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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리 땅에 ‘바이오디젤’을 뿌리 내리다


이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센터장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사실 하나. 
주유소에 가면 승합차나 화물차에 주로 넣는 디젤(경유) 연료는 정말 100% 원유만을 정제해서 만든 것일까? 
아니다. 
대부분의 주유소는 2006년 이후 5% 씩의 ‘바이오디젤’을 순수 디젤에 섞어서 팔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나 쌀겨 기름 등, 순 식물성 오일을 알코올에 반응시켜 만든 것으로, 성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원유에서 분리해 낸 디젤 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매연이 적고, 원유 수입 대체 효과가 있어 점점 사용이 느는 추세다. 
최근에는 바이오 디젤만 취급하는 주유소마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바이오디젤 기술을 국내에 정착하는데 적잖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했던 것은 자명한 일. 
한국 토종 바이오디젤 기술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가 있다. 
바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의 이진석 센터장이다.

학교생활 집중하던 차분한 학생
부모님 영향 받아 화학공학 전공

이 센터장은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얌전하고 차분한 학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조용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응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열정적이고 매사 열심히 달려드는 엔지니어의 모습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한 우물을 판, 정통 학자의 모습이 묻어났다.

이 센터장은 스스로 ‘공부는 썩 잘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라면 이공계 학과는 의대에 필적할 만큼 커트라인이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유산업 붐이 일면서 화학공학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고려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입학할 정도면 대단히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모범생이었을 것이다.

사실 화학공학이란 화학과 공학을 하나로 합쳐 놓은 학문이다. 
화학반응 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물론, 이런 화학과정을 제어하는 각종 공학기술도 배운다. 
정유공장에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 심지어 비료 만드는 기술 등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여러 가지 화학 산업이 강세를 보이던 시기다 보니 화학공학도 상당히 인기 있는 학과였다.

그가 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는 “부모님께선 항상 의사나 과학기술자, 둘 중 한 가지 직업을 선택하라고 조언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스스로 과학자가 되길 원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부모님의 의견을 감안해 원하는 전공으로 자신도 모르게 화학공학과를 택했지만,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과학자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구 역시 컸다는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석유 만드는 방법 없을까
‘생물화학’ 접하며 과학자의 길 결정

이 센터장이 본격적인 ‘바이오 에너지 전문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대학원 진학을 마음 먹은 건 당시 사회변화와 관계가 컸다. 
이 센터장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 2차 석유파동 등이 일어나면서 유가가 치솟고, 환율도 급등했다.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자 ‘석유 수급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기존 화학공학으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그가 처음 접했던 학문이 ‘생물공학’이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생명현상을 인공적으로 조작해 원하는 물질을 얻어내는 학문이었다. 
최근에는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대사공학’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자인 이상엽 KAIST 교수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대장균을 이용해 휘발유와 페놀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결국 이 센터장은 같은 대학교 생물공학과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졸업했다. 
그 여세를 몰아 박사과정 유학을 떠났다. 
미생물을 이용해 원하는 물질을 얻어내는 ‘생물화학공학’을 공부하기로 하고, 미국 리하이(LEIGHT) 대학교 ‘생물화학공학과’를 택했다. 
미생물의 생명현상과 화학적 처리는 물론, 이런 과정을 기계적으로 제어하는 공학기술까지 함께 배우는 융합 학문이다.

리하이 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베슬리헴(Bethlehem) 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센터장의 유학 시절엔 이 대학에서 한국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쓸쓸한 환경이다 보니 할 것이 공부밖에 없었다. 
그는 “외로운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동기나 친구들을 만들어 서로 운동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틈만나면 공부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이 센터장은 짧은 시간에 박사학위를 거머쥐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요즘은 대사공학 등의 기술이 좋아져 미생물을 이용해 휘발유 등을 만드는 실험도 일부 성공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에탄올(알코올의 일종)’ 정도만 조금 합성해도 큰 성과로 여겼다. 
더구나 실험적으로 일부 에탄올을 만든 것과,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대량생산 기술을 연구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센터장은 “그 때 시작한 바이오 에탄올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아직까지 연구하고 있다”며 “에탄올로 달리는 자동차 기술은 이미 일부 국가에서 보편화 돼 있는 만큼, 바이오에탄올 기술만 확보된다면 석유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를 갖는 것도 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귀국 후 바로 ‘에너지연’ 취업
대전에서 부인과 함께 ‘부부과학자’ 생활 시작

