고 권리를 보호해주는 사람입니다. 
막 나온 따끈따끈한 발명을 권리로 바꾸어주고, 분쟁이 생겼을 때 고객을 보호하고 대변해주는 일을 합니다.”

그녀의 말 대로 변리사가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일은 발명이 법적인 권리를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특허 분쟁이 있을 때는 의뢰인을 대신하면서 소송을 대리해 법리 다툼을 하기도 한다.

변리사는 또 기술기업, 연구소, 병원 등에 취직을 할 수 있다. 
소속된 곳에서 연구 방향을 기획하고 컨설팅을 맡는다. 
즉 어떤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게 좋은지 조언하며, 경쟁사가 침해한 특허를 공격하는 방법 등도 담당한다.

열정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매력적인 일

“변리사로 활동하면서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그것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김 변리사는 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했다. 
주로 안 좋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변호사, 검사, 의사 등 다른 전문직과 달리 변리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긍정적인 고객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인데, 대학 연구원으로 있던 학생이 찾아왔어요. 
연구 방향을 컨설팅을 해주고, 특허 받을 수 있도록 해줬어요. 
나중에 그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고 현재 사업을 잘 꾸려가는 분이 있습니다.”

김 변리사는 자신이 컨설팅하고 권리를 보호해준 대리인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 흐뭇하다고 말했다.

김 변리사는 사무실에서 특허 서류를 만들어주는 일보다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녀는 연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중요한 연구를 해놓고도 특허를 잘 몰라서 버려지는 것이 꽤 있다고 전했다. 
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그녀는 “연구자들을 만날 때 마다 어떻게 권리를 보호받을지 말해주고, 자칫 버려질 뻔한 기술을 특허로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와 변호사가 동시에 되고 싶었던 소녀

그녀가 변리사가 된 것은 2008년, 26살 때다. 
당시 합격자 중에는 상당히 어린 축에 속했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어렵다는 변리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변리사의 길을 정했기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어머니께서 편찮으셨거든요. 
중학교 때는 어머니 따라 한의원에 가본 이후로 한의사가 되고 싶었구요.”

김 변리사는 이화여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녀가 생물학을 택한 것은 어린 아이의 귀를 쥐에서 만들어서 이식해주는 재생생물학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고 나서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고, 당연히 생물학처럼 과학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법대를 가라고 권유를 하셨어요. 
아마도 절충안으로 찾은 게 변리사 같아요.”

김 변리사는 입학하기 전부터 변리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고시생들처럼 죽기 살기로 시험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전공인 생물학과 함께 법대 수업을 들으면서 준비를 꾸준히 했다. 
실제 변리사 시험은 단순히 외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이 풍부해야 한다. 
그는 “고시학원에서 시험을 위해 공부한 것보다 법대 수업을 통해서 교수님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더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험 운이 좋아서인지 1차 시험은 혼자 공부해서 무난히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시험은 좀 달랐다. 
혼자서 준비를 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던 것. 
학교 졸업 후 그는 본격적으로 시험 전선에 뛰어들었다. 
학원에서는 기초 강의를 듣고, 인터넷 강의로 보충을 했다. 
또 학원에 다니는 동료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그는 어린나이에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과학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아버지께는 법조계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지금은 너무 좋아요”

IMF 키드,
어려움 극복하기 위해 공부

김 변리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초등학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당시 부모님 사업이 경기의 영향을 받아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 때문에 제가 잘못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김 변리사는 우선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관찰을 했다. 
그는 “학원에서는 시험보기 한 달 전부터 준비를 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이후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더 일찍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험이 끝나자마자 한 두 주 정도 여유를 갖고, 다름 시험을 준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던 그는 학원 다니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학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자료를 받아서 공부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 다시 설명을 해주니, 다들 좋아 하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시고 방과후에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주셔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어요.”

대학 때도 집안의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자신의 학비는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처지였다. 
다행이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생활비는 과외,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해야 했다.

회사와 같이 성장하는 하는 것이 큰 보람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회사가 점점 커지는 것입니다.
2008년 특허법인 ‘정진’이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돼서 2009년 입사했어요. 
당시 직원이 5~6명의 작은 회사였습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다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좋았구요.”

그런데, 현실은 조금 냉혹했다. 조금만 밖으로 나가도 ‘정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는 “명함을 내밀었을 때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변리사 업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구성원의 진짜 실력을 떠나 회사의 규모나 명성으로 평가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저는 ‘우리 회사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회사가 되도록 노력해야지’하는 다짐을 했습니다.”

지금 정진은 변리사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가 됐다. 
또 대학, 정부 출연연구소 등의 업무를 가장 많이 하는 특허사무소며, 바이오테크 분야를 전담하는 특허 법인으로서는 가장 크다.
“지난 5년간 업무에 몰두하다보니 특별히 자기계발이라고 한 것은 없습니다. 
일하면서 배울 것이 너무 많았고, 그게 결국 저의 자기 계발이었던 것이죠.”
변리사는 요즘은 경영과 정책과 관된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한다. 
는 “특허를 중심으로한 컨설팅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과학과 특허와 관련된 경영학이나 정책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변리사로서의 자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했다.

“앞으로 고객의 말씀을 경청하는 변리사가 될 거예요. 
고객들은 그 분야 최고의 연구자고, 발명가이기 때문입니다. 
겸손한 자세로 연구자들과 함께 할 자세가 되어 있는 분들은 변리사의 세계로 뛰어들어 오세요.”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6744&cur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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