이 센터장은 귀국과 동시에 지금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 바뀐 ‘에너지기술연구소’에 취업했다. 
이 센터장은 서울 출신으로 대전 역시 그에겐 타향이었다. 
주변에 아무런 지인도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1년에는 외롭게 혼자 연구소와 집을 오고가는 생활이 반복됐다. 
외로운 유학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왔는데 여전히 객지 생활을 하니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붙들어 준건 사랑하는 부인이었다. 
고국에 돌아오고 2개월 만에 소개로 만난 부인과 결혼을 했고, 그녀와 함께 대전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되면서부터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의 부인 역시 민간 기업에서 화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두 부부가 나란히 화학을 연구하며 생활을 시작하니 생활도 안정되고 연구성과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사탕수수 등 원래 당질이 많은 원료가 아닌)폐목재 등에서 에탄올을 뽑아내는 기술을 아직까지 연구하고 있지만 사실 너무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과정이라 계속되는 실험에 지치고 힘이 든다”며 “30년전 이 연구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도 ‘10년이면 가능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도 상용화까지 10여년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연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30년 가까이 한우물
‘바이오디젤’ 상용화 이뤄낸 게 최대의 성과

이 센터장은 에너지연에서 연구하는 동안 자신의 최대 성과로 역시 ‘바이오 디젤 상용화 성공’을 꼽았다. 
실제로 바이오디젤 기술은 해외선진국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 돼 있다. 
관련 분야 과학자라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 돼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우리나라 산업계에 정착시키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식물성 기름이면 대부분 활용이 가능하지만, 그 대신 기름의 종류가 바뀌면 제조방법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혔다. 
특히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식당 등에서 방출되는 ‘폐식용유’ 등을 바이오 디젤로 바꾸는 기술을 완성해 냈다. 
또 이런 과정에서 바이오디젤의 사회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과학자로서 검증 작업에 참여하는 등, 바이오디젤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전파하는데 애써왔다.

특히 그는 함께 바이오디젤 문화 정착에 힘써온 과학자 두 명을 함께 소개했다. 
대체에너지 전문기업인 신한에너지(현재 엠에너지)의 유종우 박사와 에너지연의 동료 과학자인 이영재 박사다. 
이영재 박사는 바이오디젤을 일일이 실제 차량에 테스트 해 가며 환경오염이 적고, 연료 효율도 높다는 점을 실증해 낸 과학자다. 
유 박사는 기업인 입장에서 바이오디젤이 신산업으로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 장본인라는게 이센터장의 설명이다.

세 사람의 이런 노력이 십수년 이상 쌓이자 마침내 주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디젤연료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마침내 바이오디젤 전용 주유소마저 들어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주유소를 찾아가면 일반 주유소 보다 값이 싸고 환경도 적은 인공 바이오디젤연료를 구입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는 인류가 석유 의존도를 점점 줄여 나가야 할 것이고, 바이오디젤을 포함해 다양한 연료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문화가 정책되어 나갈 것”며 “국제기구 사람들은 그 때를 빠르면 2020년, 늦으면 2050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갑 가깝지만 매일 산책하며 건강관리
바이오에탄올 분야 의미있는 기술 발표하고 싶은게 목표

이 센터장은 1957년 생으로 올해(2013년 현재) 57세다. 
하지만 매일 점심식사 후면 산책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스로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연구활동도 오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에너지연에서 연구하는 동안 ‘바이오 디젤 상용화 성공’을 남은 최대의 숙제로 보고 있다. 
식물의 구조는 치밀하게 굳어진 섬유(셀룰로오스)로 돼 있다. 
이 셀룰로오스 구조를 인위적으로 풀어내면 ‘당질’로 바뀐다. 
미생물이 분해하면 즉시 알코올로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폐 목재 등에서 상용화가 가능한 만큼의 셀룰로오스 분해를 성공한 사례는 없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분해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채산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결국 산이나 알칼리, 열 등으로 셀룰로오스를 처리해 분자구조 변화를 살펴보는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남들과 다르고 기발한 방법을 개발해 냈느냐에 따라 셀룰로우스 분해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센터장은 “바이오에탄올의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이런 방법을 연구해 결국 식물구조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얻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았지만, 정년이 오기 전에 의미 있는 성과를 꼭 창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스스로 화학공학자로 일생을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후회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또 과학자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고, 이런 미래에 대비해 한 발 앞서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앞서 나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이 센터장은 덧붙였다. 
그는 “사람이 미래를 100% 예측할 순 없겠지만, 오랜 기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연구하다 보면 전문가로서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미래에 과학자가 될 학생들에게는 “과학자라면 자신의 주관이 중요하다”면서 “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상사나 사회 제도와 다소 시각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 토론하고 조율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자세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6703&cur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